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최고의 발명품이 맥주라는 사실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아, 물론 바퀴 역시 대단한 발명품이라는 점도 인정한다. 다만 피자와 맥주의 궁합을 바퀴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다는 사실만 빼면 말이다. (데이브 베리, 퓰리처상 수상 작가)

지난 호에 살펴본 맥주와 잔의 궁합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어떤 먹거리와 함께 먹을 것인지 합을 찾는 것이 맥주를 맥주 이상으로 즐기는 비법일 것이다. 여기에서 먹거리는 기존 안주의 개념과 다르다. 맥주와 먹는 먹거리는 더 이상 술을 위한 음식도 아니고 음식을 위한 술도 아닌 한 테이블에서 어우러지는 같은 음식으로서 조화이다. 사실 꽤 오랫동안 들이키는 술이라는 오명을 들어왔던 맥주가 이제는 음미하는 술로, 그리고 음식과의 페어링(궁합)으로 서로 맛을 끌어올려 주는 술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필자는 10여 년 전에 와인 비스트로를 운영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만 해도 와인이 붐을 일으키고 있던 시기였고, 웬만한 다이닝에는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을 곁들여야 격이 산다고 여겼다. 그래서 주문한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하고 권해주는 일이 소믈리에의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였다. 문제는 와인이 양식이나 고기 등의 요리에는 제법 어울리지만 한식을 비롯한 아시아 푸드나 해산물을 먹을 때 ‘이 맛이야!’라고 손뼉을 칠만 한 합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대체로 스파이시한 와인이나 화이트 와인들이 양념이 강한 한식이나 해산물에 맞는다고 권해주기는 하지만 양복에 갓 쓴 모양새로 무언가 어색함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최근 들어 와인 시장이 급격히 작아지고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우리의 먹거리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맥주는 우리 음식들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 이미 대표적인 한류 문화가 돼버린 ‘치맥(치킨+맥주)’은 물론이거니와 강하고 매운 양념의 각종 고기와 반찬에도 잘 어울린다. 한식뿐 아니라 일식이나 대부분의 아시아 푸드와도 멋진 궁합을 이룬다. 일본이나 중국이 자체 브랜드와 양조 기술로 상당한 수준의 맥주를 만들고 있는 이유도 자신들의 식문화와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떤 음식들이 맥주와 잘 어울릴까?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마시는 라거는 튀김이나 바비큐 등 육류와 피자, 햄버거에 좋다. 치맥이 탄생한 이유도 우리나라 유통 맥주의 대부분이 라거 계열이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하지만 라거는 매운 고추장 양념 같은 강한 향신료의 음식과 어울리지도 않고 속도 더부룩해지는 경우가 많다. 강한 향신료의 음식이나 아시안 푸드에 어울리는 맥주는 밀맥주이다. 밀맥주의 향과 부드러움이 강한 양념을 잘 잡아주고 해산물의 냉랭한 시원함을 포근하게 해주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초밥과 밀맥주의 궁합은 환상적이다. 특히 연어 같은 기름진 생선 초밥에 정말 잘 어울린다. 같은 육류 중에서 삼겹살은 라거와 좋지만 에일이 더 제법이다. 육포나 치즈처럼 짠맛이 강한 음식이나 햄이 들어간 샌드위치나 구수한 맛의 음식에 어울린다. 하지만 에일은 단맛이 강한 음식은 피해야 한다. 흑맥주 계열의 스타우트를 마신다면 육류 중에서도 가장 맛이 진한 곱창이 좋다.

하지만 이러한 음식궁합은 지극히 개인 취향일 수 있고 음식과의 페어링을 다 기억하기도 쉽지 않다. 새로운 음식에 어울리는 맥주를 고르려면 원칙을 가지고 고르는 것이 좋다. 간단히 두 가지 원칙이 있는데 이것으로 자신만의 페어링을 계발해 보자. 첫째는 음식 맛을 잘 정리해 주는 맛의 맥주를 고르는 것이다. 둘째는 음식과 비슷한 맛이나 향의 맥주를 고르는 것이다. 이 두 원칙이 맥주와 음식 궁합의 기본이다. 이점만 기억하면 맥주 선택에 실패할 확률이 적을 것이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