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분야 중 조각은 단단한 재료를 밖에서부터 깎아가며 표현하는 기법이다. 다른 분야도 다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조각은 작은 실수가 작품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정교한 분야에 속한다. 조각가 조성화는 오히려 그런 조각의 매력에 빠져 미술을 시작하게 됐다.
“어린 시절부터 미술을 좋아했어요. 나무 조각이나 고구마를 깎아서 동네 어르신들에게 도장을 만들어드리곤 했죠. 미술 모든 분야가 재미있고 즐거웠지만 특히 조각은 떨칠 수 없는 매력이 있었어요.”

1971년 홍익대학교 미술대 조각과를 졸업한 조성화 작가는 1970~1973년 대한민국 국전 입상을 시작으로 전국 조각가 100인 초대전, 미술교류전, 한국 조각가 협회전 등 다양한 전시활동을 해왔다. 2004년 용인에 터를 잡은 조 작가는 포은아트갤러리 개관 기념전부터 최근 처인홀 개관 기념전까지 지역 문화예술 분야의 중요한 시기마다 작품으로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냈던 중견작가다.
조 작가의 작품들은 전국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과천 승마 경기장 애마상, 서울 롯데호텔 신관로비 청동여인상, 국회의사당 헌정 50주년 상징조형물, 독립기념관 의열단 부조조각, 국방부 국군 용사상 등 유명 환경조각상을 맡아왔다. 서울 경기 강원 전북 경남 울산 등 70여 곳에 설치돼 누구나 한번쯤은 그의 작품을 만나봤을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특히 조 작가는 사람 크기 조각상부터 최대 7m 높이, 수백 평 공간을 장식하는 대형 작품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최근작 중 양주시 ‘전원일기’ 마을에 2015년 설치된 최불암 김혜자 김수미 청동조각상은 살아 숨쉬는 듯한 특유의 사실적 묘사가 돋보인다. “배우들이 그 장소에 있는 것 같은 사실적인 느낌을 원했어요. 드라마 피디와 방송국 관계자가 제게 작품을 의뢰를 해올 당시 우려 섞인 표정을 보이더군요. 완성된 작품을 보는 순간은요? 100% 만족한 표정으로 돌아갔죠.”
큰 규모 조각과 달리 조성화 작가는 작은 작품에서 새로운 면모를 보인다. 야외에 설치되는 환경조각의 주재료는 청동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 작가는 조각의 고전, 기본은 목재조각이라고 설명했다. 똑같은 작품 100개를 만들어도 목재 작품은 무늬나 색상, 느낌이 다 다르다. 그만큼 매력적인 재료일 수밖에 없다. 재료로 쓰일 나무는 5년 이상 건조 등 세세한 손길을 거쳐야 재료로서 가치를 드러낸다. 그 모든 작업을 조성화 작가가 직접 진행한다. 재료가 완성돼 그의 앞에 놓고 바라보고 있노라면 머릿속에 작품의 형상이 떠오른다고 했다. “한번 몰입하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밤을 새서 작업을 해요. 좋아하지 않는다면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여인상, 가족상, 비상, 휴식 등 다양한 목재작품들은 조성화 작가의 부드럽고 세심한 손길이 담겨 있다. 정교한 터치를 세밀하게 반복하며 완성해낸 작품들은 나무 나이테와 결을 드라마틱하게 활용해 주제에 매치시킨다. 재료부터 구상까지 치밀한 계산이 담겨 있지 않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기법은 신비하고 아름다운 여성의 곡선이 매력적으로 담겨있는 대표적 시리즈 ‘여인상’에서 잘 나타난다.

조 작가는 당장 정해진 일정은 없지만 시민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조각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조각 전시는 작품 이동부터 공간 크기, 조명 등 제약이 많아요. 하지만 시민이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과감하게 전시를 하려 합니다. 돈이나 명예를 떠나 제 작품으로 시민들 마음이 따뜻해지고 행복해지길 바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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