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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벤 포드의 Nothing to Nobody
  • 정재근(음악평론가)
  • 승인 2018.05.23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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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을만한 음악 좀 하나 틀어봐라’ 내 차에 올라탄 친구가 아주 편안한 자세의 몸짓으로 한마디 툭 던졌습니다. 오랜만에 모임에 나온 친구 집이 같은 방향이고, 마침 오랜 기침감기로 인해 술을 마실 수 없는 상황의 필자는 직접 운전해서 모임에 참석해 그 친구를 태워 귀가하던 길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좋아해오고, 오랜 기간 DJ로 활동했던 경험이 있었던 지라 제 주변에는 가끔 이와 비슷한 요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요구가 일반적인 음악적 소양이 아닌 약간의 전문적인 수준을 갖춘 이들에게는 얼마나 힘들고 황당한 것인지, 아마도 당사자들은 잘 모를 겁니다. 매일같이 세상에는 셀 수도 없는 많은 곡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음악 색깔도 나날이 세련되게 발전하고 있으며, 듣는 이들의 취향 역시 때에 따라 각각 달라지지요. 그렇기에 듣는 이의 음악적 취향이 어떠한지 모르는 상태에서 소개한 음악이 성공할 확률은 지극히 낮습니다. 하지만 듣는 이에게 술기운이 조금 있고, 주변이 조용한 상황이라면 예외 없이 달달한 재즈나 블루스 곡을 소개하면 성공 확률은 높아지게 된답니다.

사실 재즈나 블루스 하면 술과 연관되는 분위기를 떠올리는 마니아층이 꽤 됩니다. 아마도 재즈나 블루스의 연주 장소 대부분이 술집이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요? 다른 분들도 그러는지 잘 몰라도 필자가 지금까지 블루스 음악을 들어오는 데에는 술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적당히 취한 상태에서는 아무래도 감성이 이성을 이기게 되니 음악에 파묻혀지기가 그만큼 수월해지기 때문이었지요. 근거는 없지만, 아마도 연주자들도 적당히 취한 상태에서 연주하게 되면 평소와는 다른 ‘필’을 뿜어낼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러고 보니 술기운이 있는 상태에서 평소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꽤 있는 것 같습니다. 술고래로 소문이 났던 농구의 허재 감독이 선수시절 때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코트에 올랐는데, 평소보다 더 많은 득점을 하고 어시스트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보였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습니다. 어떤 야구선수가 술기운이 있는 상태에서 홈런을 쳤다는 이야기나 성룡 주연 영화 ‘취권’에서도 평소보다 술에 취해 있어야 뛰어난 무술 실력을 보여주게 되더라는… (이건 아닌가요? 하하)

여하튼 친구의 흘러가는 요구에 제가 틀었던 곡들도 달달한 재즈와 블루스 곡들이었습니다. 음악을 듣는 친구는 한참 동안 침묵의 대답으로 흡족한 마음을 표하더군요. 그런 고로 술을 마시거나 술이 약간 들어간 상태에서 음악을 듣는 것이 더 많이 음악에 파묻힐 수 있는 방법이라는 팁을 하나 드리면서, 제가 차에서 들었던 로벤 포드(Robben Ford)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기타 꽤나 쳤네’ 하는 사람들은 거의 로벤 포드가  펴낸 블루스 기타교본을 한번쯤 펼쳐본 이력이 있을 것입니다. 실용음악을 하는 학생들 역시 로벤 포드의 연주를 따라 하기를 밥 먹듯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기타 분야에서는 위치가 상당한 인물입니다. 아마도 일반인들은 세계적인 기타리스트를 꼽아보라 하면 에릭 클랩튼, 지미 페이지, 제프 백, 비비 킹 등을 꼽을 테고 로벤포드는 듣도 보도 못한 이라고 이야기할 분이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사람은 ‘20세기 최고 기타리스트 100인’과 ‘최고의 기타 톤을 가진 50인의 기타리스트’에 선정됐으며 미국 대학생들이 가장 사랑하는 기타리스트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빌보드 블루스 앨범 차트 1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그래미 어워드에 5회나 노미네이트됐던 세계 최정상의 세션기타리스트 겸 최고의 블루스 기타리스트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이름을 날린 기타리스트가 몇 해 전 내한해 단독 공연을 가졌는데도, ‘로벤 포드’가 누구인지 자체를 모르는 팝 팬들이 더 많았기에 생뚱맞게도 서울의 한 대학 이벤트홀에서 1회 공연으로 끝맺음을 했다는 것에 큰 아쉬움을 표합니다. 로벤 포드는 정통 블루스 기타리스트이지만 재즈와 록 등 장르에 구분 없는 실력파로 이름이 나있습니다. 13살 나이에 색소폰으로 음악계에 입문해서 독학으로 배운 기타가 이제는 전설이 된 사람이지요. 그가 세션을 해준 뮤지션들만 해도 재즈 거장 마일즈 데이비스를 비롯해 밥 딜런, 조지 해리슨, 존 스코필드, 조니 미첼 등 정상급들이었지요. 그의 연주를 가만히 들어보면 참 오묘하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멜로디 라인을 그대로 살리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런 연주를 보여주게 된 것은 모든 장르를 섭렵하며 쌓아 올린 그만의 내공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가수 조용필 씨는 지금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연습을 한다고 했지요? 로벤 포드 역시 그 비슷한 날들을 보내는 듯싶습니다. 로벤 포드의 대표적 발언 중에 이런 것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나에게 언제나 이런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어떻게 하면 기타를 잘 칠 수 있나요?’ 사실 이런 건 묻기는 쉬워도 대답은 쉽게 나오지 않는 것이지요. 기타 공부에 어떤 특별한 대안은 없습니다. 많이 치는 사람이 환희의 미소를 짓는 법이에요”
로벤 포드-Nothing to Nobody 동영상
http://youtu.be/A9A0pmXDWr8

정재근(음악평론가)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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