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사과밭. 주렁주렁 달린 빨간 열매에서 향긋한 향기가 풍겨 온다. 노랗게 물든 은행잎은 바람결에 사그락 사그락 속삭인다. 그 소리에 온갖 기교를 섞은 새소리까지 더해지면 자연이 선사하는 기가 막힌 콘서트다.’

미술계에서는 풍경화가로 통하는 용인작가 신인숙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금방이라도 짐을 싸 시골로 달려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녹색을 참 잘 쓰는 작가’ 신 작가는 평론가들로부터 자연에 있는 그대로의 녹색을 구현해내는 작가라는 평을 받고 있다. 작가마다 그림마다 풍기는 느낌은 다르기 마련인데 신 작가는 ‘평화로움’ ‘고즈넉함’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서정적인 작가에 속한다.

최근 현대 회화작품들이 재료와 기법에 한계를 두지 않고 다양한 도전을 보이고 있는 추세라면 신 작가의 작품은 오히려 전통적 회화 기법을 묵묵히 이어오고 있다.

“요즘 젊은 작가들 작품을 보면 멋지잖아요. 근데 이상하게 저는 그런 것보다 그저 자연을 화폭에 담는데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자연이 눈앞에 펼쳐졌을 때의 감동은 누구나 한번쯤 느껴봤을 것이다. 신 작가는 그 감동을 화폭에 담아 많은 이들에게 그대로 전하고 싶다고 했다. 4계절을 화폭에 담기 위해 전국의 산과 들, 바다 안 가본 곳이 없다. 어디로 가면 어떤 풍경을 담을 수 있을 지를 꾀고 있을 정도다. 이른 봄엔 배꽃을 그리러 안성, 산수유는 이천이나 제천, 여름 푸르른 들판은 양평, 사과밭은 충주, 복숭아밭은 진천 등이다.

“부지런해야 해요. 아침 일찍 짐을 싸서 그림을 그리러 떠나죠. 높은 곳에 올라갈수록 풍경이 멋져서 위험한데도 자꾸 올라가게 돼요. 야외로 다니니까 봄이나 여름엔 뱀 조심해야 하고요. 모기 같은 벌레도 신경 써요. 이번 같은 폭염엔 그림을 그리다 더위를 먹기도 했죠. 그렇게 고생해도 자연은 같은 풍경도 계절에 따라 시간에 따라 다른 색을 내는 게 매력이라 멈출 수가 없네요.”

신 작가의 또 다른 재능은 누군가에게 그림을 가르치는 일이다. 젊은 시절 중·고등학교에서 미술교사로 재직했고 이후엔 10년 넘게 강남시니어플라자에서 유화 아크릴화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수많은 제자를 만났고 때로는 작가로 데뷔한 제자와 함께 활동을 하기도 한다. 제자들 그림을 보면 어떤 부분에 힌트를 주면 능력을 더 발휘할 수 있을지 훤히 보인단다.

꾸준히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해온 신인숙 작가는 내년 2월 프랑스 ‘앙데빵’ 전을 준비 중이다. 앙데빵 전은 세계 작가들이 한데 모여 다양한 분야, 다양한 화법으로 작품을 선보이는 미술전이다. 신 작가와 비슷한 화풍의 작가 3~4명이 100호 사이즈 작품을 출품하기로 뜻을 모아 이뤄졌다.

“구상까지 마쳤고 지금 스케치 작업 중이에요. 기대되면서도 또 잘 해야겠다는 부담도 되는데요.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을 전하고 올 신 작가의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작가의 부담이 커질수록 감동은 더해지리라. 내년 2월 소식이 벌써부터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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