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사회활동 참여에 대한 욕구가 아이 낳기를 꺼리는 출산기피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이 키우기는 이제 한 가정의 책임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사회적 장치와 시스템으로 연결돼야 한다. 최근 정부에서 발표되고 있는 보육지원 확대는 이같은 인식으로부터 출발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더욱이 지방자치단체가 보육에 대한 인식과 대안을 갖고 있지 못한 경우 그 지역사회의 기초적인 삶의 질은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보육 문제를 일부 관계 부서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발벗고 나서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대안을 찾아야 할 때다.
관내 10개 시민단체·기관이 연대한 ‘밝은 보육세상을 여는 시민모임’ 주최로 29일 수지출장소에서 열리는 보육조례제정을 위한 시민공청회에서는 이같은 취지를 담아 양해경 소장(용인여성상담소)의 ‘여성의 사회참여와 보육의 공공성 확보’ 장혜순 교수(강남대 유아교육과)의 ‘한국사회의 보육현황과 과제’에 관한 주제 발표를 갖는다. 본지에서는 두 분의 발제내용을 요약해 실었다.

여성의 사회참여와 보육의 공공성 확보- 양해경(용인여성상담소 소장)

공보육이란 전사회 구성원들의 합의 아래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보육이 필요한 모든 아동에게 평등한 보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여성발전기본법 23조2항에서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방과후 아동의 보호와 건전한 생활을 위한 시책을 강구’하도록 돼 있으며 올해 출범한 참여정부에서도 ‘복지·사회·여성정책분야’의 새로운 과제 7가지 중에서 세 번째로 ‘보육문제 해결과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를 주요 사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현실을 보면 적국적으로 보육을 필요로 하는 아동수는 2000년 현재 132만8134명인데 비해 보육을 받고 있는 아동수는 68만6000명으로 52%만이 보육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보육의 공공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각 지역에서 높아지고 있고 보육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조례제정 운동도 여성단체들 중심으로 해당 지자체별로 확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아동의 보육을 개인의 문제, 여성의 문제, 가족 내의 해결로만 귀결한다면 이는 여성의 사회참여가 국가의 경제발전과 직결되어 국가적 과제로 되어 있는 상황에 대한 시대착오적 인식이라 아니할 수 없다.

보육의 공공성 확보는 국가가 아동의 양육에 부모와 함께 공동책임을 진다는 의미가 있으며 이는 지방자치시대에 있어 지자체도 지역내 아동 양육에의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와도 연결된다.

#저출산율 해소 위한 보육의 공공성 확대

우리나라는 인구수에 관한 한 위기를 맞고 있다. 부부당 평균 출산자녀의 수가 2000년 1.8명, 2001년 1.3명, 2002년 1.17명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유럽의 평균 출산자녀수보다 더 적다는 보고가 있다.

왜 우리나라 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하는가. 우리나라 여성들의 삶의 만족도는 결혼과 동시에 현저하게 떨어지게 되고 출산을 하게 되면 더욱 급격하게 그 곡선이 하향되고 있다. 직장에서는 아직도 여성의 ‘고운 손’으로 커피 카피 해주기를 기대하며 같은 조건이면 미혼여성을 채용하려고 하며 임신한 여성은 ‘기피인물’이 되어 서로 자기 부서에 배치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런 상황에서 결혼이 이제 더 이상 필수가 아니듯 임신과 출산도 여성에게 있어 선택의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따라서 노동력 감소를 우려하며 출산율을 높이는데 있어 임신과 출산에 대한 각종 지원과 더불어 보육문제가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저소득층 지원 위한 시설 확대의 필요성

1991년 영유아보육법이 시행되면서 보육시설의 양적 확충이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부모들은 경제적 부담 등의 이유로 인해 아이를 맡길 어린이집이 많지 않다는 의견이다. 이는 보육시설이 민간에 의해 양적으로 확충되면서 시설은 많아졌지만 여전히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어려움이 많다는 호소다.

현재 정부의 지원은 국공립시설에 대한 운영비와 인건비 지원, 저소득층 아동보육료 지원, 만5세아에 대한 무상보육, 민간보육시설 교구교재비 등이 지원되고 있다. 이런 지원방식으로 인해 국공립시설을 이용하는 아동들은 저렴한 보육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민간시설을 이용해야 하는 아동들은 비싼 보육료를 내거나 일부 열악한 조건의 보육시설을 이용해야 하는 불균형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어느 시설을 이용하든지 똑같은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시설 지원보다는 아동별 지원으로 전환해야 한다. 가구의 소득수준을 지금의 2단계(법적저소득층, 일반저소득층)에서 3단계(법적저소득층, 차상위계층, 일반저소득층)로 세분화해야 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아동보육의 문제가 개개인의 소득수준에 의해 차별화되기 보다는 부모의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평등한 보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장치로써 보육의 공공성 확보는 반드시 필요하다.

