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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CEO열전] ㈜태리 이선숙 대표이사블루오션 환경산업, 필터 제조업계의 강자

미세먼지 문제는 우리 삶의 질과 관련해 요즘 가장 ‘핫’한 이슈 중 하나다. 가정과 산업현장에서 공기 청정기의 중요성과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요즘이지만, 진작부터 이 분야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에어필터와 산업용 필터를 제조하는 회사가 있다. 용인시 처인구 해곡동에 자리잡은 ㈜태리가 바로 그런 곳이다. 

“생산품목이요? 다양하죠. 반도체 제조공장과 제약회사에서 사용하는 고효율 공기 여과 장치부터 대형건물의 클린룸과 가정용 공기청정기에 이르기까지 각종 필터를 제조하고 있어요. 약 30여 년간 이 분야에서 고객과의 신뢰를 쌓아오며 회사도 성장해왔죠.” 여성CEO 이선숙(54) 대표이사는 똑 부러지는 말투와 몸에 밴 깍듯한 매너로 설명을 이어간다.  

회사가 설립된 해는 1988년이다. 당시 20대 초중반이었던 이 대표는 대학 전공을 살려 모 중견회사에서 무역업무를 담당했다. 직장생활 2년차로 신입사원 티를 막 벗을 즈음, 직장상사로부터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함께 창업하자는 거였다. “왜 나냐? 라고 묻진 않았어요. 평소 책임감있는 태도를 눈여겨 봐왔을 것이란 짐작은 했죠.” 

논현동에 사무실을 열었다. 4명으로 시작한 일은 미국 다국적기업의 자동차 부품소재인 베어링을 국내에 수입해 공급하는 오퍼였다. 이 대표는 당시 해외 파트뿐 만 아니라 국내 기업 마케팅도 담당했다. 작은 회사에서 ‘1인 다역’은 당연했지만 판매업무 처리능력은 탁월했다. “자동차 부품회사가 있는 문막 등 전국을 돌았어요. 처음 찾는 곳에선 첫 질문이 정해져 있었죠. 거긴 남자직원 없어요?” 그랬다. 영업업무 특히 자동차부품처럼 남성들이 주로 다루는 부품인지라 어려울 법도 하지만 항상 해당분야 실적은 전국에서 가장 앞섰다. 

# 직장생활 2년 만에 창업 나선 20대 청년의 도전   
 비결은 의외로 간단했다. 첫째는 일이 적성에 맞았다. 대학시절 학비를 벌기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과외처럼 쉬운 길을 마다하고 책을 꽤 잘 팔았던 그였다. 판매마케팅은 신나는 일이었다. “당시 여자로서 집 비우고 전국을 다니며 베어링 샘플을 설명하고 판매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만 나는 무엇보다 재미있었어요. 내 물건 없으면 자동차가 굴러가지 못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늘 상대방을 대했죠.” 
두 번째 비결은 제품에 대한 자세하고 깊이있는 이해였다. 제품의 원리구성, 장점과 특성 등을 정확히 파악했다. 자동차 전문가들에 뒤지지 않는 그의 제품 이해력만이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다고 믿었고 실제 그랬다. 자동차 부품 여성 영업사원에 놀랐던 사람들은 자동차 구조와 부품 기능에 대한 깊은 이해력에 다시 놀랐다. 당연히 결과는 좋았다. “지금도 영업파트 직원들에게 말하죠. ‘파는 물건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바로 자신이어야 한다라고요.”  

무역을 중심으로 운영하던 회사가 제조회사로 전환한 것도 평소 판매물건에 대한 그만의 철학에서 비롯됐다. 수입품 판매를 위해 늘 관심을 가지고 그 특성을 살피곤 하던 습관대로 필터를 연구해보니 ’이 정도면 만들 수도 있겠다‘하는 판단이 섰다. 생각은 행동으로 이어졌다. 생산공장을 차렸다. 단순 수입판매만 하던 필터를 직원 서너 명과 함께 본격적으로 제작판매로 전환했다. 2005년 경, 용인시 처인구 초부리에 작은 공장을 짓고 제조업에 도전하면서 그의 직함도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대표이사가 됐다. 당시 그의 나이 41세였다.  

