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역사회 발전이나 도시재생에 대한 ‘대학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공간과 시설, 지식, 인재 등 다양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대학과 지자체 간 협력사업이 도시재생과 발전을 위한 획기적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사실 대학과 지역사회 간 상생은 10여년 전부터 해외 사례를 통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었다. 일본과 미국 등지에서 이뤄진 이들의 파트너십은 도시재생은 물론 대학 발전에도 큰 역할을 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국내에서는 서울이 ‘캠퍼스 타운’이라는 사업으로 곳곳에 위치한 대학과 인근 지역구를 잇는 발전 방안을 꾀하고 있다.

용인시·대학 협업…지역사회 발전 연계성 부족
반면 용인은 아직 단편적 수준에서 대학과의 연계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용인 소재 대학은 단국대학교,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 명지대학교, 용인대학교, 강남대학교, 용인송담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캠퍼스, 루터대학교, 칼빈대학교, 총신대학교신학대학원,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중앙신학대학원대학교, 삼성전자공과대학교 등 13곳이 있다. 다양한 대학이 지역 곳곳에 소재하고 있다는 것은 대학과 지역 협업에 있어 큰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2014년부터 진행 중인 강남대학교 ‘디자인 나눔 프로젝트’는 용인중앙시장 10개 점포 디자인을 시작으로 관내 노인장애인복지관 CI(기업 이미지 통합작업), 지역 사회적기업 브랜드 디자인 등을 재학생들의 재능기부로 지원한 대표적 연계 사업이다.
이 외에도 대학에서 지역 관련 과목을 학생이나 주민 대상으로 강의하거나 대학생들이 지역 봉사활동을 하는 등 수년간 지속돼 왔다. 하지만 일부 사업들은 일회성에 그치거나 대학이 지역에 자원을 제공하는 단편적이고 일방적인 사업이라는 점에서 곳곳에 위치한 대학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2010년 강남대 등에서 교양강좌로 처음 개설한 지역학 과목인 용인학은 현재 용인지역 대학 6곳에서 교양강좌로 채택돼 있다. 시와 대학의 대표적인 관학협력사업으로 시가 강의진행을 위한 예산을 지원하고 대학은 학사운영을 총괄한다는 점에서 대학과 지역의 연계 사업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학문적인 부분에 중점을 둔 용인학은 직접적으로 도시발전에 적용하기엔 연결고리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또 올해 1월 용인시와 강남대학교, 단국대학교가 맺은 ‘시민참여형 도시’ 협약 역시 지역 자료를 대학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시 관계자는 “협약 이후 구체적인 계획이 잡힌 것은 없지만 각 대학 학생들에게 시가 관리하는 지역 관련 자료를 제공하는 등의 지원을 위한 협약”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지금까지 용인시와 대학 간 협력 사업으로 진행된 대부분의 사업들은 대학이 일방적으로 지역에 자원을 나누는 형식이거나 학문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대학과 지역의 상생을 위해 둘 사이 협업이 지역 현안 해결이나 도시재생을 목표로 실현·적용이 가능한 지속사업으로 한 단계 발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시 캠퍼스타운 “대학은 지식·인재, 지역은 지원·참여”
대학과 지역의 협약이 보다 발전된 모습을 띄고 있는 대표적 사업은 서울시 ‘캠퍼스타운 사업’이다. 서울시는 대학 자원을 이용해 지역사회의 발전을 꾀하고 지역사회와 대학이 서로를 위해 각자 기여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 사업 핵심은 ‘창업’과 ‘경제 활성화’다. 일자리 난에서 비롯된 각종 청년문제와 함께 지역경제 침체를 대학가와 도시재생모델로 풀어낸 방식이다. 대학을 중심으로 창업을 육성하면서 파생적으로 주거 공간 이용, 문화산업 및 상업 활성화 등을 통해 지역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복안이다.
중요한 것은 사업 중심에 지자체와 지역 대학이 일방적 관계가 아닌 파트너로서 협업을 이룬다는 점이다. 서울시의 캠퍼스타운 구상은 대학이 자원을 제공하고 시에서 계획수립부터 재정지원까지 공공분야를 지원해 대학과 지역사회가 어우러지는 마을로 거듭나는 게 골자다. 어느 한쪽에만 혜택이 주어지는 방식이 아닌 상생하는 방식은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이어나가는데 중요한 부분이다.

