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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스 언더그라운드의 ‘St. James Infirmary’
  • 정재근(음악평론가)
  • 승인 2018.06.05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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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화면 캡처

혹시 애드가 앨런 포의 ‘에너벨 리’라는 시를 아세요? 고등학교 때, 잠시 마음을 나누었던 친구가 하루는 시 낭송 음반을 내게 선물로 건네줬는데, 그 안에 들어있던 시 중 하나가 에너벨 리였습니다. 그때 그 시구가 얼마나 마음에 와 닿았던지, 읽고 또 읽기를 몇 번이고 반복하다 드디어 줄줄 외우기까지 했답니다. 급기야 나도 나중에 크면 비극적인 사랑의 주인공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그것도 구체적으로 상황까지 그려가면서 말이죠! 하하. 물론 비극적인 사랑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음을 모두에 밝히고 이야기를 풀겠습니다. 

아주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여인을 우연히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나 용기가 안 나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먼발치에서만 보며 애를 태우고 있기를 몇 개월! 그러다가 그 여인이 나를 발견하고는 내 마음을 알아줘 드디어 조심스럽게 만나게 되는 거지요. 그리고는 만남의 횟수가 잦아짐에 따라 설레는 사랑을 시작합니다. 하루하루가 온통 서로만을 생각하고, 위하며, 지키기 위한 것으로 가득 채워지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게 피 터지는 사랑을 하다가 갑자기 여인의 소식이 끊어지게 됩니다. 세상 어디에서도 그녀 흔적을 찾을 수가 없게 됩니다. 하루하루를 오로지 사랑하는 여인만을 위해 마음을 다했던 남자는 급기야 그녀를 찾아 나서게 되지요. 그러기를 수십 년…, 생활은 피폐해지고, 옷은 남루해 걸인이나 다름없는 모습으로 어느 시골마을을 지나며 그녀를 수소문 합니다. 그러던 중 그녀와 비슷한 여인을 본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발이 가시에 찢기고 가슴이 터지는 고통을 받으면서도 그녀가 있다는 곳으로 온 힘을 다해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정말 아주 작은 병원에서 마지막 호흡을 가늘게 하고 있었던 겁니다.

서로의 눈이 마주치는 순간 가느다란 신음 소리가 그녀 입에서 흘러나왔고요. 분명 그것은 왜 이제야 나를 찾았느냐는 원망 섞인 사랑의 표현이었습니다. 너무나 짧은 해후를 뒤로하고 그녀는 숨을 거두게 됩니다. 남자는 하늘을 원망하며 통곡하게 되는 것이지요.

어떻습니까? 이만하면 정말 비극적인 사랑이지 않나요? 혹시 저보고 ‘아예 소설을 써라!’ 하고 힐난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하 하! 하지만 이런 생각은 비단 필자만 하는 것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아류의 문학작품이나 드라마·영화 같은 것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나오는 것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아주 잠깐이나마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어요? 

오늘 소개할 음악 역시 필자가 생각했던 비극적인 사랑과 싱크로율 100%의 느낌을 가진 곡입니다. 사랑하는 여인의 마지막 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절규하는 마음을 그린 ‘St. James Infirmary’라는 곡입니다. 음악께나 들었던 분들은 여러 가지 버전으로 들었음직한 그런 유명한 곡이지요. 

이 노래는 그냥 입에서 입으로 구전돼 오던 곡이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미국의 한 작가가 바에서 듣고는 감명을 받아 작가정신이 발동해 이 곡의 뿌리를 찾아 나서게 된 것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계기가 됐지요. 이 곡은 영국에서 구전돼 오면서 여러 가사를 달리 가진 버전의 곡이었습니다. 이것을 그 작가가 제목과 가사를 가다듬고 어밍 밀스(Irving Mills)가 편곡 정리해 1928년에 루이 암스트롱이 앨범에 올린 것을 필두로 재즈, 블루스, 심지어 헤비매틀 뮤지션까지 줄을 지어 이 곡을 부르게 됩니다. 하지만 구전요 대부분이 그러하듯 자기들의 취향에 맞춰 가사를 조금씩 바꿔 부르게 되지만, 대체적인 뜻은 크게 바뀌지 않고 그 절절한 분위기가 계속 전해지게 되는 곡입니다.

찾아 들어보면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버전이 너무 많은지라 어느 뮤지션의 곡을 골라 소개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두 가지 버전을 모두 올리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해 두 곡 모두 소개해 드립니다. 하나는 폐부를 찌르는 듯한 절절한 보컬이 감성에 자극을 주는 블루스 언더그라운드 버전을 대문에 두고, 문을 열고 들어오면 하던 일을 멈추고 집중하게 만들어 버리는 피아노 연주로 분위기를 잡고 나서 가슴을 확 잡아끄는 매력을 보여주는 영국의 배우이자 가수인 휴 로리(Hugh Laurie)의 연주 모습이 담긴 곡입니다. 아마 이 곡들을 한번 듣고 나면 또 듣고 싶어서 다시 플레이 버튼은 클릭할 걸요. 

◇블루스 언더그라운드의 St. James Infirmary 들어보기
https://youtu.be/H-gcIfakxhA
◇휴 로리의 St. James Infirmary 연주실황 보기
https://youtu.be/AzEBH6DZJVk

정재근(음악평론가)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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