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동물보호센터로 지난 1월에 들어왔던 골든리트리버. 버려지거나 길을 잃거나 해서 보호소에 들어오게 된 대부분의 골든리트리버들은 100% 구조 및 입양이 되는 독보적인 견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맹인안내견으로 훈련 받을 수 있을 만큼 인내심이 많고 온순, 영리하며 사회성이 훌륭하죠.
삼순이 역시 이러한 골든리트리버였으나 병도 깊어 보이고, 적어보이지 않는 나이인지라 입양 가능성이 희박해보였습니다. 참으로 해맑은 웃음이 돋보이는 아이. 어떠한 주인과 어떻게 생활하다 보호소로 오게 됐는지 짐작할 순 없으나, 건강상태로 미뤄볼 때 최소한의 관리는 받지 못하고 살아온 것 같았습니다. 요즘은 밥만 줘서 키우는 세상이 아니지요. 바깥에서 키우는 개들에게 모기와 진드기 예방약은 필수이며, 그 비용이 그리 많이 드는 것은 아닙니다. 그 비용도 들이기가 아까운 사람들이거나 여건이 되지 않은 사람들은 생명을 키우면 안됩니다.

 심장사상충 말기로 보여지는 삼순이. 매일매일 차오르는 복수를 주사기로 빼줘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보호소 분들은 정성스런 치료와 돌봄을 해주었습니다. 이렇게 두어 달을 버티고 있는 삼순이에게 극적인 입양문의가 왔고, 이 분들은 부산에서 용인까지 장거리를 달려왔습니다. 삼순이의 건강상태를 모두 알고, 일단 치료부터 시작하겠다고 데리고 가는 입양가족들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회복의 희망보다 죽음의 절망이, 웃음으로 함께할 시간보다 헤어짐의 슬픔이 가깝다는 것을요. 그것을 알면서도 입양하는 이유는, 가장 큰 이유는 단 며칠 삼순이에게 주어진다 하더라도 보호소 아닌 ‘집밥’을 먹여주고 사랑을 느끼게 해주며, 그 삶의 끝은 ‘집’에서 편히 잠들게 해주고 싶은 마음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런 입양을 일컬어 ‘호스피스 입양’이라고 합니다. 오랜 세월을 함께했던 반려견이 늙고 병들면 이렇게 버리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반면 버려진 아이들의 마지막을 품는 분들이 있습니다. 예상보다 빠르게 삼순이는 입양된 지 두 달을 못 채우고 하늘나라로 훨훨 날아갔습니다. 치료를 시작했으나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졌던 장기는 회복될 가능성이 없었다고 합니다.
삼순이의 사망 소식을 전해온 입양자. 그 삶의 끝을 마무리해준 진짜 주인이자, 비록 짧았던 기간이나마 가장 힘든 삶의 마지막 여정을 보살핌과 사랑으로 함께 해준 진정한 반려인이었습니다. 담담하게 말씀하는 삼순이 엄마. 삼순이가 바다에 그리도 들어가 보고 싶다고 했답니다. 때도 이르고 건강도 안좋고 해서 그럴 수 없었다며, ‘발이라도 담그게 해줄 것’을 그것이 가장 후회된답니다.

삼순이가 날아간 하늘에는 이 땅에서는 오래 영위할 수 없었던 좋은 것들만 있을 겁니다. 그러면 좋겠다는 사람의 아쉬움에서 비롯한 위로이겠지만요. 고통만 빼고 모두 있을 거예요. 맛난 것들, 그렇게나 들어가서 풍덩 헤엄치고 싶어 했다던 바다도요. 또한 입양자는 삼순이에게 이어가지 못한, 못다한 사랑을 또 다른 아이에게 이어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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