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은 몰라도 우리 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문장 중 하나를 꼽는다면 ‘고맙습니다’와 ‘감사합니다’일 것이다. 제 아무리 건방진 삶을 살아왔다 하더라도 최소한 몇 번은 입에서 나왔을 것이다. 그만큼 흔한 말이지만 듣는 이 기분을 좋게 하는 대표적인 표현일 게다. 

‘고맙습니다’와 ‘감사합니다’란 표현을 두고 일각에서는 ‘고맙습니다’가 순수혈통의 우리말이며 ‘감사합니다’는 일본식 한자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허나 명확한 근거는 아직 찾지 못한 듯하다. 여튼 감사(感謝)가 한자의 음으로 표현되는 반면 ‘고맙다’는 순우리말로 쓰였고 역사가 깊다고 하니 가능하면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하는 게 좋지 않을까한다.  

이렇듯 대동소이 한 이 두 표현이 극명하게 달리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경전철 역사에서다. 시간이 되면 경전철 개찰구에서 나오는 소리에 집중해보면 이 두 표현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어떤 이용객에게는 ‘고맙습니다’라고, 또 다른 사람에게는 ‘감사합니다’란 인사를 청한다.

다양한 표현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경전철 역사에서 사용되는 이 두 표현에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 그리고 보니 ‘고맙습니다’란 녹음된 음성이 나오기 전 개찰구 앞에 서는 이는 대부분이 노인이다. 반면 대학생이나 중장년이 지나간 뒤에는 ‘감사합니다’란 음성이 나온다. 궁금해 관리자에게 물어보니 인사말이 다른데는 이유가 있단다. 구별하기 위해서란다.

무엇을 구별하자는 것이지. 법으로 정한 무임(혹인 할인) 승객과 그렇지 않는 사람을 구별한다는 것인데, 궁금하다. 일상에서 인사말까지 달리하며 이를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행정적으로 분명 대상자를 구분해 수치화 시킬 필요는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구분법이 있어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그렇다고 개찰구 통과 순간부터 ‘난, 유료 이용자’ ‘넌, 무료 이용자’를 구분할 필요까지 있을까.

차별일 수밖에 없다. 물론 두 가지 인사말은 용인 경전철 역사에서만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국 대부분 개찰구가 그렇다고 경전철 관계자는 설명하고 있다. 때문에 용인 경전철 전용 시스템을 따로 구축해 활용한다는 것도 쉽지는 않아 보인다.

소리를 나지 않게 설정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봤지만 비단 유‧무료 이용자를 구별하는 방법은 음성뿐 아니다. 개찰구에 카드를 대면 번쩍하고 빛을 내는 일종의 통과 허용 신호 빛도 옅은 노란 색과 빨간색으로 다르다. 귀 닫고 눈 감지 않는 이상 개찰구 통과 시점부터 차별은 시작되는 것이다.

별일 아닌 것에 너무 과도하게 반응하는 걸까. 적절한 지적일지 모른다. 일주일에 평균 한번 이상은 경전철을 이용한다. 그때 만나는 고령 이용객 상당수는 개찰구에서 나오는 이 소리를 듣지 못하는 듯하다. 기자가 무료 승객에게 소리를 들었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더라고 답했다. 엄격히 말해 그 인사 주인공은 따로 있는데 말이다.

실제 개찰구 주변을 촬영한 영상파일을 몇 번을 돌려 보니 ‘감사합니다’란 표현이 더 많이 들린다. 고음의 ‘감사합니다’란 인사와 달리 ‘고맙습니다’란 표현은 조용하게 느껴질 만큼 차분하다. 두 표현이 한꺼번에 나온다면 누구라도 뇌리에는 ‘감사합니다’만 남을게 분명해 보인다. 이게 기분 탓은 아니겠지.

바야흐로 선거철이다. 으레 평등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구호가 나오는 시기가 됐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과연 얼마나 차별 없는 세상이 됐을까. 오히려 현실은 차별을 조장하고, 두둔하고 있는 것을 아닐까.

가능하다면,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란 표현으로 구분하지 말고, ‘고맙고 감사합니다’ 아니면 ‘감사하고 고맙습니다’로 바꾼다면 두 배의 감동을 주지 않을까. ‘100만 용인시민 여러분 경전철을 이용해 주셔 고맙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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