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가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지다 보니 외식문화가 많이 발전하게 됐습니다. 졸업식 때만 짜장면을 먹었다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요즘 아이들이 들으면 ‘이게 무슨 선사시대 이야기야’ 하는 반응이 나올 만도 합니다. 그만치 외식은 자연스럽게 우리 생활 속으로 다가온 문화가 돼버렸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가족끼리 외식하게 될 때 메뉴 선택권은 반드시 어른이 가져야 한답니다. 아이들이 있는 대부분의 집에서는 아이에게 먼저 ‘뭐 먹으러 갈래?’하고 물어서 아이가 원하는 음식을 먹으러 간다고 하네요. 그러지 말라는 군요. 그래야 나중에 아이가 자라서 음식을 권하거나 먹을 때 어른이 우선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나중에도 부모와 자녀 관계가 제대로 정립되고 올바른 가정이 되는 첫 문이 되는 거라고 말입니다.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말 들어보셨지요? 사람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의·식·주 세가지 중 가족 구성원들끼리 가장 우선적인 것은 먹는 겁니다. 왜냐하면 입고 자는 것은 가족끼리도 제각각이지만 먹는 것은 식구(食口)라는 말을 써가며 가족의 개념보다 더 가까운 느낌으로 연결되는 끈을 이어가게 되거든요. 그래서 밥상머리에서는 교육이라기보다 식구들끼리 대화하는 일이 자주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요즘 들어 부쩍 더 듭니다. 그래야 일상생활에서도 가족 관계가 더욱 끈끈해지고 부드러워지거든요. 가족 간의 사랑, 이건 정말 세상 어느 사랑보다 더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니까요.

음악에서도 가족을 그리워하거나 사랑을 그린 곡이 참 많습니다. 엄마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그린 곡이나 형제들의 우애를 그린 곡도 많습니다. 반면,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나 사랑을 그린 곡이 상대적으로 적게 느껴집니다. 아마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버지의 존재는 자애롭고 다정하기보다 사랑 표현을 잘하지 못하고 무뚝뚝하며, 많은 대화를 이어가지 못했던 그런 존재로 비춰지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아버지를 그린 곡들도 대부분 회한의 이야기를 그린 곡이 많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조 카커(Joe Cocker)의 ‘My father's son’이라는 곡도 그러합니다. 걸쭉한 목소리로 쏟아내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참 애잔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문득 이 곡을 들으며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나중에 내 아이들도 아버지를 문득 그리워하며 회한을 하면 안 될 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조 카커는 처음에 드럼 연주자로 음악 활동을 시작해서 강렬한 허스키 보이스와 탁월한 편곡능력으로 자신의 노래는 물론, 유명한 곡들을 자신의 스타일로 편곡해 큰 인기를 얻은 가수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대표적인 곡으로는 ‘You Are So Beautiful’ ‘Up Where We Belong’ ‘Unchain My Heart’ 등이 있기 때문에 그의 이름은 우리나라에서도 낯설지 않아요. 여러 대표적인 히트곡 분위기 때문에 강렬한 블루스 이미지와 낭만적인 발라드 이미지를 동시에 갖게 된 조 카커는 자기관리 실패로 평탄한 가수생활을 하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 중 한 명의 주인공으로 꼽힙니다.

1969년에 열린 전설적인 콘서트 ‘우드스탁 페스티벌’에 신인이었음에도 초청받는 영광을 얻어 뛰어난 무대와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며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그야말로 앞길이 고속도로처럼 뻥 뚫렸다는 평을 받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주체하기 힘든 인기와 부가 넘쳐나서 그랬는지 몰라도 곧이어 알코올 중독에 빠져버리고 말았지요. 아니 술을 마셔도 쉬는 시간이나 노래하지 않는 시간에 마시면 누가 뭐랍니까! 제 돈 주고 마시는데 조 카커는 그 상태를 훌쩍 벗어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술에 잔뜩 취해 비틀거리는 모습으로 무대에 올라 가사도 잊어버려 공연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지요. 심지어 관중들 앞에서 구토까지 하는 추한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으니 어느 누군들 그의 노래를 들으려 하겠습니까. 결국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여러 가지로 컴백을 위해 노력하지만 이미 오랜 기간 동안 술에 빠져 지내오면서 망쳐버린 건강과 힘을 잃어버린 강렬한 목소리가 그의 재기를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회한의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구세주 같은 곡 하나가 그 앞에 놓였는데, 바로 그의 대표작이 되는 ‘You Are So Beautiful’이었습니다. 그야말로 하늘이 도운 결과물이었지요. 그리고는 영화 ‘사관과 신사’의 주제곡 ‘Up Where We Belong’을 제니퍼 원스와 듀엣으로 불러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에 올랐습니다. 동시에 아카데미 주제가상까지 수상하면서 완전히 재기에 성공하게 됩니다.

더 이상 술에 취하지 않은 온전한 목소리로 공연무대에 서게 된 조 카커는 레이 찰스의 ‘Unchain My Heart’를 자신의 스타일로 편곡해서 원곡보다 더 히트시켰지요. 사람이 무지 고생하면 제대로 정신을 차리게 된다지요? 이어 추억의 우드스탁 페스티벌에 오리지널 출연 멤버로 25년 만에 초청 받아 멋진 무대를 보여주고 “다시 25년 후에 또 만납시다” 하고 희열에 들뜬 포효를 했다고 하네요. 이런 우여곡절을 겪으며 자기 자리에 우뚝 선 조 카커가 무대 위에서 ‘My Father's Son’을 노래할 때면 마음속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또 다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하튼 그가 약속한 25년 후면 2019년이 되는데 자못 기다려집니다. 그 때에도 몸을 부르르 떨면서 전율하듯 노래하는 모습이 그대로 일지 궁금해집니다. 하 하
조 카커의 My father's son 듣고 보기
http://youtu.be/i8WoZOd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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