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장 대응에, 민간업체 불만 제기
시 “직접 수거해 처리하는데 문제없다”
일회용품 자제 등 시민 의식도 필요

용인시 폐플라스틱 대란에 대한 대책이 시가 직접 수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지역 내 2~3개 민간 재활용 폐기물 선별업체에 수거와 처리를 맡긴다는 방침인데 일일 100톤 이상 물량을 감당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2일부터 불거진 폐플라스틱 대란, 발생 원인부터 현재 상황, 관련 반응까지 정리해봤다. 

예견된 폐플라스틱 대란, 대응 왜 늦어졌나

용인시는 그동안 폐비닐과 스티로폼을 전량 자체 수거해 용인시재활용센터에서 처리해왔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문제가 됐던 폐비닐 대란은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폐플라스틱은 소규모 주택단지나 상가에서 배출되는 물량만을 담당했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각 관리사무소가 민간 수거업체와 계약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민간 수거업체는 그간 재활용 폐기물을 수거한 후 이를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처리하는 선별업체로 팔아 수익을 남겼다. 그런데 선별업체가 중국 재활용 폐기물 수입 금지로 운영이 악화되면서 문을 닫았고 팔 곳이 사라진 수거업체는 경영 악화를 이유로 폐플라스틱 수거를 거부하는 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한 민간 수거업체 관계자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돈을 주고 폐플라스틱을 사와도 팔 곳이 없어 모든 손해를 업체가 떠안고 있었다”며 “지난해부터 이런 사실을 시에 알리고 폐기물 관리법 상 책무가 있는 지자체 차원에서 해결해줄 것을 꾸준히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폐플라스틱 대란이 이미 수개월 전부터 예견된 상황이었다는 주장이다. 

한국자원수집운반협회 관계자 역시 “민간 수거업체들은 최대한 할 수 있을 때까지 버티다 4월1일부터 수거 중지를 결정한 것”이라며 “시에 지난해부터 도움을 요청했는데 왜 대책이 없었냐고 묻자 담당자가 올해 새로 업무를 맡아 몰랐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폐플라스틱 대란이 있기 전 충분히 해결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당국이 손을 놓고 있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시는 뒤늦은 대책마련 지적에 시간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아파트 단지별로 민간업체와 계약을 맺고 수거를 맡기고 있던 탓에 시가 430개단지 아파트에서 배출되는 폐플라스틱의 일일 발생량조차 파악 못하고 있었던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시 관계자는 “아파트 단지 수가 많아 대략 130여톤 가량이 하루 수거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장 급한 마음에 시가 자체 수거한다고 해도 속수무책으로 쌓아둘 수밖에 없고 공간도 없었다. 전수조사부터 대책마련까지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결국 시는 폐플라스틱 수거부터 선별처리까지 맡아줄 업체 2~3곳을 물색하고 아파트 단지 폐플라스틱을 직접 수거해 처리하는 방식을 택했다. 430여개 아파트 단지를 일일이 조사해 기존 민간업체와 계약을 유지할지, 시가 직접 수거하는 방식을 택할지 신청을 받은 것이다. 재활용팀 관계자는 “현재 239개 단지가 시 직접 수거를 신청했다”며 “늦어도 16일까지는 신청단지를 모두 파악해 시 자체 인력과 위탁업체를 통한 직접 수거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폐비닐과 스티로폼처럼 모든 폐플라스틱 물량을 시가 직접 수거해 처리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민간 수거업체 “반쪽짜리 대책” 비판

민간 수거업체는 이에 불만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원을 제기한 당사자 의견은 묻지 않은 채 시가 아파트 관리사무소 입장만 생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충북 청주시처럼 재활용 업자들에게 수거 운반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등 지역 민간 수거업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있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용인시는 이 같은 지원이 특혜논란을 불러올 수 있는데다 지원 규모가 적지 않아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민간업체 운영에 시 예산을 들여 지원하는 것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며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민간 수거업체 한 관계자는 “지역 민간업체의 지속적인 도움 요청에도 ‘돈 더 벌려고 그러느냐’는 반응을 보여 ‘그럼 지자체가 직접 수거하라’고 했던 것”이라며 “지역 내 수많은 아파트 단지를 시가 다 감당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본다. 지역 업체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었음에도 일방적인 대응책 마련이 아쉽다”고 말했다. 

폐플라스틱 쌓여있는 아파트…현재 상황은
시가 16일부터 폐플라스틱 직접 수거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지역 아파트들은 이를 아예 배출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이미 배출한 물량을 따로 모아두는 등 속수무책으로 시 조치를 기다리는 분위기다.  

처인구 고림동 한 아파트는 분리수거를 하는 2일 오전 폐플라스틱을 당분간 배출하지 말 것을 주민들에게 통보했다가 다수 민원을 우려해 오후부터 배출하도록 했다. 
관리소장은 “아파트 곳곳에 폐플라스틱이 그대로 쌓여 있다”며 “일단 시가 16일부터 직접 수거하겠다고 밝힌 만큼 당분간 추가 배출을 자제하도록 하면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수지구 죽전동 한 아파트는 아예 2일부터 폐플라스틱 배출을 금지시켰다. 이 아파트 한 주민은 “당장 생수통 등 재활용 플라스틱 쓰레기가 집 베란다에 쌓여 있으니 심란하다”며 “아직 아파트에서는 어떻게 할 것인지 말이 없다. 일단 기다려보는 수밖에 더 있겠느냐”고 답답해했다. 기흥구 구성동 한 주민은 “시가 직접 수거한다고 해서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지 않는다”며 “시민들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 올바른 배출 방법부터 일회용품 사용 자제까지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줄이기 시민의식 변화 움직임

이처럼 대부분 시민들은 이번 사태로 인해 플라스틱이나 비닐 등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에 동감하고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기흥구 보정동에 사는 A씨는 “몇 달 전부터 온라인 배송업체에 반찬이나 식재료를 주문했었는데 최근 폐플라스틱 문제가 불거진 이후 과대포장이 거슬려 주문이 꺼려진다”며 “지금 당장은 수거하느냐 마느냐가 문제지만 결국 시민들이 나서서 쓰레기를 줄이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기흥구 언남동 B씨는 4일 SNS에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는 방법에 대해 공유했다. B씨는 SNS 글을 통해 “나부터 실천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무심코 쓰레기들을 재활용하지 못하는 상태로 버렸다는 걸 알게 됐다. 다른 시민들도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공유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용인시재활용센터, 안심할 상황 아니다

용인시는 애초 수거업체와 계약한 공동주택 외 단독주택가나 도로변, 상가 등에서 배출된 폐플라스틱은 자체 처리하고 있다. 
처인구 고림동에 위치한 용인시재활용센터는 수거한 폐플라스틱을 분리, 압축 등 중간 처리한 후 이를 재활용하는 최종 처리업체에 넘겨왔다. 하지만 이들 최종 처리업체가 수익성을 이유로 계약을 파기했다. 이에 시는 재입찰 공고를 냈지만 어떤 업체도 나서지 않아 유찰된 상태다. 

재활용센터 관계자는 “인구가 점점 늘면서 현재는 폐플라스틱만 하루 10톤 정도 나오는데 그 양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며 “최근 몇 개월 사이 상황이 더 악화돼 직원들이 휴일에도 쉬지 못하고 야근하는 등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폐플라스틱은 공간을 더 늘려 쌓아두는 방법 외 다른 대안이 없어 적재 공간을 늘릴 예정”이라면서 “수년 내 센터 부지를 넓혀 옮기는 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배출량을 줄이는 등 대책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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