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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피는 눈꽃방망이 ‘조팝나무’
  • 신승희(생태활동가)
  • 승인 2018.04.1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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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우리 동네에선 조팝나무를 싸리나무라고 불렀다. 누구나 그렇게 불렀기에 당연히 그 이름인줄 알았다. 그 이름이 잘못됐다는 것을 안 것은 도감이라는 책을 보면서부터이니 사실 조팝나무보다 싸리나무로 불린 세월이 훨씬 길다. 그런데 필자와 같은 이가 꽤 많다는 사실을 알고 더 놀랐다. 그런 걸 보면 전국 여러 곳에서 조팝나무를 싸리나무라 불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쭉쭉 뻗은 가는 줄기를 모아 엮어 만드는 싸리대문이나 더 가는 줄기로 만든 싸리빗자루에 쓰이는 진짜 싸리나무와 헷갈렸던 걸까? 싸리나무는 콩과식물로 보라색 꽃이 피며 콩 꼬투리가 달린다. 이에 반해 조팝나무는 장미과 식물로 하얀 꽃이 피며 작은 씨앗 네댓 개가 모여 달린다.

실물을 보면 두 나무는 너무나 다르게 생겼다. 다만 싸리나무는 가지를 잘라 대문이나 울타리로 만들고, 조팝나무는 여러 개를 모아 심어 생울타리를 만들기도 했다는 공통점에서 그 오류의 기원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오랜 세월 길들여진 이름을 하루아침에 바꿔야 한다는 게 탐탁지 않지만, 그래도 제 이름을 찾아주기 위해서 조팝나무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4월 중순 이맘 때 들에, 밭둑에, 산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하얗게 눈꽃이 내린 듯 피어나기 시작하는 조팝나무는 아주 아름답다. 많이 자라야 사람 키보다 조금 더 큰 높이 정도로 자라는 조팝나무는 여러 개의 줄기가 모여 난다. 줄기 중간부터 끝까지 하얗게 꽃이 피는데, 그 무게에 줄기는 동그랗게 쳐지고 그래서 마치 커다란 안개꽃 꽃다발이 서있는 모양처럼 된다. 옆으로 번지기도 잘 해서 개나리처럼 줄줄이 자라기도 한다.

작은 꽃들이 무리지어 피는 모습이 튀겨놓은 조밥을 닮았다 해서 조밥나무 하다가 조팝나무가 됐다는 이야기가 있고, 가을에 익는 열매 모습이 밥에 있는 노란 조와 닮아서 그런 이름을 갖게 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비슷한 이유로 이밥(쌀밥)나무에서 된 이팝나무와 같이 밥을 소망하는 조상님들의 배고픈 가슴 아픈 이야기가 생각나 애잔하다.

우리나라에 사는 조팝나무 종류는 20여 종이나 된다는데, 흔히 보는 하얀 조팝나무 말고 진분홍색 꽃이 가지 끝에 모여 피는 꼬리조팝나무와 잎이 둥글고 흰 쌀밥을 수북이 그릇에 담아 놓은 것처럼 많은 꽃을 피우는 산조팝나무 정도를 볼 수 있다. 나머지 종류는 쉽게 볼 수 없다한다.

버드나무와 함께 아스피린 원료를 추출해 해열제와 진통제로도 개발돼 약재로 쓰이는데 한약재 이름은 상산이다. 북미 인디오들은 말라리아 약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꽃이 질 때쯤 나오는 어린 잎을 데쳐서 나물로 먹기도 한다는데 쓴 맛이 있어 찬물에 오래 우려야 한다. 봄이 돼 여기 저기 산과 들에서 먹음직한 나물들이 많이 나오는데, 굳이 작고 여린 조팝나무 잎까지는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풍요로움의 투정이다.

필자에겐 조팝나무에 얽혀있는 두 가지의 소중한 추억이 있다. 조팝나무 꽃이 피기 전 꽃망울로 있었을 때 자세히 들여다 본 적이 있다. 꽃받침이 동그랗게 싸고 있는 작은 꽃 한 송이 한 송이가 모두 별을 품고 있었다. 너무 앙증맞고 귀엽고 예뻤다. 땅 위에 내려앉은 수많은 별을 발견한 듯 했다. 두 번째로는 하얀 조팝은 아니지만 붉은 꽃이 피는 조팝나무에서 줄나비류의 번데기를 발견한 적이 있었다. 나비가 언제 나오나 궁금해서 일주일동안 아침마다 찾아가서 확인했던 적이 있다. 아침 7시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나와 버린 나비에 실망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지만 옆에서 날개를 말리고 있던 그 줄나비를 잊지 못한다.

비록 목재로도, 과실로도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이는 조팝나무지만 하얀 아름다움은 마냥 설레게 해 사랑받기에 충분하다.

신승희(생태활동가)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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