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 수채화 같은 수묵담채화로 주목 

동양화 중 한국 전통적인 기법으로 그린 그림을 ‘한국화’로 지칭해 부른 역사는 생각보다 길지 않다.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양 문화권 그림을 통칭해 ‘동양화’로 부르던 것을 1982년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한국화’로 공식 명칭을 쓰면서부터 용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국화는 우리 고유 미술 분야임에도 서양화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먹색의 간결함, 농담에 따라 느껴지는 다양한 표현들이 서양화와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그런 한국화를 뒤늦게 만나 대중에 알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용인 작가가 있다. 한국화가 김정석 작가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김정석 작가는 지하철 5호선 7호선 로고·상품(CIP) 디자인과 빙상경기장, 오두산 통일전망대 CIP 디자인을 맡을 만큼 디자이너로 활발한 활동을 해온 작가다. 그런 김 작가가 한국화가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 것을 얼마 되지 않았다. 
“디자이너로서 삶의 패턴이 가정주부와 잘 맞지 않았던 게 그만둔 이유였어요. 야근도 많고 스트레스도 쌓였고요. 그러다 어느 날 만난 한국화 인물화가 제 미술 인생을 바꿔놓았죠.”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먹선 만은 강렬하게 김 작가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선은 간결하고 군더더기가 없었다. 뭔가 치장하지 않고 과장하지 않은 아름다움이었다. 평소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걸 좋아하는 김 작가의 솔직담백한 성격과도 잘 맞았다. 김 작가는 그 길로 한국화의 매력에 빠져 새 분야에 대한 배움의 길을 걸었다고 했다. 

그렇게 한국화의 길에 접어든 김정석 작가는 2014년 괴산 김홍도사생대회에서 대상을 거머쥐며 능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당시 그림을 완성하기까지 4시간이 채 안 걸렸는데 정말 제 손에 날개가 달린 것 같은 느낌이었죠. 멈추지 않고 붓이 움직였어요. ‘아, 오늘은 뭔가 다르다’는 느낌은 분명 있었어요.” 
김 작가의 그림을 심사한 심사위원은 대회가 끝난 후 따로 김 작가를 찾아오기까지 했다. 짧은 시간 안에 깊이 있고 큰 규모의 그림을 완성했다는데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10여년 그림을 그린 작가도 힘든 그림이라는 평이었다. 그때가 김 작가가 한국화로 사생대회에 참여한 지 3년차였다. 


“보상받는 느낌이었어요. 열심히 노력했는데 그걸 인정받으니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계기가 됐죠.”  
김 작가는 먹색의 농담을 자유롭게 이용하고 물을 듬뿍 담은 색을 입혀 자연을 표현한다. 자칫 지루하게 보일 수 있는 한국화를 대중이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자신만의 기법으로 채운 것이다. 
김 작가의 한국화는 일반 수묵담채화와는 달리 동양적인 미와 서양 수채화의 맑은 느낌이 조화를 이룬다. 한국화를 한국화답게 그리면서도 대중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 중 탄생한 김정석표 기법이다. 

대표작품 ‘휴’는 그만의 기법으로 색을 화사하게 쓰고 먹에서 오는 답답함, 지루함을 뺐다. 한국화도 이렇게 예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단다. 나무를 불투명한 흰색으로 표현한 점도 일반 한국화와 다르다. 먹의 반대되는 개념을 그림에 첨가한 것이다. 먹이 어둠과 강함이라면 흰색은 부드러움, 유연함, 밝음을 의미한다. 
한국화가 경력이 상대적으로 짧은 것도 김 작가에게는 강점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자신의 기법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수정하면서 대중과 한국화가 가까워질 수 있는 작품들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앞으로 세밀한 표현에 집중할 계획이에요. 한국화도 이렇게 사실적이고 섬세한 터치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대중에 사랑받는 한국화를 그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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