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이상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유난히도 힘든 여름입니다. 날씨가 이러하니 사람들의 정신상태도 온전치가 않은 것인지…. 올여름은 정말이지 잔인한 방법으로 키우던 반려견을 유기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쉽게 들어가기 어려운 개천가 아래서 유기견이 발견되기도 하고, 뙤약볕 아래에 묶어두고 가버리기도 합니다. 

이 세 마리 시추들은 섭씨 40도 가까운, 내리쬐는 뙤약볕을 맞으며 전봇대에 묶여서 이틀이나 방치됐답니다. 암컷 한 아이와 수컷 두 아이. 엄마와 아빠 그리고 아들일까요? 아무래도 상관없겠죠. 한집에서 키우다 버려진 아이들로 추정되기에 가족입니다. 
반려견을 키울 능력이 되지 않으면 시작하지 않았어야 할 일. 그것도 세 마리씩이나 키우다가 이렇게 살인적인 더위에 전봇대에 묶어두고 가버린 인간의 무책임과 잔인한 처사에 분개하지만, 세 녀석이 각각 뿔뿔이 흩어지지 않고 보호소로 함께 들어올 수 있던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길 일입니다. 
한 분양장 안에서 꼬질꼬질한 하네스를 차고 앉아 서로를 의지하듯 세 아이의 모습이 한없이 서글프고 처량해보였습니다. 하지만 정작 이 아이들은 ‘우리는 셋이라서 괜찮아’라는 듯이 비교적 꿋꿋하고 밝은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었습니다. 되도록 세 녀석이 헤어지지 않고 한 가정으로 입양 가서 살게 되는 것이 우리 모두의 바람이지만 그렇게 입양 보내는 일은 쉽지 않을 것만 같았습니다. 

반려견을 세 마리나 키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반려견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병들고 아프기 마련이고, 반려견을 가족으로 함께하는 반려인의 책임에는 아플 때 치료해 줄 수 있는 경제적인 부분도 포함돼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안타까운 고민을 날려주는, 무더위 중 소나기 같은 기쁜 입양 신청이 들어왔습니다. 여목사이신 신청자는 입양했던 유기견이 하늘나라로 떠났고, 그 빈자리가 힘드셨다며 세 아이 모두를 입양해 주시기로 했습니다. 목사님 댁으로 가게 된 아이들은 병원 검진이 우선이었고, 전 주인이 관리해 주지 않았던 듯 상처 있는 눈동자, 치석이 낀 치아 등 한 곳 한 곳 세심한 사랑의 손길로 치료와 더불어 행복한 삶을 시작했습니다. 

목사님은 폭염을 피해 새벽 일찍이 세 아이 산책을 시켜주신답니다. ‘새벽 일찍’ 을 강조하십니다. 낮엔 너무 더워 그런다고 말씀하시지만, 살인적인 뙤약볕 아래 이틀간 묶여있던 아이들의 고통이 떠올라서 더욱이 그러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내가 강쥐들을 구해준 것이 아닌, 사실은 강쥐들이 내게 큰 기쁨을 준 것이다”라는 말씀은 맘에 와 닿는 성경구절 혹은 설교 말씀만큼이나 감동적이고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뙤약볕 아래 전봇대에 묶여서 우리주인은 언제 오나 이틀 동안 하염없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이들. 그러다가 더위와 배고픔, 목마름에 지쳐 고개를 떨궜던, 폭염에 시들어가던 아이들. 이제는 든든한 주인의 울타리 안에서 태양을 향해 한껏 고개 쳐들고 밝게 웃는 모습이 싱그러운 한떨기 해바라기 꽃송이들 같지 않습니까?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