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년 전 이방인의 코리아 방문기

 

경기 정명 1000년과 고려 건국 1100주년을 맞아 900년 전 이방인이 고려를 방문하며 보고 듣고 느낀 점을 기록한 보고서를 주제로 한 특별한 전시가 열린다. 
경기도박물관(관장 박희주)은 ‘900년 전 이방인의 코리아 방문기, 고려도경’전을 연다. 1123년 중국 송나라 사신 서긍(1091~1153)이 사절단의 일원으로 고려를 방문하고 돌아가 황제에게 올린 출장보고서인 <고려도경>을 주제로 한 전시다. 
이 책은 중국인의 시각으로 본 고려사회와 12세기 고려의 문물과 풍습을 글과 그림으로 생생하게 담은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편찬되고 얼마 되지 않아 원본이 유실되면서 그림은 없어지고 글만 남아 있다.   
중국인 서긍이 고려를 방문한 12세기는 ‘위기와 번영’이 공존한 시기이자 정치적으로 고려의 전환기였다. 고려는 유연하고 실리적인 외교정책을 펴며 활발한 대외무역을 통해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고 능력 있는 장인을 발탁해 독창적인 문화로 발전시켰다. 내부적으로는 각종 제도가 정비되고 경제력이 증가하면서 고려의 귀족문화 절정기였다.
전시는 크게 4개의 주제로 구성됐다. 1부 ‘서긍의 고려도경’에서는 송나라 사절단의 방문일정과 <고려도경>을 편찬한 과정을 영상과 패널로 설명했다. 혼란했던 동아시아 국제정세에서 화친을 위해 고려를 방문했던 서긍 일행의 의도와 고려, 송, 거란, 여진의 외교관계를 엿볼 수 있다. 2부 ‘수도 개경’은 서긍이 한 달간 개경에 체류하면서 참석한 공식행사와 보고 들은 내용을 소개했다. 
3부 ‘고려인의 풍속’은 고려의 귀족과 서민의 생활에 대해 다뤘다. 서긍은 고려를 다른 이민족과는 달리 정신과 물질문화가 잘 정비된 사회로 봤다. 전시에서는 중국문화와 토착문화를 융합해 이뤄낸 고려문화의 개방성과 역동성을 소개했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고려청자를 비롯해 차·술·향약, 음식과 그릇, 불교, 장례, 도량형 등 다양한 유물을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 4부 ‘비색청자와 세밀가귀’는 중국인도 부러워한 고려문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천하제일로 불리던 고려의 비색청자와 세밀하고 귀했던 금속공예품 그리고 고려의 불교를 대표하는 초조대장경과 불화가 공개된다. ‘대방광불화엄경 제1권’(국보256호)과 ‘수월관음도’(보물1426호) 등 대표유물은 화려했던 고려문화의 절정기를 느낄 수 있다. 수월관음도는 유물의 훼손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 개막 후 2주 동안만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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