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의회에 집행부 공무원들도 우려 시선

24일 열린 용인시의회 경제환경위원회 회의장. 이날 회의는 애초 예정된 시간보다 30분 가량 늦춰 시작됐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불참해 자리가 비어있다. 빈자리 뒷편에는 이날 진행된 추경 예산안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10여명의 공무원이 자리를 하고 있다.

제 8대 용인시의회가 임기를 시작한지 한 달이 다됐지만 여전히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용인시의회 사상 처음으로 야당 소속 의원이 참석하지 않은 상황에서 개원식이 열렸는가 하면, 올해 첫 추경 예산 심의마저 민주당 소속 의원만 참석한 채 진행됐다. 그 사이 용인시가 올린 조례 개정안 등 32개 안건이  통과 됐으며, 시가 편성한 추경예산은 자유한국당 의원의 심사 없이 진행됐다. 

◇추경 세입‧세출 회의 열린 의회 현장은=의회의 역할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예산 감시다. 시민들의 혈세를 적절하게 사용하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특히 본예산이 아닌 추경예산의 경우는 시급을 요하는 사업 예산이기 때문에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하지만 2018년 첫 추경 세입세출 예산을 두고 열린 용인시의회 4개 상임위 회의장은 말 그대로 혼란 자체였다. 

24일 회의는 오전 10시에 개의될 예정이었지만 30분가량 지난 뒤에야 시작됐다. 일반적으로 당일 논의될 현안 중 여야간 이견이 있을 경우 조율 과정 차 다소 지연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날 회의는 원구성과 상임위 배정에 문제제기를 하며 개원식부터 의회일정을 거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회의장 출석 자체가 불투명해 지연됐다. 

그 사이 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추경심사의 필요성 등을 감안해 회의 참석 유무를 두고 당내 논의를 진행했지만 불참 결정을 내렸다. 앞서 한국당은 20일 이건한 의장에게 합의 없는 상임위원회 배정과 3선 의원에 대한 희망 상임위 묵살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그러나 24일 상임위 회의 예정 시간 10시를 넘겨서야 질의에 대해 답변한데다 유감 표명은 고사하고 질문에 대한 답 대신 절차에 대한 설명에 그쳤다며 회의 불참을 선언한 것이다.

이날 오전에 만난 한국당 한 다선 의원은 “민주당이 우리가 요구한지 여러 날이 지났는데 논의에 전혀 나서질 않다 서면으로 답을 줬다”라며 “이에 당 내부에서는 추경심사 참여를 두고 회의를 했지만 불참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한국당 개점휴업 상태로 의회 공회전이 길어지자 다수당인 민주당  책임론이 더욱 고개를 들고 있다. 의장을 배출한 다수당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24일 열린 첫 추경심사에서도 민주당은 불안한 외발주행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날 한국당이 회의 참석을 위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동안 민주당 소속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상임위가 열렸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한국당 의원들이 최소한 추경심사에는 참석하는 것이 옳다고 질타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다수당인 민주당이 20일이 넘도록 난항을 겪고 있는 의회를 원상회복 시키려는 노력보다는 일방적으로 의회를 파행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지적도 팽팽하게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원 구성 현황을 보면 아무리 민주당이 다수당이라고 해도 너무 일방적”이라며 “한국당에 대한 배려나 존중도 부족하며, 특히 문제를 해결하려는 소통은 빈곤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24일 추경예산 심사를 위한 상임위원회 개의가 지연되자 공무원들이 복도에서 회의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여야 각자행동에 공무원 5분 대기조=19일 제226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 앞서 열린 8대 용인시의회 개원식. 개원을 축하하는 차원에서 백군기 신임시장을 비롯해 부시장, 국장급 이상 공무원 등이 참석했다. 하지만 의장단 등 원구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애초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던 개원식은 무려 8시간이 늦춰진 오후 6시가 다돼 진행됐다. 그 사이 백 시장은 수차례 이동을 반복하는가하면, 일부 공무원은 상당 시간을 본회의장에서 대기하는데 보냈다. 사실상 이들 공무원 하루 일정이 대기로 마무리 된 것이다.  

24일 열린 상임위 회의장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애초 10시부터 열릴 예정이던 상임위는 30분가량이 늦춰져 진행됐다. 그 사이 상임위 회의장이 있는 시의회 건물 2층에는 100여명이 넘는 공무원이 무리를 지어 대기하고 있다. 특히 8대 시의회부터 상임위 수도 1곳이 늘어 4개가 운영된다. 이에 상임위별 관할 부서도 세분화돼 대기 공무원 수도 늘어나게 된 것이다.

시 한 팀장급 관계자는 “정당 간 의회 일정을 조율하지 못해 회의 시작 시간이 늦춰지면 수십명에 이르는 공무원은 그 시간동안 대기를 해야 한다”라며 “하루 업무가 완전히 마비되는 경우도 많다. 시급하거나 돌발적인 상황이 아닌 이상 공무원도 대비할 수 있도록 일정을 조율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24일 추경예산 심사를 위한 상임위원회 개의가 지연되자 공무원들이 대기 공간에서 회의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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