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

민주주의의 꽃은 국민의 손으로 직접 지도자를 뽑는 선거다. 선거를 통해서 후보자들은 국민을 의식해야 하고 권력을 견제할 수 있다. 후보자들은 표를 얻기 위해 좋은 공약을 개발하기도 하지만, 국민들을 금품으로 유혹하기도 했다.

먹고 살기 힘들던 1960~70년대는 후보자에게 막걸리 한잔 얻어 마시고, 새 고무신 하나 받아 신으면서 표를 주는 소위 ‘막걸리 선거, 고무신 선거’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막걸리·고무신 선거는 시간이 흐르면서 신작로와 전깃불을 놓아준다는 공약으로 변했다. 달콤한 유혹으로 국민들을 유혹했던 말들은 선거가 끝남과 동시에 새로운 길과 편의시설을 기대했던 마을 인심만 어수선하게 만들게 했고, 무리한 약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각종 불협화음이 발생하기도 했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경제가 발전하고 복지에 관심이 증가하면서 의료 정책에 대한 국민 관심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많은 국민들에게 좋은 의료 혜택을 주겠다는 약속에 반대는 있을 수 없는 장밋빛 공약임이 분명했다. 많은 후보들은 더 좋은 의료, 더 많은 혜택을 약속하면서 국민들의 기대를 높여갔다. 막걸리·고무신의 유혹처럼 선심성 복지 공약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쉽다. 좋은 정책임이 분명한데 전문가 집단에서는 여러 논란과 찬반이 나뉘는 경우가 있다. 전문가들은 햇볕에 숨겨져 있는 그늘이 더 짙어질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최근 한국의 의료 정책 역시 비슷해 밝고 좋은 측면을 강조하다 보니 깊은 어둠속의 어려움은 간과되는 측면이 있다.

돈을 아끼기 위해 건강보험 적용시 의료비를 50% 이상 인하시키는 관행이 있었다. 관행이라기보다 악법에 가까운 이 제도는 의료계가 정부 정책에 강한 거부감을 가지는 원인이다. 한국 총 의료비용은 2017년 기준으로 OECD 평균 9.0%보다 적은 7.7%에 불과하나, 국민의 직접 의료비용은 GDP의 2.8%로 OECD 평균 1.8%보다 높다. 총 의료비용이 낮은데 국민 부담이 높은 이유는 공공재원이 적기 때문인데, GDP의 4.3%로 OECD 평균 6.5%에 크게 못 미친다. 2017년 한국 GDP가 1600조원임을 고려하면 한국 정부는 35조원 이상 지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책임져야 할 35조원에서 10조원을 국민들에게 떠넘기고 25조원은 의료비를 깎아서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국민과 의료계의 불만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은 핵을 개발하고 있는 북한과 직접 대면하고 있고 자원이 부족하며 고령화 시대로 사회 곳곳에 투자해야 할 곳이 많다. 부족한 의료비용을 갑자기 증가시키면 부담은 높아질 것이고 사회적 갈등이 증가한다. 한국 의료 현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해 부족한 부분을 집중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중앙정부보다 지역 주민에게 개별 접근이 가능한 지방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경제적으로 질병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가정은 중앙정부의 몫이 아니라 오히려 지방정부가 챙겨야 할 업무일 것이다.

선진국도 급증하는 의료비용으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고가의 의료장비뿐 아니라 높은 인건비가 필요한 전문 인력이 투입되는 의료현장에서 비용 증가는 당연하다. 무작정 비용을 감축하면 부실한 의료 환경이 만들어지며 각종 부작용과 합병증으로 오히려 의료비용이 더 증가할 수 있다. 질병 예방에 투자하고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건강검진을 장려해 치료비를 줄이는 것은 의료비용을 감소시킬 뿐 아니라 국민들의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지방 선거에서 쏟아지는 공약을 보면서 무엇인가 더 많은 혜택을 주는 것보다 내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파악해야 할 중요한 시기이다. 막걸리·고무신 선거가 21세기까지 이어지는 것은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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