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 나선 노인들 폭염경보에 무방비 노출 상태
발길 뚝 끊긴 중앙시장 “그래도 장사는 해야죠”
도심지 곳곳은 ‘열섬현상’ 휴식 공간 없어 ‘헉헉’

연신 기록적이라는 표현이 이어지고 있을 만큼 올해 여름 더위는 예사롭지 않다. 수일 연속 폭염경보가 이어지고 있는 용인 역시 불볕더위에 헉헉거리고 있다. 이 더위 속에 시민들은 여념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17~18일 양일간 만난 시민들을 통해 여과 없는 여름나기 현실을 살펴봤다. 특히 시민이 채감하는 폭염 대처 함정의 사각지대도 여과없이 드러나는 것도 어렵지 않게 확인됐다.   

17일.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되기 전인 오전 10시부터 취재에 나섰다. 이날 용인시 최고기온인 35℃(이하 도)에는 못 미치지만 벌써 30도를 넘었다. 용인시는 이번 주부터 계속 폭염경보가 발령된 상태였다. 연일 30도를 훌쩍 넘는데다 밤 기온마저 25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은 열대야도 기승이다. 

폭염이면 취약계층이 더욱 힘겨울 수밖에 없다. 실제 용인시가 폭염경보 등이 발령될 경우 가장 먼저 연락을 취하는 것도 홀몸 노인들이다. 용인시는 자연재난 등이 발생하면 홀로 생활하고 있는 3100여 가구에 연락을 취하고 있다. 이에 시는 취약계층을 직접 방문해 건강관리를 하는 재난도우미 1100여명에도 연락을 보낸다. 

이날 기흥구 한 무더위쉼터를 먼저 찾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평소 경로당으로 이용되는 공간이라 노인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11시가 넘었지만 내‧외부는 텅텅 비어 있었다. 폭염을 대비해 마련한 공간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20여분을 기다렸지만 찾는 사람은 없었다. 이유를 알기 위해 주변을 찾다 쉼터와 도로를 두고 맞닿아 있는 주택을 찾았다. 대문을 지나 열려진 중문은 구멍이 뚫린 모기장이 간신히 막고 서 있었다. 몇 차례 인기척에 칠순의 홀몸 노인이 힘겹게 나왔다. 10평이 채 되지 않아 보이는 내부는 이미 바깥만큼 뜨거웠다. 선풍기가 연신 돌고 있었지만 얼굴에 흐르는 땀조차 식히기에 역부족이었다. 

1분이면 갈수 있는 거리에 쉼터가 있지만 거동에 심한 불편을 겪고 있어 이용을 하지 못하고 있단다. 굳이 쉼터가 조용한 이유를 묻지 않아도 됐다. 가사 도우미가 방문하는 1시경에 다시 찾아오라는 말을 뒤로 하고 길을 대문을 나섰다. 

11시가 넘자 열기뿐 아니라 태양빛이 따가울 정도로 강해졌다. 경전철 기흥역으로 가는 길에서 만난 박모씨. 그도 손자가 있는 할아버지가 됐지만 박씨는 4월부터 공공근로 일을 하고 있다. 그에게 주어진 업무는 전봇대 등 곳곳에 붙어 있는 불법 광고물 철거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만해도 봄이라 그나마 나았지만 지난달부터는 곤욕의 연속이란다. 오전 시간에 주로 근무를 하고 있다지만, 폭염경보가 내려진 요즘 같은 경우는 오전오후 기온차가 큰 의미가 없다. 공공근로 참여자가 폭염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더위 피할 그늘 한 점 없는 도심=17일에 이어 용인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18일. 경전철을 이용하기 위해 신갈오거리에서 기흥역사까지 2㎞ 가량 거리를 도보 이동했다. 이동 중간에 만난 70대 한 시민은 일반 야구 모자에 의지한 채 손수레를 끌며 폐지를 주우러 다녔다. 이 노인은  17일에 온종일 골목을 누비며 번 돈은 1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노외주차장 관리자는 빌딩이 만든 성냥갑 모양의 그늘에서 한낮 열기를 피하고 있었다. 휴식공간이자 사무실로 이용되는 공간은 말 그대로 용광로 수준이었다. 그나마 대로에서 근무하지 않는 것을 위로로 삼고 있단다. 

실제 기자가 42번 중부대로를 따라 20여분을 걸었다. 12시가 다 된 시간이다. 30도가 훌쩍 넘는 폭염에 차량에서 뿜어내는 열기까지 더해져 열섬현상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쉴 만한 그늘은 찾기 힘들었다. 기흥역 환승센터 주변에는 어른 기준 한 아름 굵기의 나무가 있어 다소 시원했지만 그 외 공간은 사실상 사막이나 다름없는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소규모의 군중이 모일 만한 공간 내 시민들은 불볕더위가 힘겹기만 하다. 기흥구청 인근에 설치된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연신 간이용 선풍기로 더위를 식히고 있었으며, 그늘막이 설치된 건널목 주변에는 처마 밑 둥지에 모인 제비처럼 사람들이 그늘아래 서있다. 

30여분 만에 도착한 경전철 기흥역사. 평소에는 텅텅 비어 있는 내부 휴식공간 곳곳에 사람들이 앉아 있다. 

“하루에 사용하는 얼음 값도 못 벌죠”=폭염이 만든 열기와 잿빛하늘이 섞여진 중앙재래시장 풍경은 적막하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했다. 하루에 얼음 값만 수 만원이 나간다는 한 생선가게 주인은 여름이면 장사를 그만두고 싶은 심정이란다. 20년 넘도록 한 곳에서 장사를 해오고 있어 습관처럼 장사를 할 뿐 요즘 같은 폭염에는 신선도를 위해 사용하는 얼음 값도 못 번다고 하소연 했다. 

이 상인은 “재래시장을 찾는 손님이 예전만 못한데다 요즘 같은 폭염 때는 거의 손님이 없다. 옆집에서 수 년째 같이 장사하던 사람도 접었다”라고 말했다.   
그나마 가게라도 있는 상인들은 더위라도 피할 수 있지만 노점상은 온몸으로 고스란히 더위를 흡수하고 있었다. 

20년 간 노점에서 모자 등을 판매하고 있는 한 상인은 연신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이겨내고 있지만 하루 중 기온이 절정에 오르는 낮 2~3시 경에는 참기 힘들어 주변 상점으로 피난을 하기도 한단다. 

항시 대기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식당들도 버겁다. 운영 내내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지만 여름철이면 정작 손님 수가 준단다. 시장에서 2대째 장사를 하고 있는 윤찬구씨는 “하루 종일 선풍기를 켜두고 일해도 손님이 찾지 않는다. 솔직히 여름은 너무 힘들다”라며 “신문에 광고라도 해서 손님을 부르고 싶은 심정”이라며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재래시장 현실을 보여주듯 상점 곳곳은 업종 전환을 위한 공사도 한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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