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못 미쳐도 교통평가 심의 통과
“시 의지 문제, 심의 기준 변경해야”

가로수, 가로등, 지상 변압기 등 노상시설 설치를 고려하지 않은 보도는 통행에 불편을 초래한다. 변압기가 보도블럭에서 반 이상 차지한 처인구 역북지구 한 보도.

국토부가 지난달 보행자 도로 지침을 개정하고 최소 인도 유효 폭을 넓힘에 따라 용인시 관련 심의 기준에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는 관련 지침이 변했다는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지난달 27일 가로수 등을 제외하고 보행자 통행에만 이용되는 순수 인도 폭을 최소 2m로 확보하되, 지형 상 부득이한 경우 1.5m이상으로 한다는 내용으로 ‘보도 설치 및 관리 지침’을 전면 개정했다고 밝혔다. 이 기준에 맞춰 보도를 설치할 경우 보행자는 더 넓은 공간에서 통행이 가능해지고 휠체어나 유모차 이용자 등 교통약자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개정안은 또 현재 차도 방향으로 4% 기울어진 보도의 기울기를 2%로 완만하게 하고 보행자 안전에 문제가 있거나 타일 등 현재 사용하지 않는 포장 재료는 규정에서 삭제했다.

국토부 보도 지침이 이같이 바뀌면서 일각에서는 앞으로 도시 개발이 이뤄질 때 이를 적용할 수 있도록 시 차원에서 관련 심의 기준 변경 등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용인시는 일정 규모 이상 도시 개발에 대해서는 도로와 보도 등 교통 관련 계획을 관련 부서 검토와 함께 시 교통영향평가심의위원회를 통해 심의하고 있다.

그러나 시행사가 가로수 등 노상시설 설치를 고려하지 않은 채 보도 폭을 계획했음에도 심의 과정에서조차 대부분 이를 걸러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 과정에서 보도에 가로수 등을 설치해 인도 유효 폭이 1.2m에 미치지 못하는 등 비슷한 민원이 반복돼 온 이유다.

9월 입주를 앞두고 문제가 불거진 수지구 동천2지구의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수천세대 규모 아파트 단지 주변 보도가 2m로, 자전거도로를 포함한 보도는 3m로 설계된 계획이 교통영향평가심의를 통과했다. 이후 보도 위에 가로수와 지상 변압기 등이 설치되면서 인도 유효 폭이 최소 기준에 못 미치는 문제가 발생했다. 시는 민원 발생 이후 해당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고 사업 시행사에 개선을 요구한 상태다.

시 건설도로과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토부 지침 보도 유효 폭 기준이 변경된 사실을 몰랐다”면서 “가로수 등은 공원녹지 부서에서 위치를 결정하기 때문에 사업자가 개발 계획서에 노상 시설을 직접 표시하지 않는 이상 관계부서 검토나 심의에서 보도 유효 폭을 확인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시 교통영향평가심의위원회 위원인 교통전문가 역시 “국토부 지침이 변경됐다고 무작정 심의 기준을 변경할 경우 사업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부당한 요구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해 당장 변화는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용인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소속 강웅철 의원은 “앞으로 보도는 최소 3미터 이상, 자전거 도로를 포함한 보도는 4.5미터 이상으로 설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민간개발업자 손해를 고려해 보행자 안전과 편의를 보장하기 위한 국토부 지침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은 행정당국으로서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얘기”라며 “시가 보다 의지를 갖고 행정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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