# 두 번의 파산위기, 두 번의 극복 신화 
처인구 해곡동으로 회사를 옮긴 지 10년, 지금은 24명의 직원들이 매출규모 100억에 가까운 실적을 내는 강소기업으로 성장했지만 30년 기업 ‘㈜태리’에도 적지 않은 시련이 여러 차례 있었다.  
“90년대 외환위기가 가장 힘들었죠. 무역회사의 특성상 달러 결제를 해야 하는데 은행 부채가 있던 상태에서 1달러 대비 7~800원하던 환율이 1500원까지 올랐어요. 밤잠을 잘 수 없었죠.” 위기를 벗어난 것은 해외 거래처와의 깊은 신뢰관계 덕분이었다.  1년 커미션에 해당하는 금액을 선불로 부탁했고 외국 거래처는 이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10년 후인 2008년, 미국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금융 위기가 닥쳤을 때 역시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달러 환율은 급격히 뛰었지만 제품가격을 마구 올릴 수는 없었다. 수입 거래처에서 결제를 늦춰주는 바람에 어려운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다. “그 때 느꼈죠. 든든한 신뢰관계가 거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라는 사실을. 실은 직장생활 초창기부터 몸에 익힌 약속에 대한 집념은 퇴사 동기이자 창업의 계기가 되기도 했어요. 거래은행 수출입 외상대금을 갚아야 하는 변제 만기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책임을 떠넘기며 미뤘어요. 심부름 간 직장 초년생이었지만 은행 문을 닫는 순간까지 그 안에서 버티며 상사들을 압박했죠. 결국 손을 들더군요. 미운털이 박혔지만 이를 눈여겨 본 직장 상사도 있었죠.” 후일 공동창업자는 바로 그 직장상사였다. 

# 용인에서 키우는 도전과 비전

충남 당진이 고향인 이선숙 대표이사는 여러 남매의 맏이로 태어났다. 중학교 시절 사업을 하던 아버지의 부도로 수저만 들고 집을 나왔다. 다행히 공부를 잘한 덕에 서울에 있는 대학 무역학과를 다닐 수 있었지만 추운 겨울 연탄 번개탄 살 돈이 없어  드라이를 켜놓고 자다 불이 날 뻔한 적도 있었다. 

세월이 흘러 중소기업 CEO로 성공을 거두었지만 기업현실에 대한 고민은 깊다. 우선 일자리 문제다. “젊은이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회피하는 건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심각하죠. 2~30대는 거의 없어요. 줄곧 회사에서 한 식구처럼 일해 온 동료들이 대개 5~60대가 됐어요. 새로운 에너지와 창의력을 얻기 위해서도 젊은이들이 필요한데 뾰족한 대책이 없어요.” 
그렇다고 외국인노동자들로 대신하진 않는다. 당장 인건비가 싼 것은 알지만 주거대책은 물론 일정 기간 후 집단퇴사 등 예상되는 부작용을 고려해서다. 업종 특성상 인력부족 문제를 시설 자동화로 해결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자동차부품 도소매 사업으로 시작해 혁신적인 공기 정화 미디어의 다양한 재품을 생산하면서 동종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기업, ㈜태리의 이선숙 대표이사. 심각한 대기오염에 따른 수요급증으로 환경사업 분야는 유망업종임은 틀림없다. 앞으로 발전전망이 높은 만큼 품질 고급화와 제품의 폭을 넓히고 있는 중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머릿속에 또 다른 꿈을 키우고 있다. 용인테크노밸리(덕성산단) 부지를 확보해 새로운 구상을 펼 생각이다. “뭐냐고요? 구체적으론 말 못해요. 다만 끊임없는 도전이 오늘의 ㈜태리를 만든 것처럼 앞으로도 도전을 즐기려고요. 하하” 

CEO 이선숙의 성공 노하우

1. 반드시 약속을 지켜라
“가장 중요한 것은 약속이다. ㈜태리 성장은 납기일을 지키고 제품 질에 대한 신뢰를 얻어 가능했다. 영업부에서 제품가격 산출 실수로 마이너스 판매를 해야 했던 적이 있다. 직원은 야단칠지언정 업체에는 그대로 지켜줬다.” 

2. 적성을 찾아 일을 즐겨라
“나에게 맞는 일이면 고되어도 즐겁고 보람이 있다. 나는 학창시절부터 판매영업을 즐겼다. 상대를 설득하려면 상대가 원하는 바를 알아야했고 충족시켜야 한다. 역지사지 자세로 상대를 설득하고 나면 그 기쁨은 크다. 좋아하면서 즐기는 일을 찾아야 한다.”

3. 동기를 부여하라 
“중소기업치곤 이직률이 낮다. 이유는 목표를 주고 성취하면 결실을 나누기 때문이다.  매년 연말이면 경영실적을 공개하고 많든 적든 성과급을 지급한다. 동종업계에선 처우가 좋은 편이라고 자부한다.” 

우상표 기자  spwoo@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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