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부실 속 선정 의미 퇴색

(왼쪽부터) 1991년, 2012년, 2018년 선유대 정자 모습. 용인8경 중 5경인 선유대는 지역 선비들이 풍류를 즐겼던 곳이다. 2012년 본지가 원형을 살리지 못한 정자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다시 지어진 정자는 과거 운치 있던 채색 문양과 전통형식이 배제된 채 원형과 더 거리가 먼 모습으로 바뀌었다.

용인시가 2003년 전통과 향토성이 살아있는 아름다운 우수관광자원을 발굴하겠다며 선정한 ‘용인8경’이 관리부실 등으로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관광 정책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그간 용인8경에 대한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됐음에도 단한번의 중장기 계획 없이 방치됐던 것으로 보인다. 관련 정책 부재로 애써 지정한 관광지가 일부 유명무실해진 가운데 용인8경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정 15년을 맞은 용인8경은 △기흥구 구성동부터 처인구 포곡읍, 유림동 등에 걸쳐 있는 해발 471.5m 석성산에서 바라보는 ‘성산 일출’(1경) △늦은 가을 어비리 이동 저수지에서 바라본 석양 ‘어비 낙조’(2경) △칠봉산과 문수봉 사이 곱든 고개에서 본 ‘용담조망’(3경) △대지고개에서 본 ‘광교산 설경’(4경) △양지면 제일리 옛 조상들이 풍류를 즐겼던 ‘선유대 사계’(5경) △새가 나는 형상으로 산의 모습이 아름답고 오묘하다는 ‘조비산’(6경) △남구만 선생이 정자를 짓고 비파를 치며 시를 쓸 만큼 아름답다는 ‘비파담 만풍’(7경) △처인구 포곡읍 가실리 호암미술관 앞 ‘가실벚꽃’(8경) 등이다.

15년이 지난 용인8경의 현재 모습은 어떨까. 시에서 안내하고 있는 용인8경은 하나같이 애매한 주소에 있다. 번지수도 없고 요즘 통용되는 도로명 주소도 없다. 지난달 25일 기자가 찾은 용인8경 중 5경인 선유대는 용인시 공식 관광포털사이트에 양지면 제일리 제일초등학교 400m 방면이라고 소개돼 있다. 하지만 제일초등학교 인근 어디에도, 어느 방향 400m로 가면 선유대가 나오는 지 안내표지판 하나 없다. 인근 주민에게 선유대가 어디 있는지 물었지만 대부분 아예 알지 못했고 초등학교 한 학부모라는 주민에게 어렵사리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주민은 “가다보면 사람이 가는 길이 맞나 싶은 길이 하나 있을 것”이라며 “그 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나온다. 나도 처음에 찾아갔다가 기가 막혔던 기억이 있다”고 덧붙였다.

선유대가 용인8경에 지정된 이후 주위에는 ‘경치가 좋다’는 소문에 빌라나 단독주택이 들어서는 등 속속 개발이 진행됐다. 현재까지도 인근엔 건축 공사가 곳곳에서 이뤄져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공사판을 지나 찾은 선유대는 오랜기간 아무도 찾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 정자 앞 연못은 오염돼 혼탁해보였고 모기가 들끓었다. 오래전 설치된 것으로 보이는 선유대 옆 공원에는 각종 운동기구가 오랜 기간 사용되지 않은 듯 거미줄과 흙먼지로 더렵혀져 있고 안내표지판은 뽑혀 기울어져 있었다. 안내판 공원 책임자의 휴대전화 번호는 수년 전부터 개통이 불가한 011로 시작하는 오래된 번호였다.

본래 선유대는 이름에서와 같이 신선이 놀다 갈만한 운치를 지닌 곳이다. 1917년 인근 4개 마을 어른들이 중심이 돼 ‘선유대 계’를 만들고 자신의 이름을 바위에 새긴 후 단합의 전통과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하지만 용인8경 지정 15년이 흐른 지금 그 전통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본지가 확인한 일부 용인8경은 행정당국의 관심과 관리 부재 속에 점점 그 가치를 상실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관리를 통한 재정비 또는 용인8경을 재검토하는 등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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