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말장난으로 “책으로 배웠어” 라는 말을 쓴다. 직접 경험하지 않고 인쇄된 활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배운 지식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사용하곤 한다. ‘연애를 책으로 배웠어’, ‘육아를 책으로 배웠어’ 따위. 필자도 나무 공부를 하며 도감과 책을 통한 배움과 예전부터 내려오는 조상의 지혜와 관습으로 쌓인 식물지식이 다른 경우를 많이 본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게 바로 가죽나무와 참죽나무이다. 

우리가 먹는 나물 중에 ‘가죽나물’이라고 있다. 두릅처럼 봄에 나오는 나무의 새순을 먹는데 맛과 향이 아주 진한 맛난 나물이다. 처음 가죽나물을 먹게 됐을 때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익히 알고 있는 가죽나무는 냄새가 아주 강하여 쉽게 먹을 수 있는 나뭇잎이 아니었다. 그런데 나물을 먹어보고 깜짝 놀랐다. ‘이게 가죽나무라고?’ 나중에 알게 됐다. 어르신들이 가죽나물 가죽나무라고 부르는 먹을 수 있는 나물의 나무는 바로 참죽나무이다. 가죽나무는 먹지 않는다. 참죽나무 잎을 나물로 먹으며 가죽나물이라고 부름으로써 사람들에게 혼동을 준다. 가죽나무는 소태나무과로 이름처럼 쓴 맛을 자랑한다. 뿌리나 껍질을 살충제로 이용했다고 하니 안 먹어도 쓴 듯하다.  

진달래와 철쭉을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로 나누며 참꽃과 개꽃으로 부르는 것처럼, 참죽나무와 가죽나무도 먹느냐 그렇지 않느냐로 나눠 이름을 참 죽나무와 가 죽나무로 부른다. 가죽나무는 개죽나무, 가중나무라고도 한다. 죽나무의 ‘죽’의 유래를 말하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대나무처럼 쑥쑥 잘 자란다고 해서 대나무 죽(竹)자에서 나왔다는 설과 옛 문헌에서 한자 椿(춘)자로 참죽나무가 나오는데 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튱나무’라고 했다가 튱자가 변해 죽이 됐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무튼 참죽나무와 가죽나무는 서로 짝이 되는 이름이 됐다. 둘을 살펴보면 잎 모양이 비슷한 거 빼놓고는 많은 점이 다르다. 가죽나무는 소태나무과이고, 참죽나무는 멀구슬나무과이다. 
가죽나무는 깊은 숲보다 마을이나 숲정이에서 잘 자란다. 차를 타고 달리다 보면 도로가에서도 발견된다. 가죽나무를 알아보는 특징 몇 가지만 알고 있으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우선 잎이 크고 시원시원하게 생겼다. 아까시나무처럼 여러 개의 작은 잎이 모여 하나의 잎을 이루는 모양인데, 작은 잎이 길쭉하고 아이들 손바닥 길이만큼 크니 작은 잎도 작지 않다. 그것들이 모여 사람 팔 길이만한 잎을 이루니 흔한 모양은 아니리라. 이 잎에는 선점이라 해서 냄새를 풍기는 기관이 달려있어 만지면 야릇한 냄새가 난다. 

꽃은 작아 잘 모르고 지나간다. 오히려 꽃이 지고 달리는 열매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납작하며 타원형으로 생겼는데 가운데 씨가 들어있어 볼록하다. 씨앗 주변 납작한 부분이 날개가 돼 잘 익으면 멀리 날아가게 되는데, 날개가 파도처럼 굴곡이 있어 바람을 타고 빙글빙글 돌며 날아가게 된다. 단풍나무 열매처럼 즐겁게 놀 수 있는 자연놀이가 된다. 여름에 이 열매가 익으며 환한 연두색을 띠는데, 다발로 돼 있어 멀리서도 눈에 확 띈다. 기분 좋게 만드는 싱그러움이 달려있다. 그래서 요즘 가죽나무 열매보기에 푹 빠져있다. 가을이 깊어가며 다 익으면 붉은 갈색으로 변해 바람 좋은 날 날아가는데 때로는 봄까지 달려있기도 하다.
싱그러운 연두색 매력에 빠질 수 있는 가죽나무 찾기를 권해본다. 먹는 것만이 다는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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