2015년 ‘서울의 대학·지역사회 협력실태와 증진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낸 서울연구원 김태현 연구위원은 “국내의 경우 대학이 지역사회에 일방적인 기여를 해 협력 지속성이 떨어지고 구체적인 활용, 실현방안 고민도 부족하다”면서 “협력 관계를 지속하려면 지자체의 적절한 지원 장치, 대학과 지자체간 협의체 구성, 협력을 위한 각자 전담조직 설치 등이 필요하다”고 밝혀 서울시 캠퍼스타운 사업에 힘을 실은 바 있다.
서울시 1호 캠퍼스타운 조성지역은 성북구 안암동이다. 서울시와 고려대학교는 지난해 안암동5가 일대에 청년창업공간 ‘스마트 스타트업 스튜디오’를 세웠다. 청년 창업 활성화와 일자리 대안을 목표로 고려대가 임차 보증금을, 서울시는 임차료를 부담했고 공간은 주택형, 사무형 등 다양한 형태로 구성됐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대학 총장과 서울시장 등으로 구성된 캠퍼스타운 정책협의회와 시청 전담조직을 꾸리는 등 제도적 협력 체계도 갖췄다. 

용인시·대학 연계 사업 발전 가능성은
서울시 캠퍼스타운 사업은 현재 진행형이다. 대학제안사업 공모를 통해 2025년까지 청년창업 일자리와 주거문화상업지역협력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형 10곳 등 총 60곳을 2025년까지 발굴해 추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시는 각 대학 사업의 지원을 위해 한 곳당 최대 1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최근 용인시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 중 서울시 캠퍼스타운과 유사한 사업으로 ‘드림밸리 코쿤센터’를 들 수 있다. 지난해 넥스트 경기 오디션에서 장려상을 수상, 30억원 도비를 획득했던 ‘드림밸리 코쿤센터’ 사업은 일자리창출, 지역개발,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했다는 것과 사업 계획 단계에서 단국대학교 연구진과 협업을 했다는 점에서 ‘캠퍼스 타운’과 유사하다. 지난달 30일 용인시는 코쿤센터 조성 후 입주 창업인·기업들이 활발히 교류하도록 인근 대학들과 ‘혁신창업기업 지원 관·학 협력’을 체결했다.

시 투자산업국 김대열 국장은 “지역 대학교의 우수한 인재들이 학업 이후 타지역으로 빠져나가는 걸 막고 지자체 차원에서 그 인재풀을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로 출발했던 것이 코쿤센터”라며 “사업 계획 초기 함께 했던 단국대학교와 강남대·경희대·명지대·용인대·송담대·한국외대 등 7개 대학과 협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드림밸리 코쿤센터’는 동백동 쥬네브 복합상가 공실을 청년 창업 공간으로 재탄생시킨다는 점에서도 기대를 모은다. 시는 이번 사업이 침체된 지역 상권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 특수성 감안한 다양한 연계 사업 추진 필요
코쿤센터는 용인시가 최초로 대학을 활용해 지역 현안 해결과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을 세운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사업이 진행되는 지역에 국한된 단편적인 성과에 불과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학 소재 인근 지역의 특수성을 감안한 다양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찾는 분위기가 먼저 형성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서울시 공모에서 선정된 동작구와 중앙대학교 협력 사업은 동작구가 한강 인접지면서 인근 도심을 연결한다는 입지적 특성, 청년인구가 많은 지역 중 하나라는 특성을 고려한 계획이 중심을 이뤘다. 청년창업 지원 거점 발전소 조성, 수변문화 특성화 등이 그것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대학 인접지가 직면한 현안 해결에 다양한 관학 연계 사업들이 제안되도록 지자체가 제도적·재정적 지원을 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희대학교 글로벌 캠퍼스가 위치한 기흥구 서농동 서천지구,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캠퍼스가 위치한 처인구 모현면 등 대학과 인접지를 직접 연계하는 방식은 이들의 상생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와 함께 코쿤센터를 추진했던 단국대학교 디자인융합센터 김태형 센터장은 “용인 지역 곳곳에 위치한 대학 자원을 적극 활용한다면 일자리문제, 저출산, 고령화, 베드타운화 등 직면한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대학의 시설, 인재 등 인프라를 개방하고 활용할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한쪽의 일방적인 지원보다 상호 협력이 이뤄져야 지속적인 협력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