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가 없는 도심을 걷고 있는 시민들이 내리쬐는 햇빛을 막기 위해 양산을 이용하고 있다.

폭염이 20일 넘도록 이어지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에어컨을 켜 둬 외부에 있는 실외기는 연신 더운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제각각 햇볕을 피하기 위해 양산 등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마저 없는 사람들은 건널목 주변에 간헐적으로 설치된 그늘막에 서서 잠시 땀을 식히고 있다. 

하지만 정작 용인시 도심지를 다니다 보면 더위를 피할 만한 가로수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용인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용인 3개구별 심겨진 가로수는 처인구가 2만3000여주로 가장 많으며, 기흥구와 수지구가 각각 1만9000, 1만2000여주 정도다. 여기에는 용인시가 도로 개설 및 하천 정비사업을 통해 직접 조성하거나 공동주택 등을 통해 기업이 무상 기증해 관리되고 있는 것들이다. 

용인시 곳곳에 식재된 가로수 현황을 인근 자치단체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가로수를 식재하는 목적을 살릴 수 있을 만큼 충분하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용인시도 긍정적으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요즘같이 폭염에 가로수가 도심 온도를 낮출 수 있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일부지역에서 가로수가 있지만 당장 그늘을 만들기에는 역부족일만큼 가지가 짧게 잘려져 나갔다

시 관계자는 “가로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수량도 많아야 하지만 심는 공간도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라며 “하지만 공동주택 사업 이후 시에 귀속되는 가로수 대부분은 좁은 인도에 심어 열섬방지에 효과를 내는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도로 양쪽에 식재된 가로수들은 무분별한 가지치기로 그늘을 만들지 못하는 가로수로 전락 됐다. 실제 기자가 신갈오거리 주변을 확인한 결과 오거리에서 한국민속촌 방향에는 도로 양쪽에 가로수가 식재돼 있었지만 가지 대부분이 짧아 가로수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수지방향으로 향하는 도로 상황은 더 심각했다. 상가건물이 있는 방향은 가로수가 아예 심겨져 있지 않았으며 반대쪽에 심은 나무들 역시 시민들이 쉴 수 있는 그늘 공간을 만들기에는 가지가 충분하지 못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도로변 상인들의 민원을 우려해 가로수 가지를 심할 정도로 짧게 잘라버리는가 하면, 일부 지역에는 식재조차 하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시는 그럴 가능성은 낮단다. 

시 관계자는 “상인들이 간판이 가려지고 장사에 피해를 준다고 가로수를 철거해달라는 민원이 많긴 하지만 그것 때문에 나무를 가지치기하고 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신갈오거리에서 민속촌으로 가는 방향에 심겨진 가로수. 대부분이 폭염을 피할 만한 그늘을 만들기에는 역부족일 만큼 가지가 초라하다.

모든 정황을 정리하면 가로수 관리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건 자치단체의 의지다. 더운 지역으로 잘 알려진 대구는 최근 몇 년 동안 도심 속 가로수 심기 사업을 통해 도심 온도를 다소 낮췄다는 보도를 흔히 볼 수 있다. 인근 수원시도 좁은 인도를 활용하지 못하자 차도 중앙선을 이용해 가로수를 심는가하면, 가로수 종류도 관리가 편한 것이 아니라 실용적인 것으로 전환하는 계획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심 주변 상인들의 적극적인 이해도 요구된다. 특히 공동주택 주변 도로의 경우 정해진 범위 내에서 가로수를 심어 실제 가로수의 역할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인데다. 이후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아 고사 직전에 있는 경우도 빈번히 목격되기도 한다. 

기흥구 신갈오거리 건널목 그늘막에서 만난 윤재술(66‧여)씨는 “불과 몇 십년 전까지만 해도 큰 나무들이 주변에 많았는데 요즘은 다 없어지고 새끼만한 (가로수)나무만 남았다”라며 “한창 더울 때는 나무라도 많으면 덜 더울 것 같은데 요즘 같은 여름에는 다니기가 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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