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스포츠 중에 우리나라 국민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종목은 축구입니다. 매번 월드컵을 비롯한 큰 경기가 있을 때면 거의 모든 국민들이 축구 전문가가 되어 어떤 선수는 안 된다. 또 어떤 선수는 왜 선발을 안 하느냐며 큰 관심을 갖곤 하지요. 많은 사람들의 관심 아래 있는 이들의 생활은 참으로 고단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에요. 그런 가운데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선수들에 대한 선발라인이 예상을 빗나가면 별 문제가 없는데, 기막히게도 딱 맞아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이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거예요. 관심을 가지고 경기를 지켜보고 선수들의 기량을 눈여겨 봐왔기 때문에 객관적인 입장에서 현재 시점에서 가장 최적화 돼 있는 선수가 누구인지 잘 알고 말할 수 있는 것이거든요. 

물론 그 선수들을 조합하고 최고의 경기력을 이끌어낼 사람은 감독이지만 기본적으로 선수 개개인의 기량을 볼 수 있는 것이 팬들의 대단한 능력인 것입니다. 사실 아무리 날고 긴다 했던 전설적인 축구선수 펠레나 마라도나 아니면 차범근을 지금 데려다 선수로 기용한다면 결과가 좋겠습니까? 아마도 불 보듯 뻔한 결과가 나올 경기가 되고 말걸요. 하 하. 선수 선발의 가장 기본은 과거의 재능이나 유명세가 아닌 현재 누가 가장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만한 준비가 돼 있느냐 일겁니다. 그 준비라는 것은 쉬지 않고 계속 연습하고, 경기에 출전해서 실전감각을 유지하며 몸 상태와 기량이 최고조에 달해있는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일 거예요.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왕년에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했던 가수들이 새로운 곡을 몇 십 년 만에 내어놓고 컴백 무대를 가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가수들은 그야말로 제대로 된 무대를 보여주기보다는 추억을 되살려주는 역할밖에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지요? 과거에 아무리 뛰어난 무대와 연주를 보여줬던 사람일지라도 계속되는 연습과 실전무대가 있지 않으면 시대에 따라 바뀌는 트렌드를 읽어내기 어려울 뿐더러 자신감 넘치고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힘든 것이랍니다. 

그렇듯 수십 년 만에 나타나는 대부분의 가수들과 달리 칠순이 다된 나이임에도 변함없는 목소리와 기량으로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는 조용필이나 나훈아 같은 이는 정말 대단한 존재입니다. 지금까지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일정시간 계속해서 반복해서 연습한다는 그 대단한 두 사람 말이지요. 그렇게 반복해 만든 기량이 결국에는 무대에서 흔들리지 않는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 것입니다. 어떤 선수 출신 축구해설가 이야기대로 무대는 ‘경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증명하기 위한 곳’인 것입니다. 

지난번에 소개했던 리 리트너가 했던 말이 떠오르는군요. 무대에 올라가 있는 연주가들을 보고 “진정한 자기 연주스타일을 보여주고 싶다면 매일매일 연습하라”고 했습니다. 리 리트너도 무대에 있으면서 조용필이나 나훈아 같은 이가 매일 연습하고 그를 증명하는 것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나왔을 것이라고 저는 굳게 믿습니다. 이번 호에는 리 리트너 주위에서 그를 증명해 보이고 있는 또 한명의 아티스트 로버트 크레이(Robert Cray)를 소개합니다.

매일 연습하면서도 지루해 하지 않고 늘 웃음을 잃지 않는 생활을 해야 제대로 된 연주를 할 수 있다는 주의를 가진 그야말로 쟁쟁한 블루스 기타리스트이자 보컬리스트입니다. 어렸을 때는 그저 음악이 좋아서 주위 친구들과 어울려 연주를 즐겨하다가 고등학교 때 자기가 다니던 학교 축제에 공연 온 앨버트 콜린스(Albert Collins)의 기타 연주에 빠져들게 되지요. 그리곤 곧바로 블루스세계로 입문하게 되고 앨버트 콜린스를 따라다니며 기타를 배웁니다. 결국 1980년대부터 스티비 레이본과 함께 모던 블루스록의 한 축을 담당하며, 현재는 살아있는 블루스 음악의 전설 반열에 올라선 인물이 됐습니다. 로버트 크레이는 다른 블루스 연주자들과 비교하면 끈적거리거나 호소력 있는 분위기보다 목소리나 창법이 너무 부드럽고 세련되다 보니 블루스와 일반 팝뮤직의 경계에 서있는 뮤지션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선율적인 아름다움을 많이 갖고 있다는 평을 듣는 음악가입니다. 그러다 보니 블루스와 별로 친하지 않은 팝 팬들에게도 부담 없이 다가서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기타 연주는 부드럽지만은 않은 호소력 짙은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연주자이기도 합니다. 

2004년 에릭 클랩튼이 약물과 알코올중독 재활단체를 설립하고, 그 단체에 지원할 자선기금 마련을 위해 본인이 보기에 세계 최고의 블루스 기타리스트들만 선별해 크로스로드 기타 페스티벌을 개최하게 되는데, 로버트 크레이가 거기에 뽑혔다는 것 아닙니까! 8만여 명의 관중을 앞에 두고, 쟁쟁한 연주가들을 제치고 가장 인상적인 연주를 했다는 평을 받은 ‘Time Makes Two’를 보여주게 됩니다. 정통적인 블루스 형식을 유지하면서 스케일이 큼지막한 드러밍과 건반 연주 위에 로버트 크레이의 호소하는 듯한 보컬과 짱짱한 기타 솔로가 기가 막히는 조화를 보여주는 곡! 이번에 맛보실 곡은 ‘Time Makes Two’입니다. 

로버트 크레이- Time Makes Two 관련 동영상
https://youtu.be/Ttyud7AFX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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