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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가 나오기까지 3
  • 허준영(작은씨앗도서관 관장, 마을 수제맥주학교 강사
  • 승인 2018.05.2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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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는 인간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 그 맛은 쓰지만 마음을 여는 데는 묘약이다’ - 후쿠자와 유기치(메이지 시대의 계몽 사상가)

지난 호에는 워트를 만드는 과정까지 소개했다. ‘워트’를 한마디로 말하면 몰트를 효모가 발효하기 편한 액체 상태로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워트로 발효한 맥주를 마셔보면 무언가 허전한 마음이 들 것이다. 맥주의 양념이 빠졌기 때문이다. 맥주를 맥주답게 만들려면 이 워트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양념이 필요하다. 바로 ‘홉(hop)’이다. 홉이 들어가지 않는 맥주는 그야말로 앙꼬 없는 찐빵이다.

맥주의 양념과 같은 것이지만 맥주집을 ‘호프집’이라고 할 정도로 맥주 재료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필수 요소이다. 홉은 흔히 아로마라고 하는 맥주의 향과 풍미, 그리고 쓴맛(비터)을 더해 주어 맥주의 알싸하고 향기로운 맛을 나게 해준다. 단순히 풍미만이 아니라 맥주의 거품을 오래 지속시켜 주는 역할도 하며 숙성 과정에서 생길수도 있는 박테리아를 억제하는 천연 방부제 역할도 한다. 수제 맥주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IPA(인디아 페일 에일)는 홉을 많이 넣어 홉 향이 매우 강한 맥주이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와 영국을 오갈 때 긴 항해에도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홉을 많이 넣은 것에서 비롯된 맥주이다. 그만큼 방부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홉은 수확 후 1~2시간만 지나면 갈변이 일어나면서 상하고 향이 변하기 때문에 수확 후 바로 건조해 으깬 후 다시 뭉친 팰릿(알약) 형태로 냉장 보관해 사용한다.

홉은 넣는 시기에 따라서도 서로 다른 풍미를 강조하게 되는데, 걸러낸 맥즙이 끓기 시작할 때 넣으면 쓴맛이 강화되고, 끓은 지 30분 정도 됐을 때 넣으면 향과 맛을 동시에 강화하며 불을 끄고 넣은 홉은 아로마를 강화해 준다. 때로는 홉을 나누어서 시차를 두고 넣어 다양한 변화를 주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맥즙을 냉각시켜서 발효의 적당한 온도인 섭씨 25도까지 식혀 준다. 온도가 너무 높으면 효모가 다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냉각시킬 때 균의 오염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열탕 소독한 칠러(스텐리스 관을 스프링처럼 감은 수냉식 냉각장치)를 통해 빠르게 냉각해야 한다.

이제 발효를 위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보면 발효 전 과정이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게다가 필요한 도구나 작업 장소가 구비돼 있지 않다면 매우 번거로운 과정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자가 양조는 도구가 준비돼 있는 장소를 대여해서 하거나 동호회를 꾸려서 함께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요즘은 혼자서도 간단하게 발효할 수 있도록 워트를 농축시켜 놓은 제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것도 입맛에 맞게 고를 수 있도록 다양한 종류의 농축 워트가 나와 있다. 농축 워트를 물에 희석해서 효모만 뿌리면 양조가 완성되니 그야말로 홈브루잉의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시간도 1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숙련된 양조 애호가라면 위 과정을 거쳐서 자신만의 맥주를 양조하기를 선호하겠지만, 처음 양조에 도전한다면 농축 워트를 사용하는 법을 권한다. 다음에는 발효 과정을 다룰 예정이다.

허준영(작은씨앗도서관 관장, 마을 수제맥주학교 강사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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