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달기 행사 소식을 듣고-

반가웠다. 얼마 전 용인시민신문에서 ‘광복 73주년기념 태극기 달기 행사’라는 광고를 보았기 때문이다. 광복절을 맞아 각 행사장에서 가정용 태극기를 선착순으로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민족통일 용인시협의회에 감사를 전한다.

‘태극기 사랑! 나라사랑! 통일을 준비합시다’ 라는 말속에서 며칠 뒤에 있을 8·15 광복절 태극기를 내걸어야겠다는 마음(애국심)을 북돋아주는 것은 물론, 가정용 및 차량용 태극기까지도 무료로 증정한다고 하니 그저 휴일로 여겨 온 필자의 게으름에 일침을 주는 듯해 다시 한 번 협의회에 큰 박수를 보낸다.

하긴 ‘이런 경축일이면 국기인 태극기를 게양해야지’ 하다가 저 남쪽 제주도의 어린 ‘하늘이’ 생각난다. 3·1절 아침 아홉살 ‘하늘이’는 태극기를 내걸어야 한다며 서둘러 받침대를 창가로 끌어다 놓고 그 위에 올라갔지만 실족해 8층에서 떨어져 숨졌다. 이 기사를 본지도 10년도 넘으나 국경일, 태극기 걸기, ‘하늘이’로 이어지는 연상작용에 ‘하늘이’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밖에도 태극기에 얽힌 이야기가가 더러 있을지 모르나 이처럼 슬픈 이야기는 아직껏 들어 본일 없고 이후로도 이런 슬픈 이야기는 없기를 빌어본다.

얼마 전 국기함을 만지는 필자에게 손녀가 “할아버지, 왜 우리나라 국기를 태극기라고 불러요?” 하고 맹랑한 질문을 해왔다. 제법 어른스럽게 보였다.

“국기(國旗)는 우리나라를 알리는 기(旗)이고 태극기는 우리나라 국기 이름이야, 네가 아는지 모르나 미국 국기 이름은 성조기고, 영국 국기 이름은 유니언이야. 일본 국기는 일장기이고 중국 국기는 오성홍기, 프랑스는 삼색기, 북한은 인공기, 브라질은 금록기란다. 너도 ○○○이라는 이름이 있듯이” 하고 쉽게 알려줬다. 

“다만 먼지 쌓인 장롱 위나 손이 잘 닿지 않은 서랍구석에 쑤셔 박아두었다가 국경일이면 꼬깃꼬깃 더러워진 태극기를 그대로 내거는 것이 너나없이 태반인데, 그래도 외국 여행 중 태극기를 마주치면 왜 가슴이 뭉클해지는지 모르겠어. 특히 외국 그라운드 위에서 뛰는 선수들 위에 펄럭이는 태극기를 보면 왜 가슴이 뜨겁게 타오르고 더 열정적으로 응원하게 되는 지 나 자신도 모르겠더군” 하고 말하는 S박사의 말.

“이것은 태극기가 5000만 대한민국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힘을 주는 에너지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래서 태극기 사랑은 국력일 것입니다”라고 축구 선수 C는 명답을 내놓았다. 선수 이야기가 나오니 2010년 벤쿠버 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m 계주선수들은 가장 먼저 결승선에 들어오고도 실격되자 실망한 나머지 들고 있던 태극기는 자연스레 깃봉과 함께 빙판 위에 나 뒹굴었고 이리저리 끌려 다녔다. 이를 본 관중들은 ‘저걸 어쩌나’ 하면서 안타까워했고, 실격했더라도 들고 있던 태극기를 적절한 자리에 놓고 나서 울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출국 전 선수들이 ‘대한민국 국기법’ 제10조를 읽고 알고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엉켜 아쉬웠다는 현장 취재기자의 말이 생각난다.

또 하나 요즘 전 세계의 큰 이슈였던 6·25 참전 미군 유해 송환 뒤 유해의 DNA 감식을 맡은 북한 출신 교포 제니 진(한국명 진주현) 박사의 국기 사랑 소식을 듣고 그저 흘려버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우리 국기가 아닌 미국의 성조기이지만 진 박사는 55구 유해를 실험실에 옮겨 놓을 때는 항상 성조기를 유해(시신) 건너편에 놓는다고 한다.

“이미 죽어 백골이 됐지만 만일 그들이 부활하듯 침대에서 일어났을 때 맨 처음 성조기를 볼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란 뜻깊은 박사의 말은 국기인 태극기를 어떻게 다뤄야 한다는 지침을 우리 모두 알아야 할 것 아니냐고 모두에게 묻고 싶어 몇 마디 보탠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