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 받는 다문화 아닌 서로 돕는 이웃이고 싶어”

물방울 모양 아름다운 섬, 스리랑카 출신 이레샤(43·처인구 역북동) 씨는 15년 전 친구와 한국을 방문했다가 한국어의 매력에 빠져 그대로 이곳에 정착했다. 한국어를 공부할 때 우연히 만난 지금의 남편은 한국의 따뜻한 정을 알려줬던 고마운 존재다. 다른 나라 사람과 결혼해 타국에서 살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이제는 한국 사람과 아무 불편 없이 대화를 나누고 나름의 브랜드로 사업을 하며 아들의 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 부회장을 맡을 만큼 이곳에 완벽히 적응했다.

“아들이 3살 쯤 됐을 때 스리랑카를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엄마가 태어난 나라도 한국처럼 멋진 곳이라고 가르쳐주고 싶은데 딱 떠오르는 게 홍차였죠.”

스리랑카가 홍차의 본고장인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영국 차 정도로 알려진 홍차는 19세기 중후반 스리랑카 드넓은 차밭에서 생산돼 영국으로 수출됐다.

우리나라에서 홍차 밀크티로 시중에 판매돼 이름이 익숙한 ‘실론티’ 역시 1972년까지 스리랑카의 이름이었던 ‘실론’에서 유래됐다. 실론티는 짙고 아름다운 색과 깊은 풍미로 유명한데 아무리 진해도 쓴맛이 나지 않고 특유 향긋하고 감미로운 향은 오래 남는 게 특징이다.

이레샤 씨는 자국의 자랑인 실론티를 한국인들에게 보다 싸고 신선하게 보급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2013년 직접 스리랑카에서 홍차를 수입하고 유통하는 사업을 시작했어요. 홍차가 수입 관세도 비싸지만 중간 유통 때문에 가격 거품이 있어요. 저는 직접 수입해서 품질 좋은 홍차를 좋은 가격에 내놓을 수 있었죠.”

스리랑카의 엄선된 홍차 농장에서 직접 찻잎을 공수해 오는 ‘랑카티스’는 실론티를 저렴하게 또 다양하고 신선하게 맛볼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이미 차를 좋아하는 마니아들에게 입소문이 나있다. 스리랑카 사람들이 자국을 부르는 일종의 애칭인 ‘랑카’를 붙여 만든 이름도 입에 착 붙는다.

타지에서 언어와 외로움과 싸우며 힘들 법도 한데 이레샤 씨는 늘 씩씩했다. 한국에 있는 스리랑카 친구들과 함께 돈을 모아 자국에 학교를 설립하고 지난 세월호 참사 때는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단원고에 200만원을 성금으로 보내기도 했다. 늘 이웃에 베풀기를 좋아했던 친정 엄마의 영향이란다.

“어렸을 적 엄마는 고아원에 옷과 맛있는 요리를 보내곤 했죠. 물론 한국에서 삶이 때론 힘들지만 저도 엄마처럼 베푸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다문화 가정하면 ‘지원 정책’이 떠오르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레샤 씨는 도움을 받기만 하는 타국민이 아닌 힘들 땐 서로 돕는 ‘이웃’이 되고 싶었다.

아직 어리지만 아들 역시 그런 엄마의 모습을 배우길 바란단다. 남들과 다른 생김새로 위축되기보다 스리랑카를 친구들에게 자랑스럽게 알리고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은 돕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아들과 함께 스리랑카를 오가며 랑카티스 사업을 하는 게 꿈이에요. 첫 시작은 아들에게 엄마의 나라를 잘 알게 하고 싶었던 목적이었지만 더불어 한국인들에게 스리랑카를 알릴 수 있는 역할을 아들과 함께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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