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많이 안다는 것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필자는 가끔 ‘음악을 많이 아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곤 합니다. 아무래도 일반인들보다 음악을 접하는 시간이 많고, 음악 듣는 것을 즐겨 하다 보니 그런 평을 받는 것이 자연스러워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에 지인을 통해 처음 만난 분이 있었는데, 그 분도 나름 음악을 많이 듣고 많이 알고 있다고 주변에서 인정(?)했던 모양입니다. 그런 분이 예전에 음악방송도 하고 음악 관련 칼럼도 쓴다는 이야기를 지인에게 전해 듣고서는 은근히 대화 주제를 ‘어디 얼마나 음악을 아는지 한번 보자’ 하는 식으로 시험을 보는 듯한 방향으로 몰더군요. 사실 저는 이런 식의 대화를 무척 피곤해 합니다. 선호하는 음악으로 그 사람의 수준을 정해 버리는 듯한 그런 생각은 물론, 내가 이만큼의 내공을 지녔는데 넌 어떤가 보자는 그런 치기도 무척 싫어하는 편이지요. 그래서 대화 주제를 다시 음악이 아닌 일상적인 대화로 돌리자 나중에 들리는 이야기는 ‘별 것도 아닌 것이…’라는 평이었더군요. 하 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는 하루에도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여러 장르의 대중음악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가히 여름날의 빗줄기만한 그런 엄청난 양입니다. 하지만 듣는 이들의 성향은 대부분 자기가 좋아하는 장르나 곡을 일정기간 반복해서 듣게끔 돼있지요. 그 많은 종류의 음악들을 모두 좋아하고 듣게 되지 않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자기 취향의 음악이 형성되다 보면 다른 곡이나 장르에도 귀를 여는 여유가 생기게 됩니다. 필자도 아주 어렸을 때 ‘폴 모리아’나 ‘아바’, ‘엘튼 존’. ‘사이먼 앤 가펑클’ 등의 노래를 듣다가 록과 헤비메탈에 빠져 있다 잠깐 크로스오버를 맛보고는 블루스로 옮겨 탔지요. 그러다가 십수 년 전부터 재즈 쪽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중입니다. 그 순서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지 모르지만 지인들은 거의 제가 밟아온 순서를 그대로 함께한 경우가 많습니다. 필자에게 가끔 좋은 재즈곡을 소개해주는 선배 한 분은 이제 트로트곡이 너무 좋다면서 트로트 예찬론자가 돼버린 경우도 있습니다.

재즈를 알고 싶어 하는 분들이 의외로 참 많더군요. 그래서 제게 좋은 재즈곡을 좀 소개해달라는 분들이 가끔 계시는데, 재즈라는 것도 뭐 그 안을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로 세분화 돼 있기에 원하는 분의 취향을 모르는 상황에서 어떤 곡을 소개해야할 지 곤란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록을 좀 들었다고 하는 분들에게는 록과 유사한 스타일인 록 퓨전재즈를 권하곤 합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록과 재즈가 섞인 음악이라고 이해하면 좋을 듯한 장르입니다. 그 퓨전재즈 음악 중에 리 리트너(Lee Ritenour : 요즘은 리 릿나워로 읽더군요)의 곡들이 가장 적절하다 생각하고 소개하는데 반응이 꽤 좋더라고요.

기타에 신시사이저를 부착한 채 연주하는 캡틴 핑거 리 리트너는 참 대단한 기록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5살 때부터 기타 연주를 하기 시작해서 13살 때부터 돈을 받고 연주하는 정도가 됐고, 16살 때는 그 유명한 그룹 Mamas & Papas에서 세션을 하기도 했다네요. 대학에서도 기타를 전공하며 21세에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한 기록을 가지고 있어요. 또 스틸리 댄, 스탠리 클락, 칼리 사이먼, 핑크 플로이드, 스티비 원더 등 많은 뮤지션들을 세션해 주기도 하며 현재까지 3000회가 넘는 세션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아주 잘 팔리는 기타리스트이기도 합니다. 리 리트너가 2010년에 기타리스트로 데뷔한지 50년을 맞아 재즈, 블루스, 컨트리, 록, 어쿠스틱, 클래식 등 6개 분야 세계 최고의 연주자들을 모아 기념으로 프로듀싱해서 내 놓은 음반이 있어요. 그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조지 벤슨, 존 스코필드, 스티브 루카터, 마이크 스턴, 캡 모 등 장르를 초월한 20명의 기타리스트입니다. 그 중 눈에 띄는 곡 하나가 트레이시 채프먼의 ‘Give me one reason’이었습니다. 아, 글쎄 이 곡을 함께 연주한 이가 1980년대 중반 스티비 레이본과 블루스 부활의 한 축을 담당했던 로버트 크레이와 블루스기타의 신성 조 보나마사가 아니겠어요? 얼른 곡을 빼내어 들어봤더니 세상에나 ‘역시!’ 하는 느낌이 팍 오는 기가 막히는 곡이었습니다.

정재근

일단 연주 자체가 정말 블루지 하고요. 세 명의 거성들이 저마다 도드라지지 않게 조화를 이루면서 펼쳐내는 연주는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그리고 허스키한 남성의 목소리로 듣는 ‘내가 여기에 머물러야 하는 이유를 한 가지만 대봐요’라는 가사는 더 끈끈한 호소력이 묻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더 관심이 가게 하는 것은 곡 전체를 잇는 리 리트너와 조 보나마사의 연주 가운데에서 파퓰러한 선율적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로버트 크레이의 아기자기한 선율입니다. 로버트 크레이와 같은 연주는 기타 줄을 잡아채어 강하게 뜯어내는 또렷하게 연주하는 스타일을 가진 반면, 목소리나 창법이 너무 부드럽고 세련되다 보니 블루스와 일반 팝뮤직의 경계에 서있는 뮤지션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 사람이거든요. 그런 그가 쟁쟁한 기타쟁이들과 어떻게 조화를 이뤘을까 하는 기대감에 이 곡을 한 번 더 듣게 만들었습니다.
원곡 자체도 훌륭하지만 세 명의 날고 긴다하는 기타리스트가 만들어낸 조화를 여러분도 한번 기대를 갖고 들어보시지요.

리 리트너의 Give me one reason 들어보기
http://youtu.be/dvpYGc7F35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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