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지역발전의 척도를 가늠하는 기준이 단순히 경제적 측면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문화적 역량과 예술적 수준이 매우 중시되는 문화예술의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특히 선진국형 산업구조 개편과 초고령화 시대로의 진입 등 사회적 변화에 따라 시민들의 정서 함양, 여가 선용, 자기계발과 같은 삶의 질 향상에 있어서 문화예술은 대단히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인구 100만 도시로 성장한 용인시의 문화예술 현주소는 어떠한가. 문화예술 인력은 물론, 기반 인프라 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20여 년 전에 비하면 놀라울 만큼 변화와 발전이 이뤄졌다. 포은아트홀을 중심으로 각 공연장에서 연일 공연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전시회와 문학 행사도 빈번하다. 게다가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도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수강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또 올해부터 찾아가는 아트트럭을 운영해 문화 소외지역도 사라질 전망이다. 그야말로 ‘상전벽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이다.

하지만 용인의 문화예술은 이제 초석을 다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문화예술 각 부문의 양적 성장에 비례해 질적 수준 향상 방안도 고민해야 하고, 세대간·지역간 문화적 격차 해소 방안, 문화적 정체성 확립을 위한 지역문화 콘텐츠 개발 방안 등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과업들을 체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중장기 로드맵이 그려져야 하는데, 이것이 곧 문화정책 개발이다.

필자가 오랫동안 문화계에 종사하면서 목도한 용인시 문화예술의 다양한 현상들을 바탕으로 앞으로 추진해야 할 몇 가지 방향을 큰 틀에서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 문화정책의 개발이다. 지역문화의 진흥을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 구축과 함께 5년, 10년 단위 중장기 정책개발이 필요하다. 특히 임기가 정해져 있는 민선시장 제도 아래에서는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때문에 문화정책 전담 상설기구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지방분권 시대에 가장 중요한 지방행정 과제로 인식되고 있는 문화정책이 제대로 수립되거나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17년 ‘용인시 문화정책 중장기 발전방안’에 관한 연구 용역이 진행됐지만 현실화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그 예이다. 때문에 지역문화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한 중장기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통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상설 기구가 필요한 것이다.

둘째, 지역문화 콘텐츠 개발이다. 용인시는 전국에서 가장 다양하고 풍부한 역사문화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이를 발굴하고 육성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못했다. 향토문화는 가장 고유성이 많은 문화자원인 동시에 가장 활용성이 높은 문화산업적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고유성과 배타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은 그것이 곧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 용인도 향토문화 자원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이를 콘텐츠화 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경주해야 한다. 이와 함께 현재 운영되고 있는 포은문화제, 처인성문화제, 백중문화제 등 지역 기반의 각종 문화 행사를 적극 활성화하고 키워나가야 한다. 지역민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정체성을 확립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일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용인을 상징하는 대표 브랜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문화시설 인프라 구축이다. 한 지역의 문화수준과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공간이 지역 박물관과 미술관이다. 오래 전부터 문화계 인사들이 용인시립 박물관과 미술관 설립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하지만 인구 100만을 넘어선 현재까지도 그 염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기흥구 동백동에 위치한 ‘용인문화유적전시관’이 ‘용인시박물관’으로 명칭이 변경됐지만, 이름만 바뀌었을 뿐 명칭에 걸맞은 내용과 규모를 갖춘 진정한 시립 박물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중장기 발전계획이 없다.

오늘날의 박물관‧미술관은 작품을 단순 전시하는 기능만이 아니라 학제적 연구의 공간, 시민들의 교육 및 문화체험, 문화교류, 작가와 시민의 커뮤니티 공간으로써 그 기능이 크게 확대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용인시에는 포은아트홀을 비롯한 다양한 유형의 공연장과 전시장이 구비돼 있다. 그런데 그러한 시설들이 수지구와 처인구에 집중돼 있다. 인구가 가장 많은 기흥구에는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공연장이나 전시장이 아예 없다. 지역문화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라도 문화시설 인프라 구축에 이제는 적극 나서야 한다.

이상에서 제시한 몇 가지 발전 방안에 있어 그 기능을 적절히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이 용인문화재단이다. 기초자치단체가 설립한 문화재단의 기능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지역문화 진흥 기능이고, 둘째는 문화시설 관리, 셋째는 문화정책 개발 기능이다. 2013년 설립돼 5주년을 맞이한 용인문화재단은 문화 진흥과 문화시설 관리 기능에 있어서 그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 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화정책 개발 기능은 아직 제도화 되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므로 향후 문화재단의 기능적인 측면에서 시민을 위한 문화정책 개발과 정책실험을 할 수 있도록 현재의 집행기능 이외에도 ‘정책개발 기능’을 부여할 것을 제안한다.

지방 분권화 시대를 맞이해 지자체의 자생을 위한 창의성 있는 정책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에서 지역 문화예술 진흥은 지역발전에 커다란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을 확신한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