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신문에 사진 한 장이 실렸다. ‘공룡 매장 용인에 둥지… 주변 상권 한숨. 도로 정체 우려’란 제목의 기사다. 한 대형 가구 매장이 용인 기흥에 매장을 내기 위해 기공식을 가졌다는 내용과 함께 말이다. 사진에는 백군기 시장과 매장 관계자가 웃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인허가는 전임 시장 임기에 이뤄졌는데 마치 현 시장이 한 것처럼 하냐는 식의 비난도 있었다. 기자의 숙명 아니겠는가. 달게 받아야 한다. 

이런 와중에 최근 언론에 보도된 기사 하나가 기자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지역 소상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다국적기업 대형마트 입점을 막았다는 이유로 전직 구청장이 4억원의 구상금을 물게 됐다는 것이다.

행정수행과정에서 기업과 자치단체 간에 이 같은 일은 흔하게 일어난다. 상황에 따라 송사로 이어지고 한다. 법원이 누구 손을 들어주냐에 따라 법적 책임 주체가 달리지만 오히려 사업은 박차를 가해 추진되는 경우도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민원을 잠재우기 위한 기업과 자치단체 간 일종이 요식행위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건은 달랐다. 구청장을 구하기 위해 나선 이들이 있다. 지역 노동자와 상인단체들이다. 이들 간의 사연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윤종오 전 울산북구청장은 코스트코 울산점 건축 허가 신청을 3차례 반려했다. 대형할인마트가 들어설 경우 중소 상인과 지역 상권 황폐화가 예상되며, 이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와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 허가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울산시 행정심판위원회의 재결에 따라 건축 공사를 마무리 하고 다음해 운영까지 이어졌지만, 윤 전구청장은 직권남용과 권리행사 방해 협의로 기소돼 결국 손해배상을 판결 받았다,
이에 울산 8개 상인단체는 최근 윤 전 구청장 구상금 청산을 위한 대책위를 만들어, 구상금 면제를 정부에 촉구는 국민 청원에 나섰다.  

상인단체가 윤 전 구청장에게 손을 내민 이유는 명확하다. 진정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물론 울산 북구가 가지는 정치적 특수성을 감안해도, 민간인과 자치단체장간 이 같은 관계 정립은 쉬 이뤄지지 못한다.

오히려 박근혜 전 정부가 추진해 온 규제개혁 바람을 타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대도시가 각종 개발붐에 몸살을 앓자 갈등의 대척점을 이룬 것은 기업과 자치단체가 아닌 시민과 자치단체였다. 그 갈등에서 최종 승자는 대부분 기업이었으며, 가장 큰 피해는 시민 몫이었다.

용인에서도 대형마트는 골목시장 황폐화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4년 전 대형마트가 들어선 신갈오거리 일대. 대로를 지나 이면도로를 따라 골목으로 들어가면 다소 당황스러운 풍경이 목격된다. 상가와 주택이 무질서하게 섞여 있는 이곳을 걷다보면 약간 과장해 한곳 건너 한곳이 호프집이고 커피숍인 것을 알 수 있다. 타 업종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불과 몇 년전 사진에는 나름 골목상권이 조성돼 있었다. 문 닫아 공허해진 가게를 이들이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가게들이 문 닫을 만큼 골목상권이 사라진 이유가 대형마트 때문에 단정 지어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상인 대부분은 이들 입점을 반기지 않는다. 소상인 입장에서는 생존권이,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영업을 통한 이익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용인시도 취해야 할 입장은 명료하다. 민원에 떠밀린 요식행위가 아닌, 문제 해결을 위한 진중한 발걸음이어야 한다. 무거운 발걸음이겠지만 상인도, 노동자도 더 나아가 시민 모두가 비빌 수 있는 언덕이 돼 준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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