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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수 없어 찾기도 힘든 용인8경···바뀐 관광 추세탓?어렵게 찾은 현장엔 쓰레기 가득...관리 부실 지적에 시 “관광 추세 변해”

재지정 등 검토 필요성 대두

용인 지역 역사가 깃든 아름다운 8곳을 지정하기까지는 우역곡절이 많았다. 실제 지정이 본격 추진된 이후 2년이 넘도록 후보지조차 정하지 못하는 등 선정 과정부터 난항을 겪은 바 있다.

당시 용인시는 2001년 문화예술계 등 지역 인사들과 분야별 전문가 10여명으로 이뤄진 용인8경선정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이후 2002년 2월부터 읍면동을 통해 후보지를 추천받았다.

수차례 이뤄진 각 지역민 추천과 회의를 거쳐 2002년 10월 추려진 후보지는 17곳. 경안천변 갈담리 비파담(모현)을 비롯해 석성산 일출(포곡), 어비리저수지 낙조(이동), 경안천 물억새, 남곡리 은이계곡(양지), 곱든고개에서 본 용담저수지(원삼) 등이었다. 이후 현장 답사를 통해 역사적 의미나 대표 관광지로 삼기 어려운 곳을 제외하고 나머지 7곳으로 좁혀졌고 2003년 5월경 현재 알려진 8곳으로 최종 낙점됐다.

그러나 용인8경은 최종 선정된 이후에도 논란은 이어졌다. 제외된 후보지 지역 주민들이 시청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는 등 반발하는가하면 지정 지역에 대해 관광 상품 가치 유무 논란이 제기되는 등 끊임없이 문제가 불거졌다. 지정 당시 계속된 지적에도 시는 용인8경을 지역 대표 관관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특히 사진전시회, 관광 홍보책자 발행 등 홍보에 주력한다는 방침이었다.

용인시 공식 문화관광 포털사이트 ‘투어용인’에는 현재까지도 용인8경이 ‘관광명소’로 소개되고 있다. 수년전까지 관련 사진전이나 용인문화원을 통한 관광코스 사업이 진행되기도 했다. 용인시가 지난해 내놓은 관광안내 지도에는 용인8경이 소개돼 배포되고 있다. 용인 시민이나 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이 용인8경에 관심을 갖고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는 의미다.

용인8경 중 하나인 '어비낙조' 이동저수지, 깨진채 방치된 어비낙조 안내문

망신 주는 용인8경

2012년 제173회 용인시의회 4차 자치행정위원회 회의록에는 신현수 위원이 당시 윤득원 공보관에게 “용인8경을 가보았냐”고 묻는 장면이 있다. “다 가보지 못했다”고 답한 윤 공보관에게 신 위원은 “용인8경을 명함 뒤에 넣고 다니다 한번 돌아봤는데 망신당했다”며 “가보면 쓰레기 정리도 안 돼 있는데”라며 관리 부족을 지적했다. 용인8경이 지정된 지 10년째 되는 해였다.

당시 이선우 시의원 역시 본회의에서 “용인8경이 선정 당시 좋은 취지와 달리 활성화가 미흡하다”는 내용의 시정 질문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시는 “포토존을 위한 데크 설치와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용인8경 활성화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고 답했다.

그 결과물은 2014년 어비낙조 촬영명소 조성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어비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방목마을 앞에 국비 4000만원 시비 4000만원을 투입해 방목정(정자), 전망 데크, 안내표지판, 안전 펜스 등을 설치한 것이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난달 21일 기자가 찾은 어비낙조 방목정은 2012년 지적과 변함이 없는 모습으로 방치돼 있었다. 역시 시청 홈페이지에 ‘이동면 어비리’라는 주소만 나와 있어 인근 주민 몇 명에게 물어 어렵사리 찾았다. 전망데크에 쓰레기가 방치돼 지저분한 모습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용인8경 중 하나임을 알리는 안내표지판은 윗부분이 깨진 채였고 금연구역이라는 안내가 무색할 만큼 담배꽁초는 곳곳에 버려져 있었다. 방목정에서 바라본 이동저수지는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비파담이라고 알려진 경안천 인근엔 아무렇게나 버려진 공사 폐기물들이 방치돼 있다.

7경 비파담은 없다

용인8경 중 7경인 비파담은 조선 후기 현종·숙종 때 문신인 약천 남구만 선생이 청구영언에 실린 시조를 지었던 곳이라는 이유로 지정됐다. 당시 용인8경선정위원이자 <용인산수이야기> 저자인 이제학 씨는 한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비파담 선정에 솔직히 어려움이 있었다”며 “1990년대만 해도 비파담은 소나무에 학이 날고 노고봉 정광산이 물에 젖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하지만 수해와 경안천 오염으로 물도 깨끗하지 않고 둑을 건설해 둔덕도 옛것이 아니다”라고 선정의 어려움을 전한 바 있다. 이 씨는 “시에서 예산을 들여 경안천 살리기를 하고 있어 용인의 옛 모습을 찾는데 노력하자는 뜻에서 8경에 선정했다”고 말했다.

