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최초이자 유일한 공예명장인 마순관 작가의 열손가락엔 지문이 없다.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20여년을 흙으로 그릇을 빚는 일에 매진해온 탓이다. 
마 명장은 예부터 질이 좋은 백자토(백자를 빚는 흙)로 유명한 처인구 백암면에서 나고 자랐다. 어린 시절 지천에 널린 백자토를 가지고 놀면서 뭔가 만들기를 좋아했단다. 그 영향으로 군 제대 후 백암에 위치한 한국고미술자기연구소에서 백자 분야 최고 권위자인 고 한익환 선생 밑에서 본격적인 도예가 인생을 살기 시작했다. 
스승의 뛰어난 점을 빼다 박은 제자로 성장한 마순관 명장은 현재 분청사기 분야에 대해서는 그를 따라올 작가가 없을 만큼 대내외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용인을 대표하는 공예명장으로 선정될 수 있었던 건 실력만큼이나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이어온 경력도 큰 역할을 했다. 마 명장은 직접 운영하는 도예공방인 백암도예, 주민센터, 지역 학교 등에서 도예체험, 분청사기 교육 등 재능기부 교육 활동을 이어가며 용인 도자기의 전통을 알리고 있다.  

화려한 수상경력, 다양한 지역 봉사활동 외에도 마순관 명장에게 항상 따라붙는 수식어는 고려백자연구소 대표작가다. 그동안 용인 곳곳에 위치한 고려가마터의 의미와 중요성을 알리고 고려백자를 복원하는데 노력해왔다. 용인은 9세기 초 당시 최첨단 산업이었던 백자가 시작된 곳이다. 국가 사적 392호인 처인구 이동면 서리 가마터는 당시 최고 인기 상품이었던 청자와 백자를 생산해 동아시아 전역에 수출했다.  
“용인 지역 가마터가 있다는 곳은 다 가봤죠. 밤낮 없고 계절 따지지 않고 무조건 직접 가서 제 눈으로 확인하고 기록했습니다. 우리 용인은 그 어떤 지역보다 도자기 관련 역사가 깊은 곳이에요. 서리 가마터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할 정도죠. 그만큼 지역엔 관련 자료나 유물도 많습니다. 이들을 보존하고 널리 알리고 유용히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분청사기는 물레를 이용하거나 손으로 모양을 잡아 그릇을 만든 후 물에 갠 백초를 바르고 그 위에 조각칼로 그림을 새겨 완성하는 전통 도자기다. 무늬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를 도자기가 만들어지는데 마 명장은 전통 방식을 그대로 따르면서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한 작품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마 명장은 흙을 직접 공수해 도자기를 빚고 전통가마에서 소나무 장작으로 불을 때 최고 섭씨 1400도 온도로 견고하게 구워내는 전 과정을 고수하는 몇 안 되는 작가 중 하나다. 

 
“전통은 절대 무시하면 안돼요. 도자기를 알려면 전통을 알아야하고 기본 바탕은 전통방식에서 출발해야 하죠. 대신 대중에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는 현대적인 요소도 가미해서 도자기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고 있죠.”
마 명장은 매일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이곳저곳을 다니며 도자기의 아름다움을 소개하고 있다. 시민들과 타 지역민들에게 ‘백자의 원조는 용인, 도자기하면 용인’을 알리는 게 본인의 할 일이란다. 
“고려백자 서리 가마터를 복원해 체험공간과 전시장, 도예가들의 작업 공간으로 꾸미는 게 목표입니다. 관심 갖고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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