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역사가 여기저기에 차곡 쌓이다 보니 본인이 좋아하거나 영향을 받은 선배 가수나 뮤지션을 기리면서 앨범을 내는 예가 늘고 있습니다. 외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종종 그런 경우를 보게 되는데, 저 같이 음악 듣기를 잡식성으로 즐겨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보너스를 받는 것 같은 느낌이어서 내심 즐기는 입장입니다. 누군가를 기리면서 만든 곡이나 앨범을 무엇인가 올려 바친다는 의미에서 ‘헌정’이라는 표현을 쓰지요. 영어로는 약간의 해석에 차이가 있지만 ‘Tribute’라고 합니다.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주로 헌정 대상자의 곡을 다시 리메이크해서 부르는 경우가 제일 많습니다. 다음은 레이 찰스의 ‘Genius Loves Company’ 앨범처럼 해당 뮤지션의 앨범에 같이 참여해서 음반을 제작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아예 헌정 대상자에게 새로운 곡을 만들어 바치는 예가 있는데 이번 호에 소개해 드릴 곡이 바로 그런 경우에요.

팝 문화 역사상 밥 딜런(Bob Dylan)의 위치는 그야말로 대단합니다. 포크, 저항, 히피, 어떠한 키워드를 들이대도 밥 딜런을 제치고서는 어떠한 이야기도 꺼내지 못할 정도의 영향력이지요. 2000년대가 오기 전에 타임지에서 ‘20세기를 통틀어 전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력이 있는 100인’ 중 한 명으로 꼽혔으며, 미국 문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도 선정돼 퓰리처상까지 받은 인물입니다. 하지만 가수 밥 딜런의 보컬을 가만히 듣고 있자면 ‘뭔 노래가 이렇게 텁텁하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창력이나 보컬의 매끄러움에서는 거의 낙제수준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붐처럼 일어났던 오디션 프로그램에 만일 밥 딜런이 나왔다면 아마도 ‘원서접수나 하면 다행이지’ 싶을 정도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노래 잘하는 가수의 잣대에서는 먼 사람입니다. 오죽하면 ‘지미 핸드릭스’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밥 딜런의 노래를 듣고 ‘내가 불러도 저 것보다는 낫겠다’하고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니까요. 아, 그러고 보면 그런 점에서 밥 딜런은 후세의 팝 가수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 경우가 되겠군요. 

아무튼 밥 딜런은 음악 그 자체보다 그가 주는 음악적 메시지를 펼쳐 봐야 비로소 그 가치를 느끼게 되는 뮤지션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지금도 대중의 문화적 기수로서 존재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듯합니다. ‘비틀즈가 시대를 만든 사람들이라면 밥 딜런은 시대가 만든 사람’입니다.
그 밥 딜런이 추앙해 마지않은 미국의 블루스 가수가 한사람 있습니다. 그는 레이 찰스나 스티비원더보다 훨씬 이전에 태어나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으면서 음악적 의지로 극복하고 블루스 계의 전설로 자리했던 블라인드 윌리 맥텔(Blind Willie McTell)이라는 사람입니다. 그가 활동할 당시 블루스가 대중적인 음악으로 채색되지 못하고 단순한 노동요로 자리했던 때였는데도 블라인드 윌리 맥텔은 기타와 하모니카, 아코디언, 만돌린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악기를 다루며 블루스의 표현 범위를 넓혀 가며 수준을 향상시켰다고 하는군요. 그가 살던 지역인 조지아 주는 지역 여건상 백인들과 밀접한 교류가 다른 곳보다 활발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그의 연주는 당시 다른 블루스 연주와 다른 가볍고 밝은 분위기를 가졌다고 하네요. 음악에 대한 창작의 실험 정신도 강해서 같은 노래를 절대 똑같은 방법으로 다시 연주하지 않았다고 하니 알아 줄만 하지요?

시각장애인이면서 이런 음악적 궤적을 갖게 되기까지 뮤지션들에게는 흔한 과정 중 하나겠지만, 그의 집안 자체가 뮤지컬을 하고 이미 가족들이 블루스나 가스펠 쪽에서 지명도가 높은 위치에 있었던 터라 자연스럽게 음악에 친숙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딱 태어나 보니 부모부터 시작해서 친척들 모두 쟁쟁한 음악가였다니, 태어나면서부터 얼마나 흐뭇했을까요. 하 하…
여하튼 1959년에 세상을 떠났지만 지금도 매년 조지아 주에서는 ‘맥텔 블루스 페스티벌’이 열린다고 하니 그 존재감이 어떤지 어림짐작으로도 아시겠지요? 그런 ‘블라인드 윌리 맥텔’을 존경의 눈으로 바라보며 밥 딜런이 헌정 곡을 직접 하나 만들었습니다. 이름 하여 ‘Blind Willie McTell’입니다. 맨 처음 녹음을 할 때는 피아노와 보컬을 밥 딜런이 직접 맡았고, 기타는 저 유명한 그룹 다이어 스트레이츠(Dire Straits)의 마크 노플러가 맡았지요. 가사는 ‘아무도 블라인드 윌리 맥텔처럼 블루스를 노래하지 못했다’라는 존경의 이야기를 반복해서 되뇝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주인공을 추모하는 느낌이 팍팍 드는 곡이지만, 아무래도 밥 딜런의 목소리는 그 분위기를 제대로 살리질 못한 것 같아서 좀 더 블루지한 느낌이 드는 예전의 롤링스톤즈의 멤버였던 믹 테일터 공연실황 곡으로 들을 수 있게 소개합니다. ‘어느 누구로부터 나의 연주를 평가 받는다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만일에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건 더럽고 추악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며 연주에 있어서는 누구보다도 강한 자신감과 자존심을 내세우는 사람의 연주인지라 믿고 소개합니다. 하여튼 어느 대상을 추앙해서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그것이 그림이든 음악이든 일단 호기심부터 생기게 됩니다. 그 호기심을 충분히 만족시킬만한 그런 곡이예요. 찬찬히 들어보시지요. 

믹 테일러의 - Blind Willie McTell 듣고 보기
http://youtu.be/hUXR_X0ov6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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