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평온의숲 지나친 규정에 유족 불만
유가족 배려하는 운영 방식 찾아야 

사진 2매 외 유품 등 모든 장식을 제한하고 있는 용인 평온의숲 봉안당 모습

# 지난해 안타깝게 세상을 등진 가족을 용인 평온의숲에 봉안한 수지구 상현동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밤새 쓴 편지를 봉안당 안치단에 붙이고 나오는데 한 직원이 “거기에 편지를 붙이면 바로 떼겠다”고 경고한 것이다. A씨는 “유족에게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을 이겨내는 방법 중 하나가 봉안당에 꽃이나 편지를 두는 것 아니겠느냐”며 “시 예산으로 운영되는 공설임에도 시민 편의가 아닌 직원 편의에 중점을 두고 하는듯 느껴졌다”고 씁쓸해 했다.

시립장사시설인 용인 평온의숲 운영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동면 어비리 60만㎡ 부지에 조성, 용인도시공사가 2013년부터 위탁 운영 중인 용인 평온의숲은 화장로 11기, 봉안당 4만3700구, 자연장지 2만7000구와 장례식장 12실을 갖추고 있다.

용인 평온의숲은 운영 초기부터 각 봉안당에 붙일 수 있는 사진을 2매로 제한하고 교환을 허용하지 않는 등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조화나 유품 보관도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전면 금지한 것이다.

하지만 지나친 제한에 유족과 직원 간 갈등은 끊이지 않는다. 계속된 사진 교체 등 민원에 평온의숲은 곳곳에 ‘사진 교체, 유품 안치 불가’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배치하고 있을 정도다. 안내문에는 “안치단 사진이 완착 됐음에도 교체를 요구하여 ‘남을 배려하지 않는’ 유가족으로 인해 고인 안치 업무에 지장을 받고 있다”며 “본 시설은 사진이 아닌 고인 안치가 최우선인 시설이므로 참고해 달라”라고 쓰여 있었다.

평온의숲에서 만난 한 유족은 “처음 안내문을 보고 불쾌한 마음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유족들이 고인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하는 행동들이 무조건 ‘남을 배려하지 않는’ 행위로 규정될 수 있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관계자는 “유족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려면 관리인들이 고인 안치보다는 다른 곳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면서 “평온의숲 운영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른 장사시설을 이용하셔야 한다. 유품, 소장품, 조화 안치 불가 방침 덕분에 오히려 타 장사시설보다 깨끗하다는 평을 많이 듣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연화장 한 봉안당 안치단에 고인이 된 어머니에게 쓴 편지가 부착돼 있다.

 

그러나 수원시 영통구 하동에 위치한 수원시립장사시설인 수원연화장의 봉안당 모습은 사뭇 달랐다. 각 봉안당 안치단은 유족들이 고인이 생전 좋아했던 물품을 넣어놓거나 편지, 조화 등을 자유롭게 남겨 놓은 모습이었다. 수원연화장에서 만난 한 유족은 “한동안은 고인을 모신 이후 안치단을 꾸미는 일이 유일한 위로였다”면서 “지금도 생각날 때면 한 번씩 찾아와 꽃을 바꿔주거나 손주들 편지를 붙여놓고 간다. 음식이나 썩을 수 있는 물품은 제한하고 있어 위생상이나 관리에 문제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수원 연화장 관계자는 “사람이 옷을 입고 치장하듯, 유족들이 고인에게 그런 의미로 꽃을 달거나 꾸며준다고 생각한다”면서 “매일 두세 번씩 직원이 돌며 관리를 하고 있다. 그만큼 손이 가지만 유족 서비스 차원에서 외관 조화 장식이나 사진 등을 붙일 수 있도록 허용한다. 대신 장식물의 관리와 부착은 유족들이 직접 하고 이에 대한 책임은 유족이 지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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