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 밀집지역에 살다가 한적하고 공기 좋은 처인구 원삼면 산자락으로 이사 왔다. 삶의 여유도 갖고 좋은 공기를 마시고 싶은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늘 한적한 동네 길을 산책하다 보면 온 동네 개들이 짖어대어 결국 산책을 포기하고 돌아와야 한다. 여기까지 와서 러닝머신을 사용해야 하니 정말 갈 곳이 없다는 생각뿐이다. 휴일이야 등산을 하면 되겠지만 퇴근 후 저녁에 산에 올라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종종 등산 중에도 목줄 풀린 개와 주인을 만날 때 등골이 오싹할 때도 많다. 동네 산자락 밑에 있는 집은 아예 개를 풀어 놓아 접근이 불가능하다. 동물처럼 “여긴 내 구역이야! 접근하면 죽어!” 하는 공격본능을 개를 통해서 표현하는 것이라 이해하며 내려오곤 한다. 인간도 동물이니까. 하지만 그 좋은 자연풍광을 함께 나누면서 살면 얼마나 좋겠는가. 존재지향이 아니라 소유지향사회의 폐단은 시골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이곳에 이사 온지 이제 2달 남짓. 이른 아침과 저녁에 하루에 두 번 씩 보기만 해도 위협적인 큰 개(외국종의 개로 주인의 말로는 순한 개라고 한다)를 풀어놓는 집이 있었다. 개를 하루 종일 개장에 가둬 두니 미안해서 자유도 주고 용변을 보고 오라고 풀어놓는 듯하다. 그러나 두 세 살짜리 손자들이 오면 늘 신경이 쓰이곤 했다. 개주인과는 구면도 아니고 개 문제로 시비를 거는 것 같아 고지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던 와중, 이른 새벽 자전거 복장을 하고 운동을 나갔다. 갑자기 옆에서 집채만한 개가 짖으며 달려들었다. 순간 패닉상태에 빠졌고 대처할 여력이 없었다. 자전거에서 뛰어내리다 엉덩방아를 찧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너무도 큰 고통이 몸을 엄습했다. 순간 고관절에 문제가 생겼음을 직감했다. 다행히 견주가 뛰어나와 개에게 물리는 것은 피할 수 있었다. 119에 실려 오면서 내 인생이 여기서 끝나나 겁이 덜컥 났다.
119에서 인계를 받은 인턴 의사의 첫 말이 “왜 이렇게 개사고가 많아!”였다. 입원실에 들어오니 개에게 도망가다가 고관절이 나간 70대의 할아버지를 요양원으로 옮기는 중이었다. 아마 그 노인은 여기서 생을 마감해야 할지도 모른다. 나는 엉치뼈와 치골이 골절됐고 12주 진단이 나왔다. 6주는 꼼짝없이 가만히 있어야 하고 6주는 휠체어와 목발을 사용하고 이후 재활운동을 해야 한다. 올해 후반기는 병상에서 지내야 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휴직계를 내야 했고 모든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병상에 누워 곰곰이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올라온다. 이 일이 개와 개 주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행정의 문제라는 생각 때문이다. 정쟁 싸움으로 시민의 삶의 질을 올릴 수 있는 입법은 항상 뒷전이다. 개를 풀어놓으면 그것도 맹견의 경우 달랑 50만원 벌금이라니, 탁상행정으로는 시민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결코 알 수 없다. 공무원이 현장을 한번 나와 보면 시골전원에 과연 얼마나 많은 개들이 풀린 채 돌아다니는지, 얼마나 위협적인지 실감하게 될 것이다. 집안 울타리에 갇혀 있는 개도 언제 어떻게 튀어나올지 알 수 없다. 개는 개구멍을 만들고 탈출하는데 명수이기 때문이다. 공무원들도 실제 시민들의 삶을 경험해 봐야 한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갑자기 혈기를 부리며 짖어대면 임신한 여자의 경우 유산할 수밖에 없다. 

개의 문제는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도 나와 같은 피해자가 얼마나 나올지 알 수 없다. 개를 풀어 놓은 견주를 신고하면 포상을 한다든지 정기적으로 공무원들이 동네를 시찰하는 조례를 만들어야 한다. 법제처에 입법 될 때까지(나는 이 운동을 하겠지만) 얼마나 더 많은 시민이 희생이 돼야 하는가? 일단 일이 벌어진 후에는 해결이 너무 복잡하다. 심할 경우 민사소송까지 벌여야 한다. 사건이 일어난 후 사고를 수습하는 식의 처방으로는 용인시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없다. 용인시가 조금만 신경을 써 준다면 피해를 미리 막을 수 있다. 

독일의 경우 개에 물리거나 개로 인한 사고가 나면 경찰이 바로 그 개를 압수하고 엄청난 벌금을 부과한다. 외국인이 물렸을 경우는 바로 시민권을 부여할 정도로 엄청난 보상을 해야 하는 큰 사건이다. 성경은 “소가 본래 받는 버릇이 있고 그 임자는 그로 말미암아 경고를 받았으되 단속하지 아니하여 남녀를 막론하고 받아 죽이면 그 소는 돌로 쳐죽일 것이고 임자도 죽일 것이며”(출 21:29) 라고까지 기록하고 있다. 법이 없으면 자유도 없기 때문이다. 용인시에는 특별히 전원주택과 농가주택이 많이 산재해 있어 개로 인한 피해에 취약하다. 용인시에 바란다. 개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 용인시의 좋은 풍광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해 달라. 산책할 권리를 만들어 달라. 공무원들은 탁상에 앉아 있지만 말고 정기적으로 시민들의 삶의 현장을 함께 체험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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