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 집 걱정하지 말라”는 말에 마음은 더 착잡
연휴 내내 독서실행 “기계처럼 산다” 하소연
어버이날 등 특별한 날엔 부담 더 커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 등 가족과 관련된 기념일이 많아 ‘가정의 달’이라 불린다. 평소 소홀하기 쉬운 가족에게 마음을 전한다는 의미지만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부담스럽고 마음이 불편한’ 달이 될 수밖에 없다. 
2년째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수지구 풍덕천동 손 모(31) 씨는 자신의 요즘 생활을 ‘기계처럼 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4월 국가직 공무원 시험에서 낙방한 이후 19일 또 다른 공무원 시험을 앞두고 있어 마음이 조급하다. 매일 반복되는 생활이지만 손 씨에게도 역시 5월은 ‘신경 쓸 일이 많은’ 달일 수밖에 없다. 손 씨는 5일부터 시작된 연휴에도 며칠 앞으로 다가온 시험 준비를 위해 독서실로 향했다고 했다.

그래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날은 ‘어버이날’이었다. 손 씨는 부모님이 지방에 계셔서 직접 찾아뵐 수는 없었지만 전화를 드려 마음을 전했다고 했다. 손 씨는 “어버이날 지방에 계신 어머니께 전화해 ‘남들은 용돈도 챙겨드리고 하는데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괜찮다. 집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마음은 착잡했다”고 말했다.

부동산 쪽 직장에 다녔던 손 씨는 밤낮없이 밀려오는 업무가 너무 힘들어 공무원 시험을 결심한 경우다. 월급은 만족스러웠지만 돈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돈을 벌어도 쓸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빴다. 손 씨는 안정되고 복지가 보장되는 직장이 공무원직이라고 생각해 시험준비를 결심했다고 했다. 손 씨는 “제 주위 친구들 반 이상은 공무원이나 각종 자격증 시험을 준비한다. 친구들이랑 얘기해보면 ‘이제는 집에 전화 드리기도 죄송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10일 용인시일자리센터에서 만난 처인구 역북동 박장미(32) 씨는 한 달 전 화학계 연구원직을 그만둔 이후 이른바 ‘돌취생(돌아온 취업준비생)’이 됐다. 회사 경영이 악화되면서 어쩔 수 없이 직장을 나왔는데 벌써부터 금전적 부담이 느껴진단다. 박 씨는 “직장 다닐 때는 부모님께 꽃과 밥도 사드리고 용돈도 챙겨드렸지만 이번에는 아무것도 못했다”며 “막상 일을 하지 않으니 그런 특별한 날들이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 1년 넘게 학원을 다니며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역북동 조진영(27) 씨 역시 이번 연휴는 마음이 복잡했다. ‘아직 젊으니 마음 편히 준비하라’는 부모님 말씀에도 어깨가 무거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조 씨는 “취업에 성공하면 제일 먼저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밝힌 지난해 15~29세 청년 실업률은 9.9%로 사상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청년 체감실업률은 22.7%로 전체 연령층의 체감실업률(11.1%)의 두 배 수준이다. 용인시는 청년층 실업률을 따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지만 전국 수치와 비슷한 10% 수준으로 보고 있다. 용인시일자리센터는 올해 4월 기준 고용노동부 고용정보시스템 워크넷 전산에 등록된 용인시 29세 이하 청년구직자 1만9931명 중 2011명이 구직에 성공해 구직성공률 10.08%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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