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에게 전화가 왔다. 교통을 주제로 한 간담회에 나서게 됐는데 취재 과정에서 보고 느낀 점을 말해 달랬다. 후보와의 개인적 관계를 떠나 시민들의 지적이 공론화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람에 아는 범위에서 최대한 민의와 현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한주가 지나고, 주최 측이 간담회 관련 보도자료를 보내왔다. 하루에도 수건씩 들어오는 보도자료려니 하고 확인하니 이상하다.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던 후보와 관련한 내용은 한 줄도 없다. 아니 이름조차 언급되지 않았다. 참석하지 않았나 싶어 자료를 살펴보니 사진에는 분명 있으며, 그 속에 등장한 다른 정당 후보 이름은 대부분 언급됐다.

흔히 말하는 원내정당이 아닌 군소정당 후보라는 이유에서 일까. 후보에게 전화를 걸었다. 간담회에 참석은 한 듯한데 발언을 하지 않았냐. 왜 후보 이름만 빠져 있냐고 물었다. 후보는 주최 측이 보낸 자료에 자신의 이름이 빠졌다는 말에 한숨을 내쉬더니 섭섭한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간담회 현장에서도 자신의 이름표가 준비되지 않은 등 냉대를 받았단다.

또 다른 후보 이야기다. 이 후보는 그나마 원내정당을 대표해 용인 한 지역구 후보로 나섰다. 여건이 앞서 언급된 이름 빠진 후보보다는 조금은 나아 보인다. 하지만 선거 운동을 하다보면 거대정당 소속이 아니라는 현실을 여실히 느낀단다.

기자생활을 시작한 이후 5번째 치르는 지방선거다. 국회의원 등 기타 선거까지 합친다면 10회는 훌쩍 넘을 듯하다. 기자 생활 초기 때는 무소속이나 군소정당 후보를 담당했었다. 당선 가능성이 낮다는 회사의 편협한 판단에 따른 것일 게다. 물론 그들을 통해 생산한 기삿거리가 실제 신문에 실리는 횟수도 상대적으로 낮았다. 다른 후보와 균형을 맞추기 위해 실리긴 하지만 그마저도 고만고만한 후보들과 ‘묶음’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선거 때가 되면 많은 하소연이 들린다. “정치하는 사람이 다 비슷하지”  “찍을 사람이 없어”  “최선을 뽑는 것이 아니라 차악을 뽑는 거야”   

솔직히 이제 우리 인정할 건 인정하자. 그동안 얼마나 후보 면면을 알려고 했는지. 그저 언론이 물어주는 몇 몇 정보에 너무 의지한건 아니었는지. 군소정당이라고, 무소속이라고 등한시 한건 아닌지 말이다. 

정치는 수단이다. 복잡한 세상에서 하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이견을 조율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정치다. 복잡한 세상에서 달성해야 할 목적은 ‘정의’ ‘민주’ ‘자유’를 바탕으로 한 무엇일 것이다.   

하지만, 아주 간혹(이라고 해두자)은 이런 목적과는 동 떨어진 정치를 하는 위인들 때문에 우리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그럼 그렇지”라는 회피성 말로 나와는 상관없다며 선 긋기에 나선다. 

일부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는 사실상 결정난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누군가 말처럼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분명한건 아직 선거가 20일 이상 남았으며, 공식 선거운동은 시작도 되지 않다는 것이다. 

차근차근 하나씩 물어볼까 한다. 올해 선거가 치러진다는 것을 알고 계시는가요. 시장뿐 아니라 시도의원, 도시자, 도교육감까지 선출한다는 것도 알고 계신지. 그렇다면 우리 마을에 나선 후보는 누구신지 확인하셨는지. 좋다. 그럼 이제 그들의 면면과 그들이 말하는 목소리를 한번쯤 들어보길 당부 드린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고서인 주역에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이란 문구가 있다.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는 의미다. 해석하는데 차이는 있지만 궁한 마음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여러분에게 정말 궁한 건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 궁함을 통하고자 손 내미는 후보는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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