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는 인간이 만들고 와인은 신이 만든다’___마르틴 루터·종교개혁가

작년은 종교개혁이 일어난 지 500주년이 되는 해였다. 개혁교회에서는 종교개혁을 일으킨 루터에 대한 관심이 이어졌다. 하지만 교계의 특성상 루터의 종교개혁을 성공시킬 수 있었던 숨은 요소 가운데 하나인 맥주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당시 수도원은 맥주 양조를 신성한 노동의 하나로 간주하며 맥주를 만들어 왔다. 이러한 수도원 출신인 마르틴 루터에게 맥주란 그 어떤 음식보다도 특별했을 것이다. 마르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일으키고 쫓겨 다니며 궁핍한 생활을 했을 때, 아내 캐서린 여사는 홀로 양조장을 운영하며 루터를 내조하고 생활을 꾸려나갔다. 아마도 맥주가 없었다면 종교개혁은 성공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유독 맥주를 좋아하던 루터 자신도 맥주가 자신의 삶에 큰 힘이 됐다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기독교계에서는 맥주보다 포도주를 소중히 여긴다. 예수의 첫 기적이 물을 포도주로 바꾸는 것이었고, 포도주를 자신의 피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카톨릭에서는 성찬 때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피로 변한다는 ‘화체설’을 믿는다. 이 때문에 성찬할 때 신자들에게 주다가 포도주를 땅에 흘릴지도 모른다는 염려로 모든 포도주를 사제들이 먹을 때도 있었다. 게다가 그리스와 로마시대 사람들은 맥주를 천한 야만인들이 마시는 술쯤으로 여겼다. 이런 배경 속에서 교회에서 맥주는 사실 선호하는 술이 아니었다. 권력과 부를 가지고 있던 가톨릭에게 민중들이 마시던 맥주는 그리 매력적인 술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던 맥주가 교회에 다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수도원에서 맥주를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금식을 밥 먹듯이 하던 수도사들은 금식 기간 내내 ‘흐르는 것’ 외에는 먹을 수 없었다. 이런 수도사들에게 ‘액체로 된 빵’이라는 별명을 가진 맥주는 신이 내린 선물이었다. 게다가 양조가 점점 탐욕에 빠진 교회 권력이 세속으로부터 가지고 온 수입원으로 각광 받게 되면서 교회의 품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로 인해 맥주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게 된다. 수도원의 거듭된 연구로 인해 이전과는 전혀 다른 맥주가 탄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맥주를 만들 때 효모를 넣는 것도 수도원에서 창안한 것이다. 그 이전에는 맥주통 속에 남아있던 자연 상태의 효모를 사용하거나 발효된 빵부스러기들을 넣어서 만든 원시적인 양조법이 대부분이었는데, 효모를 직접 넣는 획기적인 발상은 맥주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 올렸다. 

사실 포도주는 자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일조량에 따라 포도의 당도가 달라지고 이에 따라 와인의 맛이 결정된다. 천수답과 같은 신의 간섭이 있어야 좋은 와인이 빚어진다. 반면에 맥주는 특별히 좋은 원료보다 그 원료를 가공하고, 새로운 방법으로 그 맛을 끌어 올려야 좋은 맥주가 탄생한다. 그만큼 인간의 땀과 노력이 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루터는 ‘Bier ist Menschenwerk, Wein aber ist von Gott!’(맥주는 인간이 만들고 와인은 신이 만든다)는 말을 남긴 것이었다. 맥주 한잔에 담긴 수도사들의 연구와 노력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노력이 수도원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고대부터 맥주의 맛과 부패 방지를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이 있어왔다. 쓸개즙을 넣기도, 꿀을 넣기도 했다. 이와 달리 잇속을 위해서 재료를 적게 넣고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재료를 대신 넣어서 탈이 나거나 생명을 잃게 만드는 경우도 생겨났다. 이 때문에 독일의 바이에른 대공은 ‘맥주 순수령’을 제정해서 맥주를 만들 때 물과 홉과 몰트 외에는 아무것도 첨가하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러한 순수함을 지키려는 노력은 다시 맥주의 발전을 막아버리게 만들기도 했다. 

독일은 맥주의 종주국이라고 자처하나 ‘맥주 순수령’의 영향으로 빛이 바래지고 있다. 다양한 실험을 통해 깊은 맛을 보여주는 체코와 현대 수제 맥주의 장을 개척한 미국의 열정은 맥주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루터의 말대로 맥주는 인간의 노력으로 빚어지는 술이니 열정이야 말로 맥주의 가장 큰 재료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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