시의 경안천 살리기가 실패한 것일까? 갈담리 파담 마을에서 만난 ‘비파담’으로 추정되는 곳은 안내판 하나 없었다. 경안천 인근엔 아무렇게나 버려진 공사 폐자재들이 널브러져 있고 자동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날 수 있는 흙길은 계속된 장마에 물웅덩이가 곳곳에 생겼다. 파담 마을 곳곳은 제조 공장이 들어섰다. 남구만 선생의 사당 50여 미터 앞은 콘테이너로 지어진 조명 공장이 들어서 향토역사의 현장임이 무색할 정도였다. 사당은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돼 있었다. 공사 안내판엔 지난해 12월 준공 예정으로 적혀있었지만 왜 공사가 중단됐는지 언제까지 방치될지 알 수 없었다.

선유대 공원 앞 쓰러진채 방치돼 있는 안내판

관련 관광 사업은 중단돼

용인8경은 불과 2년전 까지만 해도 향토문화유적 답사 중 테마코스에 포함돼 연 2000여명이 참여할 만큼 호응이 높았다.

향토문화유적 답사를 진행했던 용인문화원 관계자는 “용인8경을 둘러보는 코스로 사업을 진행해 많은 분들이 신청했었다”며 “하지만 막상 용인8경을 방문해보면 볼거리가 없고 대표 관광 명소라 하기에 무색할 정도로 관리가 안 돼 결국 2년 전부터 아예 해당 사업을 접었다”고 말했다.

유명 포털사이트에서 역시 ‘용인8경’에 대한 실망은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용인8경 코스 중 비파담을 방문했다는 한 시민은 자신의 블로그에 “비파담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 지 알 수 없어 주위만 뱅뱅 돌다 남구만 선생 묘지만 보고 돌아간다”고 남겼다. 또 다른 한 시민 역시 “모처럼 긴 휴가를 얻어 용인8경을 둘러보고 있는데 용인시민으로서 부끄럽기까지 하다”며 “과하게 표현하자면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는 일출이라든지 저녁에 찾아 운이 좋아야만 볼 수 있는 낙조, 겨울에 함박눈이 온 후에야 볼 수 있는 설경, 봄에 잠시 볼 수 있는 벚꽃 등 선정에 다소 무리함과 억지스러움이 느껴진다”는 소감을 적었다.

썩어있는 선유대 앞 연못

관광 정책에 용인8경은 없다

지난달 27일 열린 2030 용인시경관계획 재정비 주민공청회에서는 6대 추진전략 중 용인8경 등 특징적인 풍광을 보호하고 대표적 경관자원으로 육성한다는 내용이 발표됐다. 광교산, 조비산 등은 대표적 조망공간으로 조성하고 조망경관을 보호하고, 비파담만풍 선유대사계 등은 관광자원으로 역량을 강화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실질적으로 용인8경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인 것이다.

하지만 해당 사업을 진행할 담당 부서는 관련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눈치였다. 관광과 담당 공무원은 “용인8경에 대한 사업은 우리 부서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관광과 이준복 팀장은 “용인시경관계획 재정비에 용인8경에 대한 내용이 담겼는지 몰랐다”며 “용역을 진행한 부서에 문의해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용인시 내부에서 조차 용인8경에 대한 계획이 일치하지 않는 전형적인 칸막이 행정을 드러낸 것이다.

이 팀장은 이어 “최근 관광 추세가 많이 변했다”며 “주제별로 목적형 또는 테마형의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차별화된 관광 서비스와 체험 사업을 진행하고 용인8경에 대한 홍보는 일부러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관광과 신성수 과장은 “용인8경이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은 맞지 않다”며 “고민은 하고 있다. 관련 논의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마련된 용인시 중장기 관광 발전전략 수립 연구 용역에는 용인8경에 대한 논의는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용인8경을 지정·관리하고 활성화해야할 행정당국이 사실상 관련 정책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는 걸 증명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용인문화원 김장환 사무국장은 “그만큼 용인 관광정책의 연속성이 없다는 의미”라며 “용인8경은 이미 10여년 간 시가 홍보해온 지역 관광 자원이다. 지정 당시 마을 주민과 각 분야 전문가가 나서서 어렵게 선정한 결과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가 세월이 지나 유행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등한시하면 되겠느냐. 용인8경 중 가치를 잃은 곳은 삭제하고 재지정 필요가 있는 곳은 지정하는 등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관광자원 가치 살리려면

최근 경기도 광주시는 2007년 지정한 광주8경을 10년 만에 재정비했다. 광주시는 지역 명소를 보존하고 지역의 대표성을 부여해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관광객 설문조사, 관계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통해 제외할 곳은 제외하고 신규로 지정하는 등 재정비했다고 밝혔다. 장기적 관점에서 관광지 선호도, 관광자원의 가치, 미래 활용 가능성 등을 고려해 재설정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를 실현한 것이다.

용인 한 향토사학자는 “용인8경 지정 이후 해당 지역의 역사적 의미를 살리고 관광자원으로서 활용하기 위한 노력이 매우 부족했다고 본다”라며 “조비산이나 광교산 설경 등 용인8경을 감상할 전망대 하나 세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산 일출의 경우 현재 석성산 봉수대 자리를 복원 중인데 옛 군사 통신 네트워크였던 봉수대의 의미를 살려 이야기를 만든다면 좋은 관광지로 활용될 수 있다. 또 조비산의 독특한 산 형태를 이용해 암벽 등반을 할 수 있는 특성화 전략을 세워도 좋을 것”이라며 “관광자원은 결국 어떻게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시와 인근 주민의 참여까지 유도한다면 지금이라도 용인8경 가치를 충분히 살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황연실 기자  silsil47@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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