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 자율성·지출 재정책임성 조화 요구돼
지방세·국고보조금 등 전면개편 추진 필요

2016년 5월25일 용인시민세금지키기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지방재정개편 개악저지 범시민 궐기대회에 참석한 시장, 국회의원 시도의원 등이 지방재정 개편 반대 손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지방자치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가운영의 기본원칙이며, 지방자치의 핵심은 재정자립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의 지방재정개편안은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하는 지방재정 개악안에 불과하다.”

박근혜 정부가 2016년 4월 말 느닷없이 시·군세인 법인지방소득세액의 도세 전환과 조정교부금 배분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지방재정제도 개편안을 발표하자, 용인시를 비롯해 전국 기초지자체와 지방의회가 크게 반발했다. 당시 행정자치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은 왜 재정분권이 필요한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였다.

1995년 민선시대 개막 이후 기초지자체(아래 지방정부)는 지역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고 주민중심의 자치모델을 정립하는 등의 일정정도 성과를 냈다. 하지만 재정자립도 등 지방재정 지표는 오히려 악화돼 왔다. 박근혜 정부가 지방재정 개편안을 발표하던 2015년 기준으로 재정자립도 50% 미만인 지방정부는 전국 243곳 중 232개로 전체의 95.5%에 달했다. 이 가운데 182곳은 재정자립도 30% 미만이었고, 자체수입으로 인건비조차 충당하지 못하는 지방정부도 76곳에 이르렀다. 2015년 일반회계 결산 기준 지방세입은 186조원으로 이 가운데 지방세 수입은 71조원으로 38%에 그쳤다. 지방정부별로 보면 총 세입(일반회계) 중 지방세 수입 비중이 10% 미만인 지방정부가 106곳, 5% 미만이 50곳에 이르렀다. 시의 경우 4분의1 정도, 군의 경우 지방세 수입 비중은 10% 이하로 나타났다.

왜 이 지경이 됐을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물론 세원부재 때문이다. 하지만 오랜 중앙과 수도권 집중화는 국세의 지방세 이양, 새로 지방세목을 신설하더라도 지방세 수입을 확대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진단이다. 무엇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수직적 재정 불균형과 광역지방정부와 기초지방정부 간 불합리한 세원 배분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8대2인 반면 재정지출 비율은 4대6 수준으로 구조가 고착화 됐다. 중앙정부는 80%의 세금을 거둬 40%만 사용하고, 나머지 40%를 지방정부에 나눠주고 있다. 지방세와 세외수입 등이 감소하고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 비중은 증가해 지방정부의 중앙정부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된 것이다. 이로 인해 재정지원에 따른 중앙정부의 지나친 간섭으로 갈등을 초래해 지방자치 본연의 의미가 퇴색됐다. 재정 불균형은 지방의 자율성 발휘를 불가능하게 한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다.

재정 불균형과 불합리한 세원 배분 해소해야

지방세의 67.5%가 광역지방정부에 편중돼 있다는 점도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광역지방정부와 기초지방정부의 통합재정 수입규모는 66대34인 반면 지출규모는 34대66로 정반대였다. 이 때문에 기초지방정부의 재정자율성과 책임감이 크게 떨어졌다. 국고보조사업의 일방적인 확대도 한몫 했다. 국고보조사업은 지방비 부담을 수반한다. 중앙정부 중심의 획일적인 기준과 지침으로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이 가중되고 재정자율성은 침해를 받고 있다. 국고보조사업에 의한 지방정부 분담금은 2008년 12조2000억원에서 2014년 23조3000억원으로 11조1000억원 증가했다. 지방정부의 보조사업 예산 비중이 50%를 넘고 있는 실정이다.

중앙정부의 감세정책에 의한 세금 감소도 한몫하고 있다. 정부의 감세정책 중 소득세와 법인세 감세는 해당 국세의 10%에 해당하는 지방소득세 감소를 초래했다. 내국세 감세는 내국세의 19.24%를 재원으로 하는 지방교부세와 20.27%를 재원으로 하는 재방교육재정교부금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런 점에서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는 국가운영의 기본방향이 지방분권에 있음을 분명히 한 만큼 재정분권 강화를 위한 법률 개정 등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1980년대식 지방재정제도에 대한 개편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다만 재정분권은 지방정부의 재정자율성 확보에 초점이 있으므로 이전재원이 아닌 자주재원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앙 의존적인 이전재원이 아니라 자체 세입으로 충당할 수 있도록 재정자율성 확보를 위한 지방세를 확충하는 쪽으로 재정분권 관련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앞서 밝혔듯이 지방정부 재정에 영향을 미친 지방세 비과세·감면제도 정비는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지방세 비과세제도와 감면제도 대부분 지방정부의 자율에 의해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의 정책적 목적에 의해 시행된 것이기 때문이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에 따르면 지방세 비과세·감면은 지방세법 34.7%, 지방세특례제한법 56.5%, 조세특례제한법 8.3%, 감면조례 0.6% 순으로 나타났다. 지방정부가 추진한 것은 감면 조례 0.6% 수준으로 매우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지방세제와 국고보조금, 지방교부세 등 한 전국시·도지사협의회와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등이 제시한 개혁과제에 대해 살펴본다.
먼저 국세 편중의 비효율적 조세구조 개혁을 위한 국세·지방세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지방소비세 규모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지방소득세율 인상 추진, 재산세 성격이 강한 부동산분 양도소득세에 대한 지방세 전환이 그것이다. 또 개별소비세 및 지방에 이전하는 국세 등 지방이양 추진도 요구되고 있다. 이 과정에 있을 지역 간 세수불균형 해소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도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재산세 레저세 취득세 등록면허세 등에 대한 과세체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지방세수를 확충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건정 재정운영 통해 재정분권 강화 역기능 예방 필요

2016년 6월 11일 서울 광하문 광장에서 열렸던 지방재정개편 저지 및 지방자치수호 시민문화에서 손팻말을 든 집회 참가자들이 지방재정 개편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지방정부의 세원 부재 현실을 고려해 지역 간 재정 불균형이 심한 만큼 지방교부세와 같은 일반재원 성격의 재원 이전과 확대도 필요하다. 지방교부세 재원 부족으로 지역 간 재정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낙후지역 지원 강화를 위해 교부세 법정률을 인상하는 방안이다. 정부 기능이 지방으로 이양되면 이를 수행하기 위한 추가적인 재원을 필요로 하는데, 지방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지방교부세 법정률 인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지방의 지방정부는 지방교부세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최소수준 보장제 도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별교부세 배분 요건과 절차를 강화하고, 집행 결과를 공개하는 투명성 강화를 위한 장치도 이번 기회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국고보조금 제도를 개편하는 후속 조치도 요구된다. 국고보조사업과 사회복지비 증가로 인한 지방정부의 재정운영 자율성이 저하되는 점을 감안, 기초복지 보조사업의 국비 전액 지원 등 기준보조율체계 전면 개편이 요구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방정부가 요구하는 보조사업은 인력·조직·재원 등이 대폭 이양할 수 있는 방안 모색이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 국고보조금 관리 혁신을 위한 중앙·지방 간 재정협치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중요 개혁과제로 꼽히고 있다.
재정분권 확대는 순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재정 건전성 악화 등 역기능도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지방정부의 재정책임성 확보가 관건이다. 따라서 지방정부는 재정분권 확대에 부응해 자체 세입 확충, 예산 절감, 효과적인 재정지출 등을 위한 건전한 재정운영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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