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객↓→재정난→전문인력 부족 악순환
“전시실 아니면 불도 못 켜” 재정난 심각
인력 잦은 교체 해소, 차별성 강화 관건

용인 내 박물관과 미술관이 입장객이 점점 줄어드는 등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립박물관과 미술관의 경우 재정적 어려움으로 전문 인력을 1년마다 교체하고 시설 투자는 엄두도 못내는 등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기도와 시 지원에 의존하지 않도록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내부에서부터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용인 한국등잔박물관의 경우 2013년 연간 1만5601명이었던 입장객이 지난해 7957명으로 50%이상 줄어들었다. 용인 대표 사립미술관인 한국미술관과 이영미술관 역시 2013년 대비 지난해 입장객이 각각 65%와 80%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난해부터 경기도박물관과 백남준아트센터 등 도립관의 입장료가 무료로 전환되면서 사립박물관과 미술관의 방문객 수는 더 줄 것으로 보인다는 게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도립박물관과 미술관 무료입장 방안이 추진될 당시 사립박물관·미술관이 회원인 경기도박물관협회는 “도립박물관·미술관이 무료로 개방되면 사립은 운영에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된다”면서 “도민의 문화·복지 차원에서 사립도 입장료를 무료로 하고 도에서 지원해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입장객이 줄어들면서 사립박물관·미술관이 처한 어려움 중 공통적인 부분은 재정난이다. 재정난은 전문 인력의 낮은 임금,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이어져 전시에 영향을 주는 등 악순환의 고리처럼 연결되고 있다. 그나마 용인은 시설 당 각각 1명의 큐레이터와 에듀케이터 등 전문 인력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1년 이상 근무할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해야한다는 이유로 담당 인력을 매년 교체하는 실정이다. 잦은 인력 교체는 각 박물관과 미술관 발전에 저해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올해 경기도와 용인시가 지원하는 용인 박물관·미술관은 총 8곳으로 경희대 혜정박물관, 한국등잔박물관, 예아리박물관, 이영미술관, 마가미술관, 한국미술관, 안젤리미술관, 신영숙컬렉션박물관이다. 지원예산은 총 2억7000여만원으로 이중 시는 2억1000만원, 도가 나머지를 부담한다. 지원금 대부분은 전문 학예사 인력 지원으로 쓰인다. 그나마 매년 지원금이 나와 운영을 이어나가는 형편이지만 입장객 증가를 위한 시설 투자나 그 외 다양한 사업을 벌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었다. 
한 미술관 관계자는 “재정과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대부분 미술관들이 지원금을 받기 위한 한 두 가지 사업을 추진하는 정도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며 “일부 미술관의 경우 전시실이 아닌 곳은 불을 켜지 않거나 소장품을 보관하는 창고가 노후화돼 열악한 환경에 방치하는 등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미술관 학예사 역시 “전문 고급 인력들이 박봉으로 일하는 현실은 어느 사립미술관이나 다 같을 것”이라며 “한 해 사업만 잘 마무리하자는 생각으로 버티는데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술관 발전을 계획하기란 힘들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사립박물관과 미술관의 운영상 어려움은 오래 전부터 예상돼 온 일이라며 자생력을 기르는데 집중해야 할 때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타지역 한 미술관 관계자는 “지원비만 믿고 운영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며 “각 시설별로 특화된 사업을 펼치는 등 차별성과 경쟁력을 갖추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