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으로 악수합시다. 그쪽이 내 심장과 더 가까우니까’ 이 세상의 수많은 작업 멘트 중에 최고라고 필자가 꼽는 말입니다. 이 말은 세기의 기타리스트이자 뉴스메이커였던 지미 핸드릭스(Jimi Hendrix)가 한 말인데, 그가 왼손잡이어서 그냥 단순하게 이야기한 것이 전설처럼 회자돼 명언으로 남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찌했든 그 말을 듣고 감탄하지 않은 여성은 없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사회에서 왼손잡이는 그리 환영 받지 못하는 존재로 지내왔습니다. 왜 그런지 몰라도 세상은 거의 대부분 오른손이 중심이 되는 세상입니다. 거의 모든 일상 도구들이 다 오른손잡이에 맞춰져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왼손잡이가 도구를 사용하면 왠지 불안해 보인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지미 헨드릭스도 어렸을 때부터 ‘왼손잡이는 악마의 상징’이라고 꾸짖는 아버지 때문에 오른손잡이로 바꿔보려고 무진 애를 썼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닌 모양이에요. 제 주변에도 왼손잡이를 고치려고 애 쓰다가 고치기는커녕 오히려 양손잡이가 돼있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왼손잡이들은 우뇌가 발달해서 예술적 능력이 뛰어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면서요? 같은 사물을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서 인습에 사로잡히지 않는 사고를 하는 경향이 많답니다. 아인슈타인이나 베토벤·피카소·안데르센·찰리채플린·알렉산더·나폴레옹 등이 왼손잡이였고, 빌 게이츠·빌 클린턴·오바마·폴 메카트니 등도 왼손잡이랍니다. 오늘 이야기하려는 지미 헨드릭스도 마찬가지고요.


보통 현존하는 세계 최고 기타리스트라고 하면 에릭 클랩튼을 이야기하는 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 대단하다는 에릭 클랩튼이 ‘넘사벽’이라고 인정했던 기타리스트가 바로 지미 헨드릭스에요. 27살 때 세상을 떠났기에 망정이지 계속 살아있었더라면 에릭 클랩튼은 상대적 열등감 때문에 지금처럼 빛을 발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답니다. 얼마나 에릭 클랩튼이 지미 헨드릭스를 대단히 봤는가는 본인이 직접 한 이야기나 책에서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 공연을 위해 지미 헨드릭스를 만난 에릭 클랩튼은 ‘보통 다른 밴드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는 뮤지션들은 대개 몸을 사리기 마련인데 지미 헨드릭스는 거침없이 이빨로 기타를 뜯고, 바닥에 눕거나 두 다리를 쫙 벌리고 기타 연주를 하는데 단순한 쇼맨십이 아니라 음악적으로 너무 대단해서 그가 두려웠다’고 추억을 했지요. 또 본인이 속해있던 그룹 크림이 대단한 반응이 있을 것이라 자신하며 내놓았던 앨범 ‘Disraeli Gears’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발매된 지미 헨드릭스의 ‘Are You Experienced’ 앨범 인기에 빛을 보지 못하고 영국 땅 어디를 가든 지미 헨드릭스 얘기밖에 없자 큰 질투와 열등감을 느끼고 영국에 환멸을 느끼기까지 했다고 고백했었어요. 이처럼 살아있는 기타의 전설로 불리는 에릭 클랩튼마저 지미를 부러워했고, 또 시샘했으며 존경하고 아꼈을 정도의 인물입니다.

지미 헨드릭스는 생전에 딱 네 장의 정규앨범을 내놓았습니다. 그럼에도 전설이 된 이유에 대해서는 지미 헨드릭스는 항상 첫 음부터 듣는 이에게 강한 임팩트를 줘 마음을 움직이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음 하나하나에 그야말로 혼을 실은 연주를 했습니다. 그의 공연을 한번이라도 본 사람들은 종전과 다른 문화적인 충격을 받고 말았지요. 이것은 일반 음악 팬들뿐만 아니라 다른 뮤지션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마디로 대중음악의 혁명이었어요. 사실 그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가진 기타 연주자들은 곳곳에 많이 있을 터입니다. 하지만 그가 보여준 연주를 후배 뮤지션들이 따라 하고 그로 인한 새로운 연주가 만들어지게 되고 하는 시작점이 됐기에 그가 끼친 영향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론을 제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지미 헨드릭스도 결국 몸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의 인생을 함축해서 정리하자면 마약과 문란한 여성 관계가 제일 먼저 떠오르게 됩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마약으로 인한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해서 결국에는 퇴학당하기까지 했어요. 너무 문란한 여성관계로 인해 그의 아들딸이 수백 명은 될 것이라는 과장 섞인 말들도 들리곤 하지요. 이것이 왼손잡이에게 흔히 발견될 수 있는 보편적 인습에 사로잡히지 않아 그렇다거나 독창적으로 갖게 되는 사고로 인해 빚어진 결과물이라고 치부한다면 그건 지나친 억지겠지요?

여하튼 퇴학당하곤 곧바로 군에 입대했지만 얼마 못 가서 부상으로 조기 제대를 하게 됩니다. 그렇게 된 것이 전화위복이 된 것인지 어렸을 때부터 붙잡고 살다시피 한 기타 실력이 ‘리틀 리차드’의 눈에 띄어 그의 밴드에서 연주하게 되고, 곧이어 ‘비 비 킹’, ‘샘 쿡’ 같은 뮤지션들과 연주활동을 같이 하게 되면서부터 실력과 명성이 치솟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팬들의 사랑을 그리 받았음에도 생활은 점점 마약과 섹스에 찌들어 결국에는 약물을 복용한 후 정신을 잃고 구토물에 질식해 숨을 거둔 채 발견됐지요. 그렇게 스물일곱 해 인생을 마치고 말았습니다. 대중음악계로서는 정말 큰 별을 잃어버리게 된 절망적인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서도 세계 곳곳에는 그의 음악이 카피돼 연주되고 있을 정도이니 사람은 가도 음악은 앞으로도 계속 살아있을 겁니다.

이번에는 그의 대표작 중에 ‘Hey Joe’를 들려드리겠는데 밥 딜런의 노래를 듣고서 내가 불러도 저것보다는 낫겠다 싶어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는 그의 보컬을 짧게 들을 수 있습니다. 뭐 개중에는 지미 헨드릭스의 보컬이 나름 매력적이고 재평가돼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솔직히 잘 부르는 실력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그의 뛰어난 기타 실력 덕인지 곡속에 녹아든 보컬이 그리 어색하게 들리지는 않아요.

지미 핸드릭스의 ‘Hey Joe’ 들어보기
https://youtu.be/rXwMrBb2x1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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