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원지방법원에 취재 차 다녀온 적이 있다. 자주 다니는 길이지만 취재가 아니고는 눈길도 별로 주지 않은 곳이다. 그날 그곳을 찾은 이유는 그 사람들의 판결을 보기 위해서다. 개정 시간에 맞춰 법정에는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대충 손꼽아봐도 50명은 훌쩍 넘는다. 누가 왔는지 면면을 살피던 중 법정 한 곳에 앉아 있는 두 명의 남성과 뒤쪽에 서 있던 또 다른 한명의 남성에 눈이 꽂혔다. 이날 법정에서 판결을 기다리는 피고들이다.

재판관이 판결문을 읽는 내내 방청객과 등을 돌린 그들 모습을 봤다. 그 중 한 사람은 몇 해 전 용인을 떠나 지금은 남쪽 어느 마을에서 생활하고 있다.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모르긴 몰라도 이른 시간에 보따리 크기의 가방 하나 달랑 들고 집을 나섰을 것이다. 또 한 사람은 목사란 신분이지만 환경운동가로 전국적으로 명성이 알려져 있다. 그들을 나란히 하고 있는 또 한 사람 역시 한때 이들과 비슷한 공간에서 생활했던 사람이었다.

판결문 끝 무렵. 양형을 언급하는 순간 방청석에서 박수소리가 터져 나오고, 흐느껴 우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보였다. 먼 곳에서 온 사람 그리고 그 곁을 지키고 있던 목사인 환경운동가에게는 ‘무죄’ 그리고 그 옆에 있던 사람은 ‘유죄’가 선고됐다.

누구라도 절대 경험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다. 무서운 것, 두려운 것, 부끄러운 것 등이다. 물론 개인차는 있겠지만 분명히 사람들은 제각각 싫어하는 감정이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것은 공포다. 즉 무서운 것. 사람이 가장 공포를 느낄 때는 상황을 예상하지 못할 때라고 한다.

무죄를 선고 받은 한 사람은 찾아 온 사람들을 품에 안고 눈물을 흘렸다. 또 다른 한 사람은 연신 웃음을 보이며 좋다는 말과 한숨 소리를 연이어 뱉었다. 그들이 눈물을 흘린 이유, 그리고 좋다는 말과 함께 큰 한숨을 내 쉰 이유. 공포의 순간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 때문 아닐까.

그 공포라고 하면 유죄로 인한 감옥살이나 가족과의 생이별 등도 포함되겠지만 수년에 걸친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는 그 공포감이 더 컸다고 여겨진다. 그 공포감에 조금이라도 안도감을 주기 위해 주민들은 법원에 탄원서를 냈다. 구구절절 긴 내용을 적은 사람도 있겠지만, 피고인으로 법정에 설 사람이 지금 안고 있는 무게감을 조금이라도 나누겠다는 마음을 더 전하고 싶진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재판이 있기 며칠 전 정찬민 시장이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용인 최초 재선에 성공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때마침 한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지곡동 용인연구소(주민들은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라고 말을 하며, 업체 측은 콘크리트용 계면활성제 연구소라고 한다)에 대한 시장의 입장을 듣고 싶단다. 그날 재판정에 피고로 출석한 이들이 용인 연구소 건립을 반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들로 수년이 넘도록 법원과 검찰을 오가고 있는 당사자다.

이날 정찬민 시장은 전 시장 임기 때 허가가 난 상황이라 안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며, 이후 허가 취소란 특단의 조치를 취하는 등 할 수 있는 노력은 다했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어 일부 사람들이 자신과 연결된 양 오해를 하고 있다며 “고소당할 수 있으니 말씀 삼가 했으면 좋겠다”라고 마무리했다.    

그냥 문득 정 시장의 대답과 재판장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기뻐하는 사람과 유죄를 선고 받고 침묵하던 또 다른 한사람, 그리고 지난 수년간 이 사업을 두고 취재다니며 만난 사람들을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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