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조 기자

정치는 매우 예민하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는 떨어지는 낙엽은 고사하고, 티끌도 조심하는 것이 상책이다. 때문에 기자 입장에서 선거를 앞두고 정치 그것도 뭉뚱그려서가 아니라 특정인을 직시해 글을 적는 것은 쉽지 않다. 때문에 미사여구란 얄팍한 기술로 선거철이면 겪는 소회를 풀어볼까 한다.   

최근 본격적인 선거를 앞두고 담당하고 있는 선거구 후보들을 찾았다. 후보들과 이래저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여야를 막론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정당 내 소식도 입에 담는다. 나아가 후보들 간 알력이나 서운한 감정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공천 과정에서 느꼈을 감정이 고스란히 하소연으로 나오는 것이니 가만히 들어주는 것이 상책이라 생각된다. 오죽하면 기자한테까지 이럴까 하는 심정으로 말이다. 

하지만 유권자 입장이 되면 불쾌한 사안도 많다. 선거에 나온 후보가 유권자에게 가져야 할 기본적인 예의 문제라 지적할 수밖에 없다.  

공식 선거를 하루 앞둔 날 한 여당 후보 사무소를 찾았다. 후보 얼굴이 큼지막하게 인쇄된 현수막이 건물 반 이상을 덮고 있어 어렵지 않게 사무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건물 어디에도 후보 사무소임을 알리는 안내문은 없다. 단지 후보의 직장격인 한 정치인 사무실을 알리는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혹시나 싶어 찾아가니 후보는 없다. 관계자는 후보 직장명이 적힌 명함을 준다. 그 흔한 벽보 한 장 걸려 있지 않다. 어디에도 이번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은 찾기 힘들다. 선거용으로 달라는 요청 끝에 받은 명함이 참 귀하게 여겨질 정도다.

물론 공식 선거 하루 전이라 선거 운동 준비를 다 하지 못했을 수 있다. 기자 방문 이후 완벽한 준비 끝에 지금쯤이면 열심히 선거 운동 중일지 모른다. 하지만 기자가 이날 찾은 5곳의 후보 선거사무소에는 최소한 사무소로 가는 길 안내 정도는 돼 있었다. 혹시나 찾아 올 유권자 즉, 민원인을 위한 배려다.  

또 다른 후보 이야기다. 공교롭게 이 후보도 여당 소속이다. 기자와 한참 이야기 하다 같은 선거구에 출마한 다른 정당 후보를 한탄한다. 너무 열심히 선거운동을 해 자기도 열심히 선거 운동을 안 할 수 없다는 내용까지 덧붙였다. 다른 후보가 선거 운동을 너무 안해 분위기가 안 산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이건 뭐.

비단 이번 선거때만 느끼는게 아니다. 당선이 확실한 후보일수록 선거기간에 들을 수 있는 소문은 유쾌하지 않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은 나벤져스라는 선거지원단을 만들었단다. 상대적으로 득표가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호 나번 선거 운동을 돕는 것을 주요 활동으로 하고 있다. 정당 입장에서 한명의 당선인을 더 배출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 허나 지역에서 이웃을 위해 정치하겠다고 나섰다면 당선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해야 한다. 기호가 좋아서 ‘유유자적’ 전술을 취해도, 나 홀로 공천을 받아 천하태평 술책으로도 당선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선거에 나선 모든 후보, 특히 당지지도가 높은 여당 측 후보들에게 묻고 싶다. 선거 운동에 공식적으로 보존되는 비용이 어디서 나오는지. 당선 이후 의정활동비는 누구에게 받으며, 누구를 위해 일을 하는지. 이 근본적인 질문에 마음속으로 대답했으면 한다.

선거란 용어를 찾다 흥미로운 것을 찾았다. 선거(election)와 엘리트(elite)의 어원이 같단다. 선거는 결국 자신을 대신해 일할 엘리트를 뽑는 것이다. 엘리트의 기본은 박학다식이다. 학문에 대한 소양이 넓고 보고 들은 것이 많다는 뜻이다. 그리고 학문과 소양을 익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다. 이왕 정치를 하겠다고 작정 했다면 한순간이라도 유권자를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 용기가 없다면 다소 늦긴 있지만 지금이라도 선거를 포기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당선된다 하더라도 시민을 섬길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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