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든 달려가는 1등 봉사자

7년여 목욕·청소·산책 등 이웃 도와
요양보호사·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

상현1동에는 주민센터 직원들 사이에서 유명한 주민 한 명이 있다.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든 달려오는 사람’ 상현1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이경원(53) 위원장이다.
지역사회 봉사에 솔선수범이라는 그를 인터뷰하고 싶다는 기자의 요청에 이 위원장은 여러 번 고사했다. 칭찬받을 일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나는 이기적인 사람입니다. 나를 위해서 봉사하거든요. 누군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아서 그래서 봉사해요.”

그의 말은 정확했다. 이 위원장의 얘기를 듣다보니 ‘아 이 사람은 봉사를 정말 좋아하는 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위원장은 누군가를 돕고 싶어서 주민센터와 구청을 찾아가 ‘내가 봉사하고 싶은데 도울 사람이 없느냐’ 물어볼 정도로 봉사에 적극적이다. 한 달을 기다려도 연락이 없으면 또 전화해 묻는단다. “내가 도와드려야 사람이 분명히 있을 텐데 한번만 더 찾아봐주세요.” 그게 연결되고 인연이 돼 홀몸 노인을 만나고 취약가정을 찾아간다. 그리고 한번 도움의 손길 후에는 더 이상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 때까지 봉사를 이어간다. 봉사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자동차 1종 면허까지 땄다는 그다. 
이경원 위원장은 10여년 전만 해도 해외 각지를 오가며 비즈니스를 하는 모 기업 임원이었다. 매일 정장을 입고 서류가방을 들고 다니던 그가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고 봉사를 시작하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어머니 때문이었다.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요양병원에 계셨는데 갑자기 설사가 심하시다고 하더라고요. 큰 대학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았죠.”

그 이후 이 위원장은 어머니 병수발을 도맡아 했다. 잘 다니던 회사도 사정을 얘기해 그만뒀다. 장모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역시 이 위원장이 돌봤다. 딸도 며느리도 못한 온갖 수발을 이 위원장은 아무 거리낌 없이 했다고 했다. 그저 좋아서 한 일이었다. 그런 그를 곁에서 지켜보던 아내는 ‘당신이 가장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을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 조언했다.
이 위원장은 이후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땄고 10년 넘게 요양원을 운영하며 새로운 직업을 찾았다. 본격적인 봉사 인생도 이 때부터 시작됐다.
온갖 쓰레기로 넘쳐나는 집에는 하루 종일 청소를 도왔다. 홀몸 노인들은 병원을 바래다주고 목욕을 돕고 반찬을 해 날랐다. 2~3주에 한번 씩 산책을 함께 하며 말벗이 돼 주기도 했다. 산책을 못하는 궂은 날은 교회 봉사팀에 부탁해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불러드렸다. 이런 정성이니 한번 인연이 된 이웃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경원 위원장을 친 자식처럼 가족처럼 대한다고 했다. 산책선생님, 목욕선생님, 청소선생님. 이경원 위원장을 부르는 이웃들의 호칭이다. 매달 만나는 이 위원장을 위해 ‘언제나 보고 싶은 산책선생님’이라는 제목으로 노래를 불러준 할머니가 있을 정도다.   

“어떤 분들은 자기 자식보다 저를 의지하실 때가 있어요. 이래도 되나 싶죠. 그래도 절 기다리고 좋아해주시는 그 분들이 고마워요.”
올 초 이 위원장은 귀가 잘 들리지 않는 홀몸 노인을 위해 보청기 5개를 자비로 구입해 상현1동에 기부했다. 운영이 어려워진 요양원을 올 초 정리했다는 이 위원장은 상현1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맡게 됐다.
“곧 홀몸 어르신들 모시고 야유회도 갈 예정이에요. 협의체 위원들과 상현1동 복지팀이 힘을 모아 도움 꼭 필요하신 분들 찾도록 하려고요. 앞으로 더 바빠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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