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철이 다가오면서 몸에 좋은 보양식을 찾기도 한다. 경험적으로 많은 열량의 보양식이 내려오고 일부 전통의학에서 사용되기도 한다. 녹용, 웅담을 먹거나 뼈를 다치면 사골 국물을 먹는 것이 대표적인 경험 중의 하나일 것이다. 몸의 장기와 동물의 장기를 유사하게 여기어 같은 부위를 먹으면 몸이 건강해진다는 생각은 전 세계적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었고, 근현대에 걸쳐 많은 연구가 진행되면서 대부분 오해나 효과가 없었던 경우도 있지만 정말 유효 성분이 밝혀지는 사례도 있다.

19세기 후반 프랑스의 유명한 의사 세카르는 72세의 나이에 기니피그의 고환 추출물을 스스로 주사한 후 회춘했다고 발표했다. 세카르의 주장은 의료계뿐 아니라 대중에 큰 영향을 줘 많은 의사들이 회춘 주사를 처방하기에 바빴다고 한다. 세카르의 영향으로 동물 장기에서 물질을 추출해서 몸에 변화를 주는 물질을 찾아내는 연구가 유행했다. 스웨덴의 티커슈테트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스웨덴 스톡홀롬의 생리학 교수였던 티거슈테트는 1897년 모스크바학회에서 발표할 논문이 필요했는데 신장 추출물연구를 계획했다. 의과대학생인 베르그만과 함께 진행된 연구는 토끼 신장의 표면 부분을 물에 녹여 추출해서 다른 토끼에 주사하는 방식이었다.

1896년 11월 8일 토끼의 신장을 찬 물에 녹여서 추출한 물질을 다른 토끼의 경정맥에 주입하자 80초 이내에 혈압이 62-67mmHg에서 100mmHg로 상승했다. 이후 다른 실험에서도 혈압은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신장 표면에서 추출된 물질이 토끼 혈압을 높이는 간단한 결과였다.
티거슈테트는 이 물질을 신장에서 기원된 물질이라는 뜻으로 ‘레닌(renin)’이라고 명명했고, 모스크바 학회에서 발표했다. 신장에서 혈압 상승 물질을 발견했지만 혈압이 높은 것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1900년대 초까지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레닌을 발견한 티거슈테트와 베르그만 역시 후속 연구를 진행하지 않았다.

1930년대까지만 해도 혈압이 높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또한 티커슈테트와 베르그만의 연구와 달리 신장이 손상돼도 혈압이 상승하는 현상이 관찰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1930년 골드블랫은 신장을 직접 손대지 않고 신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을 묶어보자 혈압이 상승하는 것을 발견했다. 신장혈관이 차단되면서 혈압 상승 물질, 즉 레닌이 분비된 것이다. 연구자들은 레닌을 추출해서 더 연구를 진행했는데 레닌 순도가 높아질수록 혈압 상승효과가 떨어졌다. 혼란스러운 결과였다. 레닌이 혈압을 상승시키는 것이 아니라 혈압을 상승시키는 물질을 촉진시키는 인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후였다. 혈압 상승 물질은 처음에는 ‘하이퍼텐신(Hyeprtensin)’, ‘안지오토닌(angiontonin)’ 두 개로 알려졌는데 두 물질은 사실 같은 물질의 서로 다른 형태였음이 밝혀졌다. 현재 안지오텐신 1형과 2형으로 각각 확인됐다.

혈압에 대한 의학적,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고 혈압을 조절하기 위한 각종 방법이 연구되면서 레닌과 안지오텐신 물질에 대한 관심도 증가했다. 혈압을 높이는 물질이니 이 물질을 방해하면 혈압이 떨어지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이었다. 연구자들은 강력한 혈압 상승 물질인 안지오텐신 기능을 방해하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많은 시행착오 끝에 신약들이 쏟아져 나왔다.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들은 혈압을 낮출 뿐 아니라 신장과 심장에도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사용량이 점점 증가하기 시작했다. 최근 한국에서 발암 원료가 함유돼 문제가 됐던 발사르탄도 그 중 하나이다. 

발사르탄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고 중국 원재료에 함유된 물질이 원인이었던 만큼 문제 성분만 포함된 의약품만 교환하며 약품 자체를 변경할 필요는 없다. 원료 의약품을 감시하고 점검하는 것은 보건당국의 기본적인 의무다. 보건당국의 기본적인 업무를 수행하면서 국민들을 불편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국민과 의료진이 안심하고 진료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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