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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꽃다리의 경고
  • 홍은정(생태활동가)
  • 승인 2018.07.02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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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 꽃향기 맡으며~ 잊을 수 없는 기억에~” 라일락을 보면 무조건반사로 입에서 튀어나오는 노래이다. 노랫말도 좋고, 가수 목소리도 정말 좋고, 거기에 라일락 향기까지 더해지는 듯하다. 라일락으로 너무도 익숙한 연보랏빛 꽃송이의 우리말은 ‘수수꽃다리’이다. 꽃송이가 수수의 열매 맺은 모습을 닮아서 그렇게 부른다. 어감에서 오는 느낌으로 수수꽁다리가 수수꽃다리로 바뀐 것이 아닌가 추측도 해본다. 수수꽃다리는 우리 주변에서 정원수로 많이 볼 수 있다. 그런데 정원수로 많이 심는 나무들 중에 영산홍을 제외한 다른 나무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너무 아쉽다.

수수꽃다리는 4월에 이미 연한 보랏빛 꽃송이가 폈다가 졌다. 그 모양이 하나하나 뜯어봐도 장난감 꽃같이 예쁘지만 포도송이같이 뭉쳐있는 모습은 색에서 오는 청순함과 화려함에 부케를 만드는 데에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예전에는 꽃다발이라 하면 장미, 백합, 국화, 프리지아 정도로 정해져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참 자연스럽게, 들에서 꽃을 막 따와서 만든 것 같은 꽃다발들이 많다. 필자도 아이들을 데리고 숲에 가면 가끔 강아지풀, 개망초, 여뀌에 토끼풀이나 뱀딸기를 더해 풀꽃다발을 만드는 것이 여간 즐겁지 않다. 수수꽃다리가 든 꽃다발을 받아보고 싶은 마음이 마구 샘솟는다.

수수꽃다리의 하트 모양 잎도 꽃색을 따라 가장자리에 보랏빛을 띤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은 ‘나를 먹지 말라’는 무언의 경고였다. 처음 식물을 알아갈 때 이것저것 많이 냄새 맡고 만지고 먹어본다. 독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호기심에 ‘앉은부채’를 씹었다가 몇 시간 동안이나 혀가 마비됐다는 지인도 있었다. 필자는 그렇게 용감하지 않아 실제로 먹어본 식물은 별로 없다. 하지만 학교 다니면서 교수님이 “이거 한번 먹어봐라~” 했던 것들은 안심하고 먹었는데 수수꽃다리는 그렇게 속고 먹는 식물 중 하나였다. 그 맛은 사탕을 10개 부르는 가루약 맛이었다. 혀를 박박 긁어서 뱉어 내지 않으면 사라지지 않는 그런 쓴맛이었다. 수수꽃다리 잎은 그때 먹고 한 번도 먹지 않았다. 그러면서 다른 이들에게는 기억에 남을 수 있게 꼭 먹어보도록 권한다.

수수꽃다리는 키가 작은 나무이다. 나무가 오래될수록 뿌리 주변에서 잔가지들이 많이 올라오며 세력을 키운다. 큰 엄마나무가 되어 씨앗을 퍼트릴 때가 되면 주변에 아기 나무들이 많이 생기길 바란다. 요즘 수수꽃다리 열매가 익어간다. 작은 촛불 모양을 한 열매가 꽃차례에 가득 달려있으면 좋으련만 드물게 붙은 것이 참으로 엉성하다. 꽃통의 길이가 길어 수분이 잘 되지 않아서라고 한다. 수분이 되더라도 저절로 탈락시키는 경우도 있다. 열매들도 너무 많으면 씨앗이 실하지 못하기 때문에 하나의 좋은 열매를 만들기 위해 몰아주기를 한다. 요즘 한창 감나무들이 작은 감들을 떨어트리고 있다.

이제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인 것 같은데, 식물들을 보면 벌써 가을을 준비하고, 겨울을 준비하는 것이 보인다. 계절은 참 빠르게 지나가는데, 그 계절을 제대로 누리며 살고 있는지 중간 점검을 할 때가 됐다. 쓸데없는 것은 잘 추려서 탈락시키고, 남길 것들은 더 신경 써서 알차게 만드는 작업을 시작할 때이다. 여름 더위를 견디고 나야만 겨울을 건강하고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는 말이 점점 몸으로 와 닿는다.

홍은정(생태활동가)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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