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아우성’ 일 할 권리 찾아 나선 여성들
용인시는 여초지역이다. 전체 인구 중 여성이 남성 인구 비율보다 높다는 것이다. 용인시 통계자료를 보면 2013년 용인시 전체 인구 94만1000여 명 중 49.6% 정도가 남성인데 반해 여성은 절반을 넘긴 50.3%다. 수치로 따지면 여성이 5587명이 더 많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남녀 차이는 6235명으로 더 늘어났다. 그만큼 여초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여초현상은 대체적으로 노동집약적인 경공업 도시나 관광도시에서 주로 나타난다. 용인시는 이 두 조건이 충족되는 지역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많다. 그나마 수도권 인구 집중화로 인한 대도시의 성격 중 하나로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용인에서 생활하면서 다양하게 대응해야 할 각종 현상에서 여성이 겪어야 할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더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자리 역시 마찬가지다. 용인시가 공개한 2018년 용인시 일자리 대책 세부계획 자료를 보면 용인시 여성 고용율을 보면 2013년 41.3%에서 지난해에는 47.9%로 6%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013년 전국 평균보다 낮을 뿐 아니라 같은 기간 경기도 평균 47.6%와 비교해 간발의 차이다. 지난해 전국 및 경기도 평균값과 비교하면 최대 3% 이상 차이가 난다.
성별 취업에서도 여성이 고전하고 있는 것을 자료만으로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국가통계포털(KOSIS) 주제별 통계 등을 취합한 자료를 보면 용인시 남녀 취업자 현황 비율을 보면 62.4:37.6 수준이었다. 이후 지난해에는 61.3:38.7로 여성 취업자 비율이 다소 상승했지만 전국과 경기도 평균과 비교하면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제 전국 남녀 취업자 비율은 2013년 이후 대체적으로 58:42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경기도 역시 60:40에서 2016년 이후부터는 59:41로 여성 취업자 증가가 두각을 보이고 있다.
용인시 역시 더디지만 여성 취업자가 분명히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용인시는 민선 6기 들어 ‘엄마특별시’, ‘여성친화도시’ 등의 주제로 덧칠해 여성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용인을 만들겠다며 각종 사업을 추진했다. 그 사업 중에는 여성 일자리 사업도 포함돼 있다. 용인시는 또 전국 및 경기도 대비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이 저조한 편으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증대, 여성취업지원 및 일자리 창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정작 ‘일자리 찾아 삼만리’에 나선 여성들을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특히 30대 경력단절 여성의 한숨 소리는 간절하다.
18일 수지구 풍덕천동에 있는 한 어린이집 앞에서 만난 송모(36)씨. 송씨는 8년 전 결혼해 현재 4살 된 아들을 두고 있다. 출산 전까지 서울에 있는 카드사에서 근무하다 4년 전 임신과 함께 일을 그만뒀다. 휴직 등도 고려했지만 남편 건강에도 문제가 생겨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경력단절 여성으로 직장을 구하고 있지만 후회만 절실히 느끼고 있단다.
송씨는 “아이가 어린이집 갈 나이고 직장이 필요해 구청 등에서 정보를 찾고 있는데 1년 넘게 성과가 없다”라며 “(전에 다니던 회사와 비교해)근무 여건이나 보수에 큰 차이가 나지만 그래도 욕심 없이 찾아도 일자리가 거의 없다. 일을 그만둔걸 너무 후회한다”고 말했다.
수지구 상현동 한 기관에 다니고 있는 임선희(40‧가명)씨도 답답한 심정이란다. 자녀가 3명인 임씨는 수원으로 이사를 앞두고 있다.
임씨는 “출‧퇴근에 1시간이 더 걸린다. 아무리 남편과 나눠도 아이 3명 등하교 시키고 직장생활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라며 “이사 갈 주변에 일자리를 찾고 있는데 단순 노무 외에는 없다. 단순 노무마저 아이들 일정에 맞추면 하지도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일자리를 찾는 경력단절 여성은 구체적인 지원방안이 필요한 실정이다. 용인시가 지원하고 있는 직업훈련사업, 경력단절여성 채용기업 장려수당 지원에 더해 안정적인 일자리 확보다.
구갈동 용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만난 강남주(51‧가명)씨는 “용인시가 하는 사업이나 알선한 일자리는 길어봐야 1년 정도”라며 “기존에 하던 일을 연속해 하지 못하더라도 새로운 일을 차근차근 배워가며 할 수 있는 구조면 지금보다는 덜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