#여성의 사회참여지원 위한 보육의 공공성 확대

한 가정의 경제적 지위 향상의 여부는 소위 맞벌이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굳이 거창하게 국가적 과제 여부 등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는 한 가정의 경제적 수위를 가늠하는 지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여성개발원의 연구에 의하면 여성취업의 장애요인으로 여성 스스로는 가사 및 육아 부담을 42.2%로 꼽아 가장 큰 부담 요인으로 잡고 있다.

또한 최근 몇 년 사이 여성의 고용형태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어 이에 상응한 보육서비스 제공이 필요한 실정이다.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음식업, 서비스판매업, 비정규직 등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기 때문에 연장보육, 시간제보육 등 다양한 형태의 보육시설이 제공돼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보육시설지원 확대정책

이제 맞벌이 가족의 양육을 지원하고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질 높은 공보육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보육시설 중 국공립 및 법인시설은 16.9%에 불과하고 정부의 보육재정 분담률은 28%로 민간의존도가 매우 높다. 현재 총 보육재정 중 정부가 보육사업 예산으로 부담하는 비율은 20% 이하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영유아보육법에 근거한 정부의 보육책임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정부 부담 비율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이러한 정부의 보육비용 부담은 민간보육시설을 포함한 정부지원시설의 확충과 보육료 지원 대상자의 확대로 이뤄져야 한다.

공보육은 또한 중앙정부에만 맡길 문제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보육예산을 확충하고 보육조례를 제정해 예산, 인력, 보육위원회 설치 등의 내용을 제도적으로 확립해야 한다. 이와 함께 방과후 보육시설 설치비 및 교사인건비 지원, 공보육을 위한 보육예산 확충, 보육정보센터 설치, 부모참여 보육위원회 설치 등 지역특성에 맞는 보육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한국사회의 보육현황과 과제 - 장혜순(강남대 유아교육과 교수)

오늘날 한국 사회의 보육현황은 양적 측면에서 많은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1992년 4513개소이었던 시설이 2001년 1만9533개소로 증가했으며, 보육아동의 수도 92년 12만3297명이던 것이 2001년에는 70만2860명으로 5.7배 증가했다. 그러나 보육의 양적인 확대에 비해 질적 수준이나 다양성 등은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보육서비스는 다양한 가족구조(맞벌이·홀부모가족)와 직업형태 및 질 높은 보육에 대한 욕구에 부응하는 것이어야 한다. 한편, 국가의 사회복지 이념에 따라 보육의 시설 설치, 운영, 관리에 대한 정부의 관여 정도가 달라지고 이에 따라 보육사업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대한 범국가적 대책이 다각도로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보육사업에 대한 평가결과에 의하면 다음 몇 가지 사항이 개선돼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보육시설의 확충은 긍정적이나 민간부분의 급속한 확충, 특수보육의 미흡, 지역별 정부지원 보육아동의 불평등한 분포 등이 지적되고 있다.

△보육서비스 전달체계는 수직적인 전달구조, 보육담당인력 수, 전문성 및 연속성 부족, 지원체계의 기능이 미비하다.

△보육재정에 있어서 정부지원 보육단가 산정기준의 부적합성 및 일률적인 보육료 지원대상의 선정기준의 불합리성이 지적되고 있다.

△보육인력이 수요에 비해 과잉 공급되고 있으며 보육교사와 보육 시설장 모두 보육신념과 철학영역 이외에는 전문성이 낮다.

△보육서비스의 질적 수준이 낮고 보육프로그램의 운영개선이 요구된다.

△장애아 전담보육시설은 장애아보육이 통합보육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관점과는 상반되는 정책적 접근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같은 지적사항 외에도 보육서비스는 다음 몇 가지 사항을 고려하여 지원돼야 한다.

그 첫째는 가족구조 및 사회경제적인 변화에 따른 보육시설의 유형이 개발 보급돼야 한다. 둘째, 직업의 형태에 따른 보육시설의 유형이 개발 보급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유아교육기관과 유아교육프로그램은 그 시대의 경제적, 정치적, 기술공학적인 변화와 가족구조의 변화,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로 인한 요구 및 부모와 아동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으로 수정 보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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