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동양에서는 기운이 없거나 피로를 느낄 경우 기가 허하다는 개념으로 보충할 방법을 찾았다. 몸의 기력을 회복시킨다는 의미에서 여러 약초를 배합한 보약이나 삼계탕 등과 같은 보양식은 지금까지도 전승돼 내려오고 있다. 다양한 약초들 중 일부는 항산화물질이 함유돼 실제 피로를 회복시키는 효과가 있기도 하고, 열량이 높은 고기류 위주의 보양식은 힘을 낼 수 있는 효과를 주기도 한다. 일부 보약이나 보양식에는 천연 스테로이드 유사 성분이 함유된 경우도 있어 식욕이 증가하거나 힘이 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인체가 쉽게 피로감을 느끼는 원인은 섭취한 영양분보다 더 많이 소모할 경우다. 질병이 발생할 경우 우리 몸이 대응하는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기력이 부족해진다. 정상적인 경우에도 음식 섭취가 줄거나 활동량이 많을 경우 피로해질 수 있다.

경구 섭취가 가능한 경우 보양식을 먹어서 해결할 수도 있겠지만 음식을 먹지 못하는 중환자의 경우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고대 전통적인 치료 방법 중 식이요법은 음식을 부드럽게 죽으로 만들어서 환자가 섭취하기 쉽게 도와주는 방법이었다. 동양에서는 탕이나 죽을 권장했고 서구에서는 스프로 만들었다. 혼수상태에 빠진 사람들에겐 스프나 죽도 위험할 수 있고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다. 오랜 기간 쇠약해진 환자를 구하는 방법이 제시됐는데 침을 통해서 자극을 주거나 뜸을 뜨는 방법이 동원되고 있었으나 근본적인 영양 공급방법은 쉽지 않았다.

혈관을 통해 직접 영양분을 공급하는 시도는 서구에서 활발하게 진행됐는데, 1628년 영국의 하비가 혈액은 혈관을 통해 순환된다는 것을 증명하면서 혈관 내에 영양분들이 온몸에 양분을 줄 것이라는 개념이 나타났다. 1656년 옥스퍼드의 크리스토퍼 렌이 와인과 맥주를 개 혈관에 주입하자 알코올을 먹였을 때와 동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관찰했다. 혈관에 물질을 주입하며 먹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많은 학자들이 혈관 주입법을 시도했다. 가장 직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영양분이 풍부한 혈액을 직접 혈관에 주사하는 방법이었다.

아픈 사람의 몸에서 나쁜 피를 뽑아내고 건강한 혈액을 투여하면 영양도 풍부하고 병이 회복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사혈과 동시에 수혈이 시도됐는데, 혈액형은 물론 감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던 무모한 도전이었다. 수혈 받은 환자들 중 몇 명은 문제가 없었지만, 결국 사망자가 이어지는 비극이 발생하면서 수혈은 금기시되고 관심도 사라져갔다.

1832년 라타가 소금물로 만든 수액이 콜레라 환자 치료에 성공하면서 혈관에 물질을 주입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1840년대 버나드는 동물 실험을 통해 혈관에 계란 흰자, 우유, 설탕 등을 주입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버나드의 실험에도 불구하고 혈관에 영양분을 주사하는 행위는 매우 위험했고 성공과 실패가 반복됐다. 결정적인 실패 원인은 감염이었다. 수많은 혈관 주사 환자들이 감염으로 고열이 발생하거나 사망했는데 원인을 잘 몰랐던 시절에는 나쁜 기운이 빠져나가면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착각했다. 1870년대 파스퇴르가 미생물을 발견하고 리스터가 세균을 제거하는 소독법을 개발하면서 비교적 안전한 혈관 주사 방법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감염에 대한 위험성이 줄어들면서 다양한 혈관 주사 방법이 시도됐다. 마침내 1896년 포도당을 큰 부작용 없이 혈관을 통해 주사하는데 성공했다. 단순히 수분을 보충하는 것을 뛰어 넘어 영양분을 공급해 환자들에게 기력을 줄 수 있는 계기가 열린 것이다. 그러나 포도당 농도가 높아지자 팔, 다리에 있는 작은 혈관들은 견디지 못하고 염증 반응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포도당의 염증 반응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포도당 농도를 낮춰야 했고 10% 이하만 가능했다.

당분 이외에 다른 영양분을 혈관에 주입하려는 시도가 많이 있었지만 많은 합병증이 발생했다. 단백질을 주사할 경우 몸에서 암모니아가 많이 생성되는 심각한 부작용이 관찰됐고, 지방 덩어리는 혈관을 막아 사망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1920년대 일본의 야마가와가 지방을 미세한 작은 방울로 만들어서 혈관 속에 주입했는데 작은 미세 방울들은 혈관을 막지 않고 세포내로 흡수돼 환자에게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었다. 야마가와 성공 이후에도 40년 이상 연구가 필요했다. 1960년이 돼서야 콩기름을 추출한 인트라리피드라는 영양제가 출시됐고, 임상 현장에서 사용될 수 있었고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단백질 성분 역시 아미노산을 활용한 영양제 개발에 성공하면서 이후 다양한 미량 원소를 함유한 영양제들이 속속 개발되면서 많은 환자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영양제의 개발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가장 큰 문제는 감염이다. 영양제를 혼합하는 과정에서 세균 오염 위험성이 항상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이대 목동병원 신생아실 사망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의 의료계는 예방 가능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특히 용인시 1차 의료기관은 2017년부터 자체적인 감염관리위원회를 구성해서 안전한 의료환경을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의 힘으로 완벽을 추구하는 것은 쉽지 않고 사회적 지원과 격려가 필요한 상황이다. 좋은 의료기관이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지역 주민이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의 기본적인 의무일 것이다. 용인시의 깊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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