지난 봄무렵 보호소로 새끼와 함께 잡혀 들어온 모견이었습니다. 사람에게 예쁨은커녕 시달림과 괴롭힘을 당했던 아이가 틀림없었습니다. 사람 손길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몸이 경직되고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는 비좁은 철장 끄트머리까지 물러나 앉는 아이였으니까요. 그래도 사람을 물지 않습니다. 겁이 나서 무는 것조차 못하는 아이 같았습니다. 철장생활은 길어져만 갔습니다. 저희는 이 아이를 유럽으로 해외입양 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심장사상충 감염이 있어 치료도 받아야했던 이 녀석은 다행히 국내에서 임시보호가정이 생겨 머무르게 됐습니다. 

임시보호자께서 참깨라 불러주시면서 개인 SNS계정으로 국내입양 홍보도 해주셨는데, 참깨에게 좋은 가족이 생겼습니다. 이 녀석 외국 가서 살 팔자는 아니었나 봅니다. 입양자 가족들이 참깨를 데리러 오시던 날, 임시보호자님은 이곳에서 그리 멀지않은 도시로 떠나보내는 참깨를 두고도 눈물을 흘렸는데, 4개월 후에 그 먼 나라로의 유럽행 비행기를 어찌 태웠을까 싶습니다. 겁이 많은 참깨였기에 더욱 맘이 쓰였던 것 같습니다. 이게 정 많은 우리네 마음이 아닐까싶네요. 

특히 믹스견들은 전 견주의 관리와 책임도 없이 법의 사각지대에서 처참히 살다 버려지기만 합니다. 그 숫자는 어마한데 반려견 취급을 못 받으며 입양도 잘 안 되는 나라이기에 이렇게 참깨 같은 아이들은 해외로 입양가족을 찾아 내보냅니다. 해외입양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보호소 관계자, 공무원 몇 분에게도 들었습니다. 

6·25 전쟁 후 고아가 많이 생겨 해외입양 보내던 그 시절, ‘고아 수출국’이란 오명의 그때 시절과 비교를 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애들을 위해 정말 현실적인 개선 노력을 해야 합니다. 중성화 없이 풀려 키워지며 새끼 낳고 돌아다니다가 신고로 유기견 보호소에 잡혀 들어오면 입양 기회도 없이 10일 만에 안락사라는 미명하에 죽임을 당해야하는 죄 없는 착한 생명입니다. 이런 개들은 6·25전쟁이 있은 지 반백년의 세월이 더 지났음에도 ‘전쟁 같은 삶’을 삽니다. 그러니 이렇게라도 보내야죠. 서글프고 안타깝고 마음 아픈 현실에서 동물복지가 훌륭한 애견 선진국으로의 기회와 희망을 꿈꾸면서요.

믹스 중·대형 마당견들의 한국의 현실과 숱한 입양경험을 토대로, 노이로제 걸릴 것 같은 우리 입양 스테프들은 기회가 된다면 이런 아이들을 동물복지선진국으로 입양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동물복지선진국이라는 의미는 이 아이들에게 다시 버려지더라고 입양의 기회가 큰 나라, 보호소에서도 인도주의적 보호가 이뤄질 나라, 개고기감으로 위험이 도사리지 않을 나라를 뜻합니다. 
 

우리나라 분들도 반려견 잘 키우고 동물사랑이 큰 분들 많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일반적 인식의 변화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믹스견은 똥개·마당개’, ‘외국품종은 반려견·실내견’ 으로 여기는, 법에서 동물이 물건으로 정의돼있는 나라답게, 일부 애견인들조차 생명을 ‘소유품’으로 인식하는, 이제는 부끄럽고 수준 낮은 편견들이 차츰 사라지면 좋겠습니다. 이런 믹스 아이들도 국내에서 대접받고 행복하게 사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제 겁에 질렸던 표정은 모두 사라지고 사람품 안에서 살인미소가 일품인 녀석. 참깨의 행복한 미소가 영원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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