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싣는순서>

① 용인시 일자리 목표 공시제 무엇을 담고 있나
② 청년들 ‘최저임금에 미래 담보 잡히나’
③ ‘일 할 수 있는 권리’ 없는 여성들
④ ‘한때는 잘나간 직장인’ 퇴직자들

“부부 모두 교사로 근무하다 둘 다 개인적인 문제로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둔 지 한 20년이 다 됐다. 지금은 학교에서 하루에 반나절 정도 지킴이 일을 하고 있는데 젊은 교사들을 보면 부럽다” (66세 여성)

“일 안한지 10년이 넘었지. 젊었을 때는 전국을 다니며 장사를 했는데 이제는 아무것도 할 일이 없어. 직장을 잡지도 못하고, 장사를 하려고 하니 돈도 없고. 요즘은 그냥 시간 보내는 게 힘들어” (66세 남성)

“10년 전 남편과 사별 후 혼자 생활하고 있는데 주변에 잠깐 잠깐 할 일이 있으면 가서 일해주고 용돈을 벌고 있어요. 근데 한 달에 많아봐야 서너 번 나가 10만원 남짓 벌어요. 요즘 60세는 늙은이도 아니잖아요” (65세 여성)

24일 기흥구에 위치한 한 노인복지관에서 만난 60세 이상 노인 5명은 모두 일을 하고 싶다지만 정작 은퇴 후 일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7년 12월 기준으로 용인에 거주하는 전체 인구 중 11.6%에 이르는 11만 6000여명이 65세 이상 인구다. 2013년 전체 인구 대비 9.9%이던 것이 2017년에는 11.6%로 급상승했다.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인구수도 그만큼 늘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에 맞춰 용인시도 각종 공공근로사업을 통해 노인 일자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장년층인 50세~64세 기준 고용율은 2013년 60.4%에서 지난해에는 64.6%로 꾸준히 상승했다. 이는 경기도 뿐 아니라 전국 평균보다 높다. 용인시가 중장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기대 수명이 증가할 뿐 아니라 청년층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65세 이상 노년층이 재취업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1996년 교사 일을 그만뒀다는 유모(65)씨가 젊을 시절만 해도 예순이면 효도 받으며 살 때지만 이제는 오히려 자식 뒷바라지에서 해방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유 씨가 그런 경우다. 아들의 사업 실패로 한 평생 모아 둔 재산을 다 넘기고 공공근로 사업을 전전하며 일자리를 찾아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유씨는 "아들 사업 문제만 아니었으면 노후에는 큰 문제가 없었을 텐데 이제는 여생이 너무 걱정"이라며 "잠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전업을 살린 제대로 된 직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50대 중반에 장사를 접고 최근까지 농사를 짓다 지금은 무직이라는 김모(66)씨. 김씨는 60세를 넘긴 일자리 찾는 것을 포기했단다. 20년이 넘긴 장사를 통해 익힌 장점은 아무짝에도 쓸데가 없었단다. 만만한 생각에 농사를 시작했지만 이것도 기술이 없어 몇 해 만에 접었단다.

김씨는 “늙으면 돈도 필요하겠지만 그보다는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일이 필요한 것 같다. 젊었을 때 무슨 일을 했는지는 상관없이 늙으면 그냥 푸대접 받는 기분이 너무 서글프다”고 심정을 드러냈다.

용인시를 비롯해 공공기관이 추진하고 있는 각종 일자리 사업의 경우 상당 부분이 저소득층이나 연령을 한정하고 있어 김씨 말처럼 많은 구직을 원하는 상당수의 노인들이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단다.

기흥구 한 노인복지 기관 관계자는 “노인분에게 일자리가 필요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경제적인 부분이고, 두 번째는 건강한 사회생활을 위한 것”이라며 “자녀를 다 키우다 보면 결국 늙어서야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데 